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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1 조직의 기본은 의미의 통일에서 시작
  2. 2020.10.05 손뼉이 마주치는 순간

전쟁 영화나 도둑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다보면 작전 시작 전 서로의 시각을 정확히 맞추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각자가 보는 시각이 다르면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이 '시각 맞추기'와 비슷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의미의 통일'을 들겠다. 

 

회사에서든 친구사이든 가족끼리든, 대화를 하다보면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 '완료'와 사장이나 영업담당이 이해하는 개발 '완료'는 서울과 대전만큼의 이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각자 이해하는 '완료'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라 말하면 누구는 영업을 근사하게(?) 표현한 말이라 이해하고 누구는 홍보라고 접수한다. 

 

이처럼 말로 표현을 해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흔한 게 인간사인데, 조직에서 각자의 역할에 대한 정의나 기대하는 바, 기대한다고 말하는 단어와 그것이 뜻하는 실제 의미 등 많은 부분에서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심전심이나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따위를 상호 신뢰나 팀워크의 근거로 삼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오해가 쌓여 갈등을 빚는 경우가 흔한데, 조직에서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관계는 조직의 팀워크나 분위기를 심각하게 해치는 단계로 악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가령 부장인 내가 과장인 A에게 기대하는 업무 능력과 성과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합의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같은 단어로 말하지만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다르게 이해한 것을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다.   

 

'수평적인 조직', '자율적', '주체적'... 많이 들어본 단어이고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함의가 무엇인지를 말해보자고 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이 아니라 서울-부산만큼 이해가 다르다. 심하면 아예 정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수평적인 조직이란 어떤 조직일까? 각자 간섭없이 자기 일 책임져서 처리하고, 어려운 이슈가 생기면 회의 소집해서 머리 맞대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그런 조직? 결제나 사전 보고도 없이 알아서 해도 되는 조직? 신입이나 20년 경력 부장이나 같은 레벨에서 자기 업무를 알아서 진행하는 조직? 

 

자율적은 어떤 자율인가? 알아서 자기 일 잘 찾아서 잘 하는 거라면, 알아서 했는데 잘 안되는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나? 담당자와 상사의 의견이 다르면, 더 나아가 담당자의 업무 내용이 조직의 사업 방향과 다르면? 자율적 해결은 어떤 걸 뜻하는가? 자율과 방종은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가?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머릿속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말과 행동의 차이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일까? 

상호 이해? 물론이다. 하지만 이해는 오해를 막아주긴 하지만 조직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모여있는 곳이 아니다. 목적을 정하고 목표를 수립하고,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해서 성과를 내야하는 곳이다.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관점의 정렬alignment'일 것이다. 흔히 회사는 사업 목표와 전략에 따라 그 하위 목표와 계획들이 수립된다. 사업을 정렬한다고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실행하려면 무엇보다 구성원간 '언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마케팅을 영업이나 홍보로 이해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이다. 한창 일을 만들고 난 뒤에야 '그게 그런 뜻이었다고?'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시작부터 이 지점을 확인하고 정의해야 한다. 

 

개발자가 완료라고 하는 건 베타테스트 버전일 수 있지만 영업자에게 완료는 당장 상용으로 풀어도 문제없는 완성품을 말하며, 마케터에게는 제품의 포지션부터 컨셉, 홍보전략까지 완비된 상태를 말한다.   

이해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그걸 확인하면서 느끼는 허탈함과 배신감은 여러모로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리는 실수에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갈등이 터져나온 A이사와 사장의 관계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관점의 정렬, 언어의 통일, 즉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얘기하는 것 말이다.

그럼, 이렇게 서로 불만이 쌓여 있고 감정이 상한 상태라면,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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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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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을 마주친다는 건 하이파이브처럼 뭔가 기분좋은 일이 있을 때나 마음이 맞을 때 쓰는 표현이지만, 조직내 갈등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불만인데 그 불만의 대상은 그런 줄 모르거나 알면서도 회피하면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뭔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서로 풀어보자고 나서는 그 순간, 손뼉을 마주쳤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아예 그런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한쪽만 열심히 손 흔들다 제 풀에 지쳐 떠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A 이사가 드디어 참고 참았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그전에도 우회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터라 더 이상 이대로는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회사 만들자고 의기투합했고 상호 존칭을 불러주면 뭐하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로 윽박지르기만 한다. 직원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본인의 잘못에는 너그럽고 직원의 업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독선적이다."


한번 터진 불만이 계속 이어져 나온다. 


"박봉과 야근의 연속에도 좋은 회사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열과 성을 다해왔다. 당장 회사 매출이 급하기에 우리 사업분야가 아닌 프로젝트도 군말없이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마냥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만 낸다. 

이게 동지로서 함께 하자는 회사의 모토에 어울리는 모습인가? 이런 식으로는 여기서 계속 일할 의미가 없다."


사장도 상대의 불만이 간단한 수준이 아님을 알고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서운하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함께 행복하자고 만든 회사이고 그 마음은 변한 게 없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문제라면 그 지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 허나 나도 내 나름대로 불만과 아쉬운 점은 있다."


사장도 그동안 상대에게 쌓인 불만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나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각자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를 바랬다.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자세를 갖고 노력하기를 바랬고 기탄없이 토론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노력보다 그냥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하려다 보니 일은 힘들고 시간은 길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이면서 불만만 높아지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익숙한 업무 방식을 따라 수동적으로 눈앞에 벌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열심히 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걸로 불만의 알리바이로 삼는 건 자신에게 냉정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좋은 모습은 아니다. "


각자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부족함과 아쉬움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하가 보스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물었는데 보스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란 대답은, 텍스트만 읽자면 뜬금없다. 위의 대화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맥락은 하나다. 


내가 기대하는 바를 채우지/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받는지 분명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몰라주니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실망하다 불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믿었기에 실망과 배신감도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이제 좀 회사를 키우려는 시점에 도원결의한 창업멤버들 사이에 터지는 이런 성장통은 회사를 휘청거리게 한다.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최악은 면하더라도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것만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이 어렵고 중요한 성장통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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