'중소기업 분투기'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20.10.26 대화의 자세
  2. 2020.10.21 조직의 기본은 의미의 통일에서 시작
  3. 2020.10.05 손뼉이 마주치는 순간
  4. 2020.07.23 불안한 초보 사장
  5. 2020.06.11 경청은 제대로 듣는 것
  6. 2020.06.11 저한테 왜 그랬어요?
  7. 2018.01.30 성장통의 전사(前史)

사장이 약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갈등이 심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불만도 매우 격렬하게 표출된다. 

우리나라처럼 문화적 환경이 수직적이고 대화와 논쟁보다는 지시와 복종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는 이런 불만과 갈등이 갑자기 펑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식으로 내 불만을 드러내야 할지를 모르고, 웬만하면 참고 따르는 게 미덕인 것처럼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문제제기의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이런 사회적 배경때문에 더욱 극적이고 격렬하게 나타난다. 

 

이미 서로 불만이 쌓여 있고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마주앉아 차분히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화의 목적이 무엇일까? 갈등과 불만을 해결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다시 한번 으쌰으쌰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깊어진 믿음과 조직력으로 단단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맞는 조직을 찾아 떠나(보내)는 것일까? 혹은 좀더 시간을 갖고 갈등을 풀어가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일까? 

어느 것도 정답은 없지만 모두 해답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결과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대화에 임한다면 오히려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달성하겠다는 목적이 사고를 경직시키기 때문이다. 

 

이 대화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음, 그리고 평가보다는 경청, 판단보다는 내 마음과 의도를 진솔하게 얘기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의 얘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인정하고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내 마음을 얘기해야 한다. 미처 다하지 못한 생각, 미처 표현하지 못한 기대까지 모두 다. 즉, 속마음까지 털어놓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업무성과, 태도, 전략에 대한 차이 등등으로는 갈등과 불만의 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다가는 십중팔구 상대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내 의도를 방어하는 공성전으로 전락하게 된다. 

애초 이 대화는 상대를 딛고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닌데 하다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과 의도는 상대가 이해할 수가 없다. 맥락이 거세된 채 단지 논리적이기만 한 말로는 상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칭찬만 하고 마음에 안드는 모습이나 부족한 능력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이해해줬을 수 있다. 직원이든 사장이든 서로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에, 싫은 소리하면 싫어할 까봐 하는 마음에 비치지 못한 생각부터, 고백할 필요가 있다. 정작 해야 할 것은 이런 얘기이다. 

 

왜 나는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데 저 사람은 이상하게 보는지, 상대방의 눈으로 내 모습을 보아야 이해라는 게 가능해진다.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 선 채로 그냥 각자의 입장을 던지기만 해서는 누가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지구력 싸움이 될 뿐이다. 

 

그래서 조직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최초 진통에서, 아니 이후 모든 진통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고백이다. 

고백은 대화를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고해성사를 하라는 게 아니다.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 내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 자체가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쉽지 않다.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가기 위해서, 언젠가는 리더의 자리로 본의아니게 올라가야 할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용기이고 경험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성숙해진다.

사람도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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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나 도둑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다보면 작전 시작 전 서로의 시각을 정확히 맞추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각자가 보는 시각이 다르면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이 '시각 맞추기'와 비슷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의미의 통일'을 들겠다. 

 

회사에서든 친구사이든 가족끼리든, 대화를 하다보면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 '완료'와 사장이나 영업담당이 이해하는 개발 '완료'는 서울과 대전만큼의 이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각자 이해하는 '완료'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라 말하면 누구는 영업을 근사하게(?) 표현한 말이라 이해하고 누구는 홍보라고 접수한다. 

 

이처럼 말로 표현을 해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흔한 게 인간사인데, 조직에서 각자의 역할에 대한 정의나 기대하는 바, 기대한다고 말하는 단어와 그것이 뜻하는 실제 의미 등 많은 부분에서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심전심이나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따위를 상호 신뢰나 팀워크의 근거로 삼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오해가 쌓여 갈등을 빚는 경우가 흔한데, 조직에서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관계는 조직의 팀워크나 분위기를 심각하게 해치는 단계로 악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가령 부장인 내가 과장인 A에게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성과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합의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같은 단어로 말하지만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다르게 이해한 것을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다.   

 

'수평적인 조직', '자율적', '주체적'... 많이 들어본 단어이고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함의가 무엇인지를 말해보자고 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이 아니라 서울-부산만큼 이해가 다르다. 심하면 아예 정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수평적인 조직이란 어떤 조직일까? 각자 간섭없이 자기 일 책임져서 처리하고, 어려운 이슈가 생기면 회의 소집해서 머리 맞대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그런 조직? 결제나 사전 보고도 없이 알아서 해도 되는 조직? 신입이나 20년 경력 부장이나 같은 레벨에서 자기 업무를 알아서 진행하는 조직? 

 

자율적은 어떤 자율인가? 알아서 자기 일 잘 찾아서 잘 하는 거라면, 알아서 했는데 잘 안되는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나? 담당자와 상사의 의견이 다르면, 더 나아가 담당자의 업무 내용이 조직의 사업 방향과 다르면? 자율적 해결은 어떤 걸 뜻하는가? 자율과 방종은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가?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머릿속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말과 행동의 차이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일까? 

상호 이해? 물론이다. 하지만 이해는 오해를 막아주긴 하지만 조직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모여있는 곳이 아니다. 목적을 정하고 목표를 수립하고,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해서 성과를 내야하는 곳이다.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관점의 정렬alignment'일 것이다. 흔히 회사는 사업 목표와 전략에 따라 그 하위 목표와 계획들이 수립된다. 사업을 정렬한다고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실행하려면 무엇보다 구성원간 '언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마케팅을 영업이나 홍보로 이해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이다. 한창 일을 만들고 난 뒤에야 '그게 그런 뜻이었다고?'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시작부터 이 지점을 확인하고 정의해야 한다. 

 

개발자가 완료라고 하는 건 베타테스트 버전일 수 있지만 영업자에게 완료는 당장 상용으로 풀어도 문제없는 완성품을 말하며, 마케터에게는 제품의 포지션부터 컨셉, 홍보전략까지 완비된 상태를 말한다.   

이해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그걸 확인하면서 느끼는 허탈함과 배신감은 여러모로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리는 실수에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갈등이 터져나온 A이사와 사장의 관계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관점의 정렬, 언어의 통일, 즉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얘기하는 것 말이다.

그럼, 이렇게 서로 불만이 쌓여 있고 감정이 상한 상태라면,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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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을 마주친다는 건 하이파이브처럼 뭔가 기분좋은 일이 있을 때나 마음이 맞을 때 쓰는 표현이지만, 조직내 갈등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불만인데 그 불만의 대상은 그런 줄 모르거나 알면서도 회피하면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뭔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서로 풀어보자고 나서는 그 순간, 손뼉을 마주쳤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아예 그런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한쪽만 열심히 손 흔들다 제 풀에 지쳐 떠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A 이사가 드디어 참고 참았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그전에도 우회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터라 더 이상 이대로는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회사 만들자고 의기투합했고 상호 존칭을 불러주면 뭐하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로 윽박지르기만 한다. 직원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본인의 잘못에는 너그럽고 직원의 업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독선적이다."


한번 터진 불만이 계속 이어져 나온다. 


"박봉과 야근의 연속에도 좋은 회사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열과 성을 다해왔다. 당장 회사 매출이 급하기에 우리 사업분야가 아닌 프로젝트도 군말없이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마냥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만 낸다. 

이게 동지로서 함께 하자는 회사의 모토에 어울리는 모습인가? 이런 식으로는 여기서 계속 일할 의미가 없다."


사장도 상대의 불만이 간단한 수준이 아님을 알고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서운하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함께 행복하자고 만든 회사이고 그 마음은 변한 게 없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문제라면 그 지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 허나 나도 내 나름대로 불만과 아쉬운 점은 있다."


사장도 그동안 상대에게 쌓인 불만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나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각자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를 바랬다.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자세를 갖고 노력하기를 바랬고 기탄없이 토론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노력보다 그냥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하려다 보니 일은 힘들고 시간은 길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이면서 불만만 높아지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익숙한 업무 방식을 따라 수동적으로 눈앞에 벌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열심히 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걸로 불만의 알리바이로 삼는 건 자신에게 냉정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좋은 모습은 아니다. "


각자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부족함과 아쉬움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하가 보스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물었는데 보스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란 대답은, 텍스트만 읽자면 뜬금없다. 위의 대화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맥락은 하나다. 


내가 기대하는 바를 채우지/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받는지 분명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몰라주니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실망하다 불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믿었기에 실망과 배신감도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이제 좀 회사를 키우려는 시점에 도원결의한 창업멤버들 사이에 터지는 이런 성장통은 회사를 휘청거리게 한다.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최악은 면하더라도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것만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이 어렵고 중요한 성장통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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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파스빈더의 영화제목으로서 내가 즐겨 사용하는 문장이다. 사장 노릇을 처음 하는 이에게도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실 도피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불안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게 한다'


성공을 자신하는 아이템으로 희망찬 미래를 확신하며 몇 명의 동지들과 의기투합해서 창업의 험난한 길을 나선다. 1~2년 정도는 맨땅에 헤딩하며 어렵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현실과 맞서 나간다. 그러나 생각한 일정과 현실의 간극이 커지고 시장의 호응이나 매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기의 자신감과 용기는 가랑비에 옷젖듯 점점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러다 안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무시로 엄습하고, 월급날이 보름에 한번 돌아오는 듯하다. 벌어서 갚으면 되지라는 호기로 기보, 신보, 은행, 캐피탈 등등에서 빌린 채무들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주 불안해진다. 


이런 때일수록 뜻을 함께 한 이들과 더 자주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아이템, 사업방향, 전략, 조직, 인원 등에 대해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걱정이 들면 그 걱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흔들리면서 다져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게 창업멤버의 장점이고, 그래야 소망에 근거한 낙관적 예측으로 때를 놓치고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 

뜻을 함께 한 멤버들과 신뢰에 기반한 냉정한 논의와 평가는 각자 암암리에 불안을 느끼고 있을 때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기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흔히 보인다. 불안함을 달래는 현실도피. 

불안한 현실, 불확실한 미래로 흔들리는 자신을 붙잡아두기 위해 이것저것 돈된다 싶은 아이템들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한다. 지인의 추천으로, 누군가의 협력 제안에,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사업분야를 늘려나간다. 


아무리 사업이 운칠기삼이라지만 최소한의 시장 분석, 매출전략, 역량 분석 등도 하지 않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벌인 사업이 잘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아까운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헛되이 세월만 흘러간다. 불안감도 비례해서 커져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과 집행으로 멤버간의 오해와 불만이 쌓여간다는 점이다.  


고독은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지만 외로움과 불안은 조직을 갉아먹는다. 여기에 구성원간의 불통과 불화까지 더해지면 조직은 기반부터 무너진다.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 쌓이고 쌓였고 참고 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도대체 창업멤버인 우리는 뭐길래 사장 멋대로 일을 벌이고 성과없는 아이템만 가져오는가?', '뜻을 함께 하고 같이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때가 가장 큰 위기이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고, 사장은 사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은 불안을 혼자서 싸들고 앉아 있는게 아니라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신뢰와 겸손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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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사장은 매우 뛰어난 개발자였다. 전형적인 이과적 마인드로 무장된 사람이었고, 그러면서도 인문소양을 갖추고자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빠른 이해력, 좋은 아이디어, 강력한 실행력,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 논리적 사고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다. 

단 하나 결정적 약점은 인간관계를 맺고 풀어나가는 데 있었다. 직원과 단 둘이서 대화하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대화는 그냥 얘기를 주고받고 듣고 대답하고 물어보면서 풀어나가면 되는데 왜 그럴까 이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관계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래밍은 로직을 설계하고 구성하면 정해진 답이 나오게 된다. if~then 문장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이 나오게 된다. 그게 안나오면 코드를 잘못 짠 것이다. 이런 논리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답이 없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회사를 이끌어가야 하는 사장의 입장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성향과 관점, 갈등과 불만을 접하다보니 분명 문제는 있는데 딱히 하나로 잡히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답이 있어서 그걸 제시한다고 상대방이 그 답에 동의하거나 그대로 생각을 바꾸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도 이게 부담스러워 내게 면담 시나리오를 짜달라는 요청까지 하길래 만들어준 적도 있었다.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서 이런 식으로 얘기를 풀고, 만약에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면 이렇게 대응해라는 시나리오였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한국 교육의 특징이 논리적 사고로 답을 찾는 과정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에서도 정답을 찾으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누구든 자신이 보고 판단하는 내용은 부분적 진실을 품고 있다. 함께 코끼리를 봤더라도 그리는 모양은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다. 하물며 다양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적 갈등을 한가지 답으로 제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더라도 두 사람이 각각 느끼고 생각하는 맥락에서는 같은 내용도 다르게 기억되고 평가된다. 


여기서 필요한 건 '경청'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하는 자세 말이다. 그 사람의 모든 견해를 동의하거나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판단을 하기 이전에 일단 그 사람의 입장에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느끼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말 자체만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다보면 이해와 화해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 저 사람은 어차피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못하는구나. 자기 말만 하는구나. 그만두자" 

십중팔구 이런 속마음을 품게 된다. 

풀려고 할수록 더 꼬여버리는 상황이다.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령 회식 자리에서, 워크샵에서, 또는 친구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 좀 하자며 술기운을 빌려 어렵사리 분위기를 만들었건만, 내게 쏟아지는 불만에 당황해하며 왜 내 마음을 이런 식으로 삐딱하게 받아들이는지 자기도 불만에 쌓이면서 자리가 파토나며 서먹서먹해지는 경우말이다.  


의도와 결과가 이렇게 딴판인 이유는 애초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너는 말하고 나는 듣고 답을 하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로도 나왔던 웹툰 <송곳>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들어, 좋은 사람 말 듣지." 

아무리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상대의 불만을 격파해도,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의 갑옷은 더 단단해지고 더이상 얘기해봤자 소용없겠다는 생각만 굳히게 만든다. 

"역시 넌 내 마음을 이해 못하는구나..."


애초 한 뜻 한마음으로 뭉친 멤버들이라면 더욱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다.  그 노력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성공한다면 개인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고, 조직에도 당연히 성장의 기틀을 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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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이병헌과 김영철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 등장하는 대사다. 

두목 김영철에 헌신한 이병헌은 자신을 죽이려고 한 김영철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분노와 의문이 함께 들어있는 질문이다. 

여기에 두목은 이렇게 답한다. "넌 내게 모욕감을 주었어." 

뜬금없는 대답이다. 생명과 모욕감이 대등한 수준으로 다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터에서 깃발 하나 지키겠다고 목숨을 버리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오로지 보스에 충성하며 살아왔던 자신을 어떻게 다른 부하들을 시켜 죽이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것이다. 

보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어린 애인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으니 잘 감시하고 보고하라는 임무를 주었으나 이 부하는 다른 남자가 있는 걸 확인하고서도 눈감아 주었다. 보스도 배신당한 것이다. 그것도 가장 믿었던 부하에게. 

 

부하는 보스를 위한 마음에 이 정도는 자기 선에서 처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보스는 부하가 자기 애인에게 마음이 흔들렸고 그때문에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기에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중의 모욕감과 배신이다. 

 

둘 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단지 서로 그 합리와 믿음의 바탕이 달랐을 뿐이다. 흔히 말하는 소통의 부재, 불통의 결과요 그때문에 일어난 파국이다. 

태어난지 몇년 되지 않는 신생기업이 겪는 첫번째 성장통은 이 소통의 부재나 부족, 또는 기준의 다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 지금 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이병헌의 달콤한 목소리, 스타일리쉬한 장면들이 멋지다.>

 

임직원 통틀어 서너명에 불과한 신생기업 시기에는 사장을 비롯해 모두가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협력하며 생존의 기반을 마련해나간다. 

수시로 업무 진행상황을 서로 알리고 체크하고, 사소하든 중요하든 가리지 않고 모든 업무가 공유된다. 의자만 돌리면 전사 회의가 간단하게 열린다. 

 

그렇게 도전과 실패, 성공의 경험이 쌓이고 매출도 늘어나고 구성원도 한두명씩 늘어난다. 이제 그동안 크게 의미없었던 업무 분장이 실질적인 의미를 띠게 되고 형식적으로도 조직의 틀을 갖춰나가게 된다. 

각자 점점 더 바빠지고 자리는 자주 비어있고 사무실에 같이 있더라도 대화할 여유도 없이 각자 자기 일을 처리하느라 바빠진다. 

 

매출이 늘고 일이 늘어나고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관리할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만큼 공유해야 할 지점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동안 가능했던 이심전심이 어느 순간 통하지 않거나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눈빛만 봐도 통하던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이뤄지던 소통이, 각자의 역할이 나눠지고 조직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소통이 요구되는 시기에는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그러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이고 저 사람이 내가 믿었던 사람이 맞느냐는 의문이 피어오른다. 

 

적절히 풀지못한 의문은 점점 깊어지고 갈등을 예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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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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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겪는 사춘기와 조직의 성장통이 다른 점이라면 사춘기는 자신의 의지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뇌 분비물질의 독립적인 활동의 결과이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조직의 성장통은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어느 시점에 터진다는 것이다. 현명한 조직이라면 문제가 터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으면 된다. (그게 잘 안되서 문제지만...) 


퇴사의 1순위를 다투는 게 늘 인간관계, 특히 상사에 대한 불만인 것처럼 초기 조직의 성장통도 사장에 대한 불만이 주 원인일 때가 많다. 인원이 적을 때는 직원으로 충원된 이가 기존 직원들이나 조직문화와 맞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식으로 갈등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 갈등의 원인이 사장일 경우 그런 식의 해결방법은 원천봉쇄된 상황에서 방법은 정해져 있다. 참을 수 있는 선까지 내가 참거나, 문제를 제기해 개선을 시도하거나, 조직에서 떠나는 것이다.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거나 개선의 기미가 안보이면  떠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상황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기에 해결방법도 사실상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직원은 시킨 일만 하고 월급 밀리지 않고 나올 때까지만 일한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참으면 병이 되듯이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한순간에 조직이 흔들리는 갈등으로 비화한다. 

어떤 종류의 불만이 쌓이는 걸까? 창업기업에서 불만은 당연히 사장으로 모인다. 구성원간의 불화조차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장의 무능력, 무관심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방향, 리더십, 조직운영의 원칙, 반복되는 사소한 습관까지, 다양한 지점들이 불만의 불쏘시개가 된다. 


창업 후 1~2년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쁘기에 그런 문제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로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모든 신경이 집중돼 있기에 개인의 성향, 취향,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거나 자제한다. 

그러다 생존의 기반이 마련되고 한 숨 돌릴 상황이 되면 이제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고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주제로 서서히 떠오른다. 

업력이 쌓여가면서 사업방향, 목표와 전략, 성과 등을 두고 평가할 내용이 생기고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도 쌓인다. 이제 각자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제안하고 논쟁한다. 


창업기업이 첫번째 성장통을 겪을 때 대부분은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뭉뚱그려 리더십이라고 했지만, 여기에는 사업전략, 영업력, 기술력, 조직운영 능력 등 업무 그 자체와 관련된 것들도 포함되지만, 이보다는 개인의 캐릭터에 대한 것도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한다. 


'사장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한 사람 의견에 너무 끌려간다', '매번 결정이 바뀐다' 등의 불만이 나온다. 

아니 이 불만이 나오기 전에 창업멤버는 이미 여러 해를 지켜보고 중간중간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갈등은 친한 사람끼리 모여서 사업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해와 믿음의 깊이가 다르기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좀더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오랫 동안 친하게 지내 온 이들끼리 모여서 창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막상 함께 일을 하다보면 몰랐던 면을 알게 된다. 이건 마치 아무리 연인끼리 오래 동거를 하면서 궁합을 맞추더라도 막상 부부로 살게 되면 또다른 갈등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사소한 갈등들이 부딪혔다 가라앉고 문제는 반복되고 불만은 쌓이면서 넓혀진다. 처음에는 이것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다 마음에 안들기 시작한다. 

"내가 왜 이 회사에 몸담았을까? 계속 다녀야 할까?"  한번 든 회의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지고 단단해진다. 


꾹꾹 눌러왔던 불만, 고통, 아픔을 밖으로 표출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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