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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6 대화의 자세

사장이 약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갈등이 심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불만도 매우 격렬하게 표출된다. 

우리나라처럼 문화적 환경이 수직적이고 대화와 논쟁보다는 지시와 복종이 우선시되는 환경에서는 이런 불만과 갈등이 갑자기 펑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식으로 내 불만을 드러내야 할지를 모르고, 웬만하면 참고 따르는 게 미덕인 것처럼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문제제기의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이런 사회적 배경때문에 더욱 극적이고 격렬하게 나타난다. 

 

이미 서로 불만이 쌓여 있고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마주앉아 차분히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대화의 목적이 무엇일까? 갈등과 불만을 해결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다시 한번 으쌰으쌰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깊어진 믿음과 조직력으로 단단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맞는 조직을 찾아 떠나(보내)는 것일까? 혹은 좀더 시간을 갖고 갈등을 풀어가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일까? 

어느 것도 정답은 없지만 모두 해답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결과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대화에 임한다면 오히려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달성하겠다는 목적이 사고를 경직시키기 때문이다. 

 

이 대화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상관없다는 마음, 그리고 평가보다는 경청, 판단보다는 내 마음과 의도를 진솔하게 얘기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의 얘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인정하고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내 마음을 얘기해야 한다. 미처 다하지 못한 생각, 미처 표현하지 못한 기대까지 모두 다. 즉, 속마음까지 털어놓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업무성과, 태도, 전략에 대한 차이 등등으로는 갈등과 불만의 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런 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다가는 십중팔구 상대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내 의도를 방어하는 공성전으로 전락하게 된다. 

애초 이 대화는 상대를 딛고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닌데 하다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과 의도는 상대가 이해할 수가 없다. 맥락이 거세된 채 단지 논리적이기만 한 말로는 상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칭찬만 하고 마음에 안드는 모습이나 부족한 능력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이해해줬을 수 있다. 직원이든 사장이든 서로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에, 싫은 소리하면 싫어할 까봐 하는 마음에 비치지 못한 생각부터, 고백할 필요가 있다. 정작 해야 할 것은 이런 얘기이다. 

 

왜 나는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데 저 사람은 이상하게 보는지, 상대방의 눈으로 내 모습을 보아야 이해라는 게 가능해진다.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 선 채로 그냥 각자의 입장을 던지기만 해서는 누가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지구력 싸움이 될 뿐이다. 

 

그래서 조직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최초 진통에서, 아니 이후 모든 진통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고백이다. 

고백은 대화를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고해성사를 하라는 게 아니다.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 내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 자체가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쉽지 않다.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가기 위해서, 언젠가는 리더의 자리로 본의아니게 올라가야 할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용기이고 경험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성숙해진다.

사람도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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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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