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운영의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성과나 성장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꼽아보자. 

1. 경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이 가장 흔히 겪는 어려움이나 불만 중의 하나가 직원의 경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과장 직급을 달 정도의 직장 경력이지만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이나 팀 리딩 능력은 전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급 인플레이션'이 심한 곳이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과장, 차장, 부장이 모두 있지만 사장이 일일이 상세한 업무까지 관여해서 하나하나 체크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회사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직원들의 능력 계발을 위해서 투자를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각자 알아서 실력을 키워주기를 바라거나 '구르면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더 많다. 
직원도 맡은 역할과 자신의 경력에 비례해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아예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결국 회사와 직원, 서로에게 반반씩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2. 사장만의 주관적인, 또는 형식적인 인사 평가 
20~30여 명 이하의 작은 조직에서는 굳이 누구의 평가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사장이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이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의욕이 있는지 없는지, 맡은 일이 적성에 맞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장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감정이 인사 평가에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다 조직이 점점 커지면 체계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데, 실제로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흔하다. 차라리 주먹구구식으로 사장이 직접 하는 게 더 나은 경우도 많다. 

3. 일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위, 노동생산성은 23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위라는 통계가 있다. 즉, 일하는 시간은 최고 수준인데 성과는 그 절반도 안나온다는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는 점은 일을 할 때 '왜(Why)'라는 질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야 이 업무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지고, 그 결과로서 성과가 나오거나 시행착오나 경험을 통해 역량이 올라갈 수 있는 데,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부분을 흔히 간과한다. 
Why는 없이 습관적으로 바로 'What(무엇을)'과 'How(어떻게)'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을 해도 무엇이 성과였는지, 다음 번에는 어떤 점을 보강하고 강화해야 하는지 따위를 정리하기가 막연하다. 애초 기획안도 딱히 뭘 하겠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두루뭉실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4. 전략다운 전략이 없다
전략이 없다는 것은 전략 수립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 인력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회사의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문적인 분석이나 기획 역량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자신의 경험과 감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거꾸로 근거를 세워가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전략 따로 실행 따로'로 가면서 실제로는 그동안 해왔던 일을 별다른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국 남는 건 올해 달성할 매출 목표 등의 회계적 목표 뿐이다. 
익숙하게 해왔던 일을 익숙한 방식과 관점으로 진행하면서 성과는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이럴 때 회사가 보여주는 최악의 선택은 좀더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위기감을 조장하여 채찍질 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고지가 저기라고 외치고 병사 뒤에서 총질하는 게 전략은 아니다. 그건 그냥 지휘관의 무능력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5. 사장의 독선 
믿을 만한 직원은 없어 보이며 능력있는 직원은 조직 충성도가 약해 보이고, 사장이 하루라도 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배신을 당하고(당했다고 생각하고) 인간적인 상처를 받으면서 결국 믿을 건 사장 자신과 돈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월급 준만큼 악착같이 일 시키고 못하면 냉정하게 자르고 잘하면 몰아서 준다(이렇게라도 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귀막고 눈막고 오직 사장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믿고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가 커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를 기대할 수 없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장이라도 혼자서 조직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는 유유상종,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비슷한 부류의 사람끼리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신뢰를 주지 않으면 그 사람도 내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고, 그것은 다시 '역시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인격적 성숙이다. 방법론 차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 그리고 자신을 상대화, 객관화해서 보는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사업을 한다는 건 마음을 갈고 닦는 과정이다. 흔히 하는 말로 '도 닦는'게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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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이 잘못하면 징계를 내리겠지만 임원이 잘못하면 누가 제어하는가? 사장밖에 없다. 사장이 바빠서 그런 걸 일일이 체크하지 못한다면? 배가 산으로 서서히 올라간다. 

막힌 조직이라면 누구나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거나 산에 이미 올라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험담, 냉소, 비난 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지만 사장이나 임원만 모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은 더욱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건 절반만 맞다. 임원은 특권이 아니라 높은 인성과 풍부한 경험, 우수한 성과를 거둔 사람임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그만큼의 지식과 경험, 인격적인 성숙, 넓고 깊은 안목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기도 잘 모르는 업무를 결재하는 자리도 아니고, 떠받듬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것도 아니고 조직의 운명을 혼자서 감당하는 엄청난 부담감에 짓눌리는 자리도 아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현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책임과 권한이 더욱 커지는 일반적인 조직구성은 거꾸로 된 구성이다.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은 현장과 밀접한 현업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현업에서는 동료들끼리 바로 옆에서 판단의 옳고 그름과 효과와 성과에 대해 검증할 수가 있고,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결재와 보고라인이 항상 밑에서 위로만 향하고, 권한도 위로 올라갈수록 커지게 구성돼 있는 것은, 하부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상부에서 검토해서 결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과 부하 직원은 관리를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 대리가 만든 기획안은 과장, 팀장, 부서장이라는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는 저 연어들과 비슷하고, 21세기를 사는 청소년의 기획안을 20세기를 산 교사한테 검토를 맡고, 19세기 마인드를 간직하고 있는 교장한테 최종 허가를 받는 식과 비슷하다. 


물론 중소기업에서 임원과 직원의 괴리는 대기업처럼 그리 크지 않다. 비슷한 또래로 비슷한 감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충분히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실제로 창업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활기차게 조직이 돌아간다. 문제는 조직이 수십명 단위를 이루고 백여명 규모까지 커지게 되면 급격하게, 또는 서서히 이런 장점이 사라지고 조직이 경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무진의 의견을 상사가 검토하는 것과 결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선임자가 후임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고 그것이 선임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전투를 벌이는 당사자가 승리를 위해 순간적인 판단과 대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때마다 상사에게 총을 쏠지, 수류탄을 던질지, 후퇴할지 전진할지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현업에서 벌이는 일은 이미 많은 동료들과 위아래 구성원들을 통해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의나 결재라는 좁디좁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런 검토와 검증의 기회,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장점을 강화할 기회는 확 줄어든다.  


예를 들어, 누군가 좋은 신제품 개발을 기획했다치자. 기존 수직 체계에서는 신제품 개발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팀장을 거쳐 부서장, 임원, 사장까지 차곡차곡 결재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애초 기획 의도대로 그 아이템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기획안이 통과되었다 하더라고 부서간 협의라는 만만찮게 어려운 과정이 또 남아 있다. 

미식축구의 쿼터백처럼 온갖 방해를 뚫고 백번 시도에 한번 겨우 터치다운에 성공할까 말까하다. 왜 그래야 하는가?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재를 위한 결재가 목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의욕에 불타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굳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위해서 나설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게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이 집중되는 지금의 수직적 체계를 수평으로 늘어뜨려 분산시켜야 한다. 각각의 업무에 대한 결정을 현장 담당 부서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정을 위에서 하면 할 수록 현업의 책임감은 그에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내가 일을 하지만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일을 주체적으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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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뛰어난 리더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한 사람이 만명을 먹여살리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거나 영입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렇게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할 수록 조직의 역동성과 자발성은 점점 떨어진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재능에 기댄 조직은 아무리 지금 훌륭한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그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게 되고, 누구도 그런 사람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가 중요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을 간부로, 임원으로, 사장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한을 리더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결정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할이다. 전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지 개별 전투에서 어떻게 싸울지 일일이 보고 받고 간섭하고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다. 


일을 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은 그 일의 의미를 알고 목적을 안다는 뜻이다. 따라서, 왜 그 일을 하는지(Why)가 분명하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할 지는 담당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하면 된다. 리더가 관리할 지점은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일이 검토하고 지시하는 것은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감도 안 잡히는 신기술 개발을 추진할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그 기술 개발이 과연 성과가 있을지를 따질 때 실무자가 빠뜨리거나 보지 못한 점이 없는지를 체크해주는 게 리더가 할 역할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훌륭한 리더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능력을 결집해서 하나로 모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면서 한때 '히딩크 리더십'이 크게 유행했었다. 인맥 학맥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선후배 위계질서를 깨뜨려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뻥 축구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생각있는 축구를 도입했고, 감독의 작전을 수행할 기초체력을 쌓는 것에 충실했다. 
선수들이 팀웍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고, 현실에 만족하거나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여전히 배고프다'고 했다. 
판을 읽고 흐름을 타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리더의 할 일임을 히딩크는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리더는 감독이지 선수가 아니다.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든다고 대신 경기장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의외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리더가 매우 많다. 그리고, 그것이 리더가 할 일이라고 착각하는 분들도 많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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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무능력해지는 수준까지 승진하려고 한다." 

피터의 원리에 나오는 유명한 명제다. 무능한 사람이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하면서 무능해진다는 말이다. 무능해지기 위해서 승진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 말은 조직 구성 자체가 사람의 의지와 능력과는 무관하게,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전에도 말했듯이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체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상명하달, 책임과 권한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지금의 조직 구성이 이런 무능력을 배양하는 토양이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사장이나 임원이 의욕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데 아무리 현실성이 떨어지고 문제가 있다 한들, 어느 누가 감히 문제가 있으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가 있나. 그래서, 잘되면 경영진의 능력 덕분이고 못되면 시장환경이나 실무진의 능력부족이 된다. 이도저도 안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슬며시 묻어버리고 유야무야로 끝낸다. 


피터의 원리가 말하는 바는 수직적 조직 체계에서 조직을 위험하게 하거나 무능하게 만드는 것은 일반 직원이 아니라,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상사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현장을 좌우할 결정을 내리는 지금의 의사 결정 구조는 항상 위험과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모르는, 감각이 떨어져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무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위기에 빠진 조직을 일으켜 세우는 리더들은 예외없이 현장으로 내려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위에서 내려오는 전략이나 정책이 그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그럼에도 그런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불필요한 수고와 낭비를 불러오는 경우는 또 얼마나 흔한가. 

이런 식으로 충분히 사전에 위험이나 실패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걸러내고 차단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조직이나 경영 전략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경영진만 빼고는 다 알고 공감하고 있는 상황은 왜 발생하는가? 
이것을 단지 리더의 부족한 역량 탓이나 외적 환경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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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의 법칙과 조직의 복잡도> 


회사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도 늘고 부서도 하나둘씩 늘어나게 마련이다. 

팀, 본부, 사업부, 실 등 다양한 부서가 생기고, 팀 내부는 물론이고 팀 사이에 협의할 일도 늘어나고, 결재를 받아야할 일도 늘어나며, 결재 단계도 점점 늘어난다. 이 모두가 에너지를 점점 더 많이 쓰게 되는 과정이고 엔트로피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에서는 자연계에서 무질서도를 뜻하는 엔트로피는 늘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방향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추려고 개입하지 않는 이상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역설적인 것은 점점 분업화, 전문화하는 업무 규정과 조직 구성, 잘 정리된 업무 처리 절차 등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여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이 오히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조직에서는 '복잡도'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조직은 자연스럽게 점점 복잡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잡도를 최대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직 구성이나 담당 업무가 생겨난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옥상옥의 구조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역으로 복잡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서간 협의가 안되니 공식적인 부서협의 채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한다. 정보 공유가 안되니 주기적으로 전사 미팅 시간을 만들고, 월요일 아침마다 팀, 부서, 임원 등 각 단위마다 업무보고와 회의를 한다. 하루 내내 회의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다보면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실무자든 관리자든 자신의 머리속이 복잡해서 한치 앞을 생각하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한다고 평가하거나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 객관적으로 그건 그냥 바쁜 거지 제대로 일 한다고 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투입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투입 시간이 늘면 늘수록 품질은 점점 떨어져서 평균으로 수렴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출처 : Organization Chart of a Large Company Manufacturing Stoves, 1914>


<통합과 일반화가 답이다


꾸준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장할 수록 복잡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업무를 더 잘게 나누거나 분업화와 전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체계를 만들면 만들수록 애초 목적과 의도와는 다르게, 일의 처리 속도는 느려지고 효율은 떨어지며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으로 작동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체계없는 체계'이다. 

창업 초기에 구성원들이 일하던 방식을 떠올려보면 된다.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분업보다는 통합, 전문화보다는 일반화로 나가야 복잡도를 낮추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초기 벤처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통합적인 업무 처리 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 성장했는데 오히려 성과를 내는 시점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때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기존 회사 조직처럼 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90여년 전 GM의 앨프리드 슬론이 도입한 조직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조직 구성이 여전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머리 따로, 손 따로, 발 따로, 전문화된 역할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테일러주의적 조직 구성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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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플레깅이 쓴 <언리더십>이란 책에서는 '경영은 열등한 노동'이라고 못박는다. 경영자의 역할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 손상된 장기를 치료하는 의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비슷하다는 말은 허튼소리이자, 영웅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사람은 관리하고 통제하고 자극해야 한다는 X 이론이 있다고 본다. 

경영은 실패를 예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이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경영을 요구한다. 또 직원들을 믿지 못할 때도 그렇다. 경영자들은 실행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린다. 실행하는 사람들은 결정된 사항을 지시받을 뿐이다. 결정을 먼저 내린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고민한다. (<언리더십> 중에서)

조직이 작을 때는 이 문제가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의사결정자와 결정을 수행하는 실무자 간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점 현장과 결정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결정하던 집단지도체제에서 사장, 임원, 본부장, 팀장, 팀원 등으로 역할이 전문화된다. 즉, 결정하는 머리와 실행하는 손발이 분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획안, 협조전, 지출 결의서 등 다양한 내용의 결제판이 등장하고, 상하간, 부서간 의사소통이 점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이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이 좀더 커지면 대표이사와 함께 하는 점심식사, 타운홀미팅, 체육대회, 워크샵 등의 이벤트가 생긴다. 모두가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대면접촉을 늘리려는 시도이다. 이런 활동들도 모두 경영의 중요한 일환이라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이 커지면 왜 이런 식의 이벤트가 등장하는지, 아예 그럴 필요가 없는 조직을 만들 수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부분 조직이 커지고 정책입안자와 결정권자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큰 조직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이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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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체계>
나는 대부분의 기업이 갖추고 있는 조직 구성의 원리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직이 성장하면 할 수록 그만큼 문제를 키우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 구성의 원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념을 깨는 조직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의 지향을 보면 결국 이 모순을 풀어내는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령,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전통적인 지위가 없고 작은 팀 단위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모든 직원이 수평으로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닝스타는 자신의 한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동료들이 평가한다. 
국내 솔루션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출퇴근 규정이 따로 없고 필요할 때 효과적인 곳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성과를 자기가 책임진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징벌이 없고 정년이 없고 상대평가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과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기업, 구성원의 회사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결정과 실행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대 기업조직의 원형, 슬론과 테일러>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기업의 조직은 ‘현대 관리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프리드 슬론이 만든 뼈대를 기초로 하고 있다. 경영과 생산의 분리, 사업단위 구분, 전문분야 책임경영인 제도 확립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서를 나누는 사고의 시발점은 테일러주의였다. ..이런 방식은 기계를 돌리는 데서 비롯되었다. 기계를 돌릴 때는 시스템을 기능별로 나누는 것이 실용적이다. (<언리더십> 중에서)

리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부터 미국식 경영 방식이 유행하면서 연봉제와 팀제가 연공서열제와 호봉제를 대체하면서 조직 구성의 기본 원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무늬만 연봉제', '무늬만 팀제'인 시기를 거쳐 완전연봉제, 실력에 따른 직책 부여 등을 시행하다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다. 
완전연봉제는 미국에서도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인한 성과 저하, 소속감 약화 등의 폐해를 겪으면서 문제 의식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무한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며 효과도 높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조직 구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바로, 슬론이 수립했던 경영과 생산의 분리, 즉 경영의 전문과 집중화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것은 컨베이너 시스템에 기반한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대에 그 효과를 입증하면서 현대 기업 조직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과연 머리와 손발의 역할을 따로 나누는 이런 조직 운영 원리가 현대에도 적절한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형태의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 곳도 많겠지만, 시간이나 양으로 잴 수 없는 지식집약적인 산업, 가령 SW 개발, 인터넷 비스니스와 같은 IT 산업분야에서도 이런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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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전략이나 전략적 판단을 많이 얘기한다. 그래서 전략 수립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론들이 있고 성공기업들의 전략을 연구해서 그것을 이론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성공 전략의 담지자로서 개인을 영웅화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이건희 등 대부분 뛰어난 경영자의 선지자적 혜안, 과감한 결단, 혁신적인 사고 등을 근거로 든다. 

물론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딩크가 아니었으면 월드컵 본선 1승이 꿈이었던 한국 축구를 누가 4강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고 히딩크도 아니다. 닮고 싶은 모습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이 기업 경영자의 표준일 수는 없다.



가령 오래되고 정체된 덩치큰 조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연륜과 경험, 지혜를 갖춘 사람이 경영자의 위치에서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식의 혁신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수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의 능력과 지혜를 모여서 운영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정 뛰어난 경영자라면 건강한 DNA를 기업 문화에 새겨서 자신이 빠져도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영속을 꿈꾸는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걸 기대야 하는 한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꾸준하고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와 체질이다.

뛰어난 리더가 죽음을 눈앞에 둔 조직을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멀쩡하게 잘 나가는 회사가 리더의 판단 착오로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경우든 회사가 지향할 모습은 아니다.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가중치를 심하게 두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장 본인이 먼저 경계하고 조심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카리스마 넘치고 인자하면서도 과단성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춘 사람, 그래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마침내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 놓는 사람. 대략 이정도가 우리가 흔히 들어본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모두가 반대하는 사업확장, 신규 시장 진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결정으로 우량 기업이던 회사가 졸지에 한계기업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리더는 고독한 자리라고 한다. 기업의 미래, 구성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 누구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고, 실패했을 때 그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은 따로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추고 있고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객관적인 사람, 항상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천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혼자서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메고 가서도 안된다. 이미 현대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능력자에게 조직의 존망을 걸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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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출발, 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가?> 

톨스토이가 쓴 작품 중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난 이 말을 약간 수정해서 기업에는 이렇게 적용하고 싶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실패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하다’


직접 경험하고 또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중소기업의 시작과 성장, 정체, 실패와 성공의 드라마를 보게 되면 거의 예외없이 겪는 성장통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재도약을 하기도 하고, 축소되거나 생명만 근근히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저런 과정에서 사장이 겪는 고민, 감정, 서운함, 난감함이 비슷비슷하다. 회사의 업력, 인원, 매출, 그리고 사장의 기본 성향 정도만 파악하면 지금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중소기업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는 비슷할까. 나는 이것이 궁금했다.


<성장의 정체,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

중소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10여명 짜리 회사가 100명 규모로 커지다 폭삭 망가지는 과정을 겪어보기도 했고, 본의아니게 만 6년을 사장의 자리에서 경영을 해보기도 했다. 

18년 일을 하면서 직접 느낀 점과 성공한 기업, 주목받는 기업들의 사례나 책을 읽으면서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 구성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구성은 비전, 가치, 기업문화, 복리후생 등 다양한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네모면 어떤 내용을 담든 네모가 되고 세모가 되면 세모가 된다. 따라서 담을 내용이 네모라면 세모라는 형식에 담길 수 없다. 결국 모순이나 마찰이 생기게 된다. 

물론 그릇이 네모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네모 형태의 내용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네모라는 형식이 필요조건인 건 분명하다.

단순화시켜 얘기하자면, 초기 기업이 시장에서 점점 성장을 해나가다가 어느 순간 정체되거나 다시 쪼그라드는 현상의 이면에는 형식과 내용의 부조화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서 성장까지, 일반적인 모습>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맨바닥에 헤딩하면서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나가면서 일도 늘어나고 매출도 늘어난다. 어느덧 서너명이 힘 모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다.  직원을 한두명씩 뽑기 시작하고 뽑은 만큼 매출도 늘어난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의욕도 여전히 넘쳐난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조직은 커진다.


업력이 3~5년차에 이르자 매출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인원도 늘어난다. 의자만 돌리면 전사미팅을 할 수 있고 수시로 전략을 얘기하고 시시콜콜한 일까지 머리맞대던 시절이 지나고, 인사, 총무, 영업, 개발, 기획 등 기본 업무별로 팀이 구성된다. 그리고, 몇년이 더 흘러 임직원이 20~30명, 많게는 50명을 헤아리게 되고, 이제 여러 명의 임원과 팀을 관할하는 사업본부까지 생기는 회사로 커진다. 명실상부하게 시장에서 자신의 발로 우뚝선, 유망한 중소기업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일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사람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지가 않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무임승차자도 보이고,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보이고, 직책은 팀장인데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헤매는 사람도 보인다. 사람은 늘었는데 정작 사장은 여전히 바쁘고, 하나하나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 판관비는 30% 늘었는데 매출은 10% 밖에 늘지 않는다. 결국 손해다. 성장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앞으로 벌로 뒤로 밑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런 식의 위기가 보통 직원이 20~30명 규모에 이르면 처음으로 오는 것 같다. 이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또는 빠른 기간내에 무너져내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행복한 경우라면 사업 아이템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거나 제품 자체의 우수성 덕분에 이 시기에 나타나는 조직적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경우에도 직원이 100여명 규모가 되는 즈음에 2차 위기가 다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쌓였던 문제가 잠복기 동안 더욱 악화된 후에 드러나기 때문에 웬만한 치료법으로는 해결이 매우 어렵게 된다. 

복지강화, 다양한 이벤트, 근무 기강 확립, 외부 인사 영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매출은 정체되고 직원들의 사기는 쉽사리 올라가지 않는다. 타 기업에 비해 연봉도 좋고 근무 환경도 좋은데 업무 만족도는 떨어져 있고, 조직 전반에 위기감과 매너리즘이 묶음으로 널리 퍼져 있다. 

밖에서 보기엔 100억대 매출을 일으키는 전도유망한 기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덩치큰 공룡, 동맥경화에 걸린 조직이 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이만큼 커왔지만 시장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풀썩 무너져버릴 것 같은 허약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적으로 문제가 곪아 있을 때 해결의 주인공은 사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근원이 사장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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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적인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가지 징후들을 정리해봤다. 물론 이런 징후 한두가지 나타나지 않는 조직은 많이 없겠지만, 그 징후들이 많거나 상태가 심각하다면 진지하게 조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 사장의 리더십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1. 퇴사자 중 입사 1년 안팎의 직원들이 많다 
  2. 메일에 참조자(cc)가 많다. 
  3. 소문이 많다
  4. 회의때 조용하다
  5. 사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6. 경리가 자주 바뀐다
  7. 사소한 결정도 임원이나 사장이 한다 
  8. 직원이 보고가 아니라 전달을 한다
  9. 사장만 바쁘다 
  10. 사내 정치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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