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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7 복지는 철학에서 나온다
수영장 딸린 회사, 하루 세끼 건강식을 제공하는 회사, 결혼하면 축하금 천만원을 주는 회사, 출퇴근이 자유로운 회사... 
새롭고 독특한 복지제도나 근무 형태로 언급되는 회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대부분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은 젊은 중소기업들이다.  
꿈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혁신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건 매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신호다. 
'착한 사장은 돈을 못 번다', '복리후생에 쓰는 돈은 그냥 비용이다' 같은 통념을 실천과 실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은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구성원이 행복하면서 업무 성과도 높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경영자에게는 이런 사례들이 많이 참조가 되고 벤치마킹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주의할 점은 복지를 제도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이런저런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앞서 도입한 회사처럼 비슷한 성과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고,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되듯이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글을 아무리 벤치마킹해도 구글이 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업무 시간에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회사, 필요하면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 회사, 그래도 성과가 잘 나오는 회사라면, 그것은 일과 사람에 대해 경영자 나름의 확실한 철학이 있고, 업무 성과 평가에 대한 나름의 시스템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한 그런 자율적이고 신뢰하는 조직 문화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으며, 구성원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훈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회사들의 혁신적인 복지제도나 우수한 경영 방식을 벤치마킹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사람, 조직, 일, 성과에 대해 경영자가 갖고 있는 철학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철학에 따라 기업내 구체적인 제도 하나하나까지 일관되게 투영되는 것이 곧 기업문화가 되고, 그것이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업무 성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혁신적인 복지제도가 우수한 업무 성과를 낸 것인지, 성과가 우수해서 그 여력으로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형성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이 둘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로 보는 게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석과 자기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없이 도입하는 복지제도는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으나 애초 의도한 효과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만약 복지를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업무 성과와 연계는 일단 분리해서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즉, 우수한 복리후생이 우수한 업무 성과를 자동적으로 낳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부족한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조직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런저런 복리후생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제도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업무에서도 좀더 나은 성과를 내는 데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종종 그 의도와 반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흔한 과정과 모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입 초기에 직원들이 반짝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불과 몇달 지나지 않아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제도 도입 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간다. 
복지제도가 늘어나니 비용도 늘어났지만 매출이나 이익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사장은 서운하고 직원들은 그런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그러다보면 결국 수익이 나지 않아 하나둘씩 복지제도를 축소하게 된다. 
누리던 걸 못 누리게 된 직원 입장에서는 자기가 갖고 있던 걸 뺏겼다는 상실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가지게 된다. 
한편, 사장도 이런 구성원의 모습을 보며 '선한' 의도가 그만큼의 이해도 받지 못하고 효과도 없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선의를 거두어 들이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가 특별히 약삭빠르거나 못된 탓도 아니다.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복지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향상시키는 목적과 경쟁력있는 복지제도를 통해 좀더 우수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제한해서 보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의 효과는 거둘 수 있으면 좋으나 욕심낸다고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음 상할 일도 없고 애초 획득 가능한 효과를 거두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자가 지향하는 기업의 비전, 사명, 철학, 성과는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을 일관성있게 연결하고 자신있게 전파하고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떤 복지제도를 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거꾸로 우리 조직이 가져야 할 기업문화는 무엇인지, 업무와 성과에 대한 태도는 어떤 것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파고 내려가며 답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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