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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05 손뼉이 마주치는 순간


손뼉을 마주친다는 건 하이파이브처럼 뭔가 기분좋은 일이 있을 때나 마음이 맞을 때 쓰는 표현이지만, 조직내 갈등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때도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불만인데 그 불만의 대상은 그런 줄 모르거나 알면서도 회피하면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뭔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서로 풀어보자고 나서는 그 순간, 손뼉을 마주쳤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아예 그런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한쪽만 열심히 손 흔들다 제 풀에 지쳐 떠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A 이사가 드디어 참고 참았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그전에도 우회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터라 더 이상 이대로는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회사 만들자고 의기투합했고 상호 존칭을 불러주면 뭐하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로 윽박지르기만 한다. 직원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본인의 잘못에는 너그럽고 직원의 업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독선적이다."


한번 터진 불만이 계속 이어져 나온다. 


"박봉과 야근의 연속에도 좋은 회사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열과 성을 다해왔다. 당장 회사 매출이 급하기에 우리 사업분야가 아닌 프로젝트도 군말없이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마냥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만 낸다. 

이게 동지로서 함께 하자는 회사의 모토에 어울리는 모습인가? 이런 식으로는 여기서 계속 일할 의미가 없다."


사장도 상대의 불만이 간단한 수준이 아님을 알고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서운하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함께 행복하자고 만든 회사이고 그 마음은 변한 게 없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문제라면 그 지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 허나 나도 내 나름대로 불만과 아쉬운 점은 있다."


사장도 그동안 상대에게 쌓인 불만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나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각자 주체적으로 일을 하기를 바랬다.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자세를 갖고 노력하기를 바랬고 기탄없이 토론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노력보다 그냥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하려다 보니 일은 힘들고 시간은 길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이면서 불만만 높아지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익숙한 업무 방식을 따라 수동적으로 눈앞에 벌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열심히 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걸로 불만의 알리바이로 삼는 건 자신에게 냉정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좋은 모습은 아니다. "


각자가 생각하는 상대방의 부족함과 아쉬움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하가 보스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물었는데 보스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란 대답은, 텍스트만 읽자면 뜬금없다. 위의 대화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맥락은 하나다. 


내가 기대하는 바를 채우지/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대받는지 분명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몰라주니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실망하다 불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믿었기에 실망과 배신감도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이제 좀 회사를 키우려는 시점에 도원결의한 창업멤버들 사이에 터지는 이런 성장통은 회사를 휘청거리게 한다.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최악은 면하더라도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것만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이 어렵고 중요한 성장통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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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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