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뉴스레터를 받다보면 종종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구인 공고를 볼 경우가 있다. 또는 가끔 로켓펀치같은 IT 특화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인공고를 보기도 한다. 

스타트업도 그 나름이듯, 창업 극초기 상대는 진작에 지났고 시리즈A 투자까지 받고 직원도 수십명, 적어도 10명대는 넘는 회사들이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잡 포지션은 개발자들 중심이다. 문송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박혀 있는 기획, 마케팅, 인사관리 등도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자들만 채용 대상이다. 별다른 사회 경험도 없는 창업자가 세워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도 경력만 뽑는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경력자만 우선하는 이런 식의 인력 채용은 매우 치사하고 게으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구인 '체리피커'라고 본다. 

바쁘니까 바쁠 뿐이다. 바쁜 흐름에 몸을 내맡기고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주 익숙한 흐름을 바꿀 생각이 없기에 게으르다. 

 

그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루가 성장하고 있고, 투자자의 기대치도 만족시켜야 하고, 재무제표는 적자였도 지표는 성장해야 하니까. 일은 늘어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줄지 않고 도전해야 할 일은 또 줄을 서 있다. 

당장 실무에 투입할 '준비된 인재'를 뽑아서 중요하고 급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보다야 경력을 뽑는 게, 연봉을 더 많이 주더라도 이쪽이 투자 대비 효과가 좋으니 회사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과연 그런가? 당장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격은 아닐까? 

 

경력자를 뽑으면 여러모로 편하다. 기본적인 사내 업무 스타일만 익히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 긴 OT도 필요없고 사수도 별 필요없다. 우리 조직의 비전, 문화, 업무 규칙, 사내인프라 정도만 익히면 끝이다. 

이런 식으로 경력직만 뽑다보면 나중엔 신입을 뽑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낯설게 된다. 아니 그냥 귀찮아진다. 굳이 신입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서 잘 나가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신입을 뽑아서 한 사람분의 업무를 맡을 수 있을 때까지 키워나가는 것에서 회사도 배운다. 회사의 인재 육성 능력이 키워진다. 신입에게 조직, 업무, 회사 생활 전반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가 있어야 된다. 

그것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고 자산이 된다. 당장 아쉽고 급하지만 한 사람을 육성해내서 성과를 내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누적되면서 가능성을 품은 우수한 인재를 고르고 키우는 능력이, 회사가 오래도록 존재하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은 밥심으로 버티고, 기업은 신입을 키우는 능력이 쌓이면서 성장한다. 

 

신입을 받아봐야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회사 전반의 프로세스와 문화에서 비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신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도 성장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과정을 겪어 보지 못하면 그 조직의 경력자든 그 회사 자체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신입은 아까운 시간 낭비, 언제 나갈지 모르는 이에게 소모되는 불확실한 투자가 아니라 조직을 제대로 키워나가는 필수적인 토대 중의 하나이다. 

 

 

 

 

 

 

 

 

 

 

 

 

Posted by 티나게
,
조직 운영의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성과나 성장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꼽아보자. 

1. 경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이 가장 흔히 겪는 어려움이나 불만 중의 하나가 직원의 경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과장 직급을 달 정도의 직장 경력이지만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이나 팀 리딩 능력은 전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급 인플레이션'이 심한 곳이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과장, 차장, 부장이 모두 있지만 사장이 일일이 상세한 업무까지 관여해서 하나하나 체크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회사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직원들의 능력 계발을 위해서 투자를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각자 알아서 실력을 키워주기를 바라거나 '구르면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더 많다. 
직원도 맡은 역할과 자신의 경력에 비례해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아예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결국 회사와 직원, 서로에게 반반씩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2. 사장만의 주관적인, 또는 형식적인 인사 평가 
20~30여 명 이하의 작은 조직에서는 굳이 누구의 평가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사장이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이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의욕이 있는지 없는지, 맡은 일이 적성에 맞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장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감정이 인사 평가에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다 조직이 점점 커지면 체계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데, 실제로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흔하다. 차라리 주먹구구식으로 사장이 직접 하는 게 더 나은 경우도 많다. 

3. 일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위, 노동생산성은 23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위라는 통계가 있다. 즉, 일하는 시간은 최고 수준인데 성과는 그 절반도 안나온다는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는 점은 일을 할 때 '왜(Why)'라는 질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야 이 업무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지고, 그 결과로서 성과가 나오거나 시행착오나 경험을 통해 역량이 올라갈 수 있는 데,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부분을 흔히 간과한다. 
Why는 없이 습관적으로 바로 'What(무엇을)'과 'How(어떻게)'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을 해도 무엇이 성과였는지, 다음 번에는 어떤 점을 보강하고 강화해야 하는지 따위를 정리하기가 막연하다. 애초 기획안도 딱히 뭘 하겠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두루뭉실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4. 전략다운 전략이 없다
전략이 없다는 것은 전략 수립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 인력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회사의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전문적인 분석이나 기획 역량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자신의 경험과 감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거꾸로 근거를 세워가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전략 따로 실행 따로'로 가면서 실제로는 그동안 해왔던 일을 별다른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국 남는 건 올해 달성할 매출 목표 등의 회계적 목표 뿐이다. 
익숙하게 해왔던 일을 익숙한 방식과 관점으로 진행하면서 성과는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이럴 때 회사가 보여주는 최악의 선택은 좀더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위기감을 조장하여 채찍질 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고지가 저기라고 외치고 병사 뒤에서 총질하는 게 전략은 아니다. 그건 그냥 지휘관의 무능력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5. 사장의 독선 
믿을 만한 직원은 없어 보이며 능력있는 직원은 조직 충성도가 약해 보이고, 사장이 하루라도 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배신을 당하고(당했다고 생각하고) 인간적인 상처를 받으면서 결국 믿을 건 사장 자신과 돈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월급 준만큼 악착같이 일 시키고 못하면 냉정하게 자르고 잘하면 몰아서 준다(이렇게라도 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귀막고 눈막고 오직 사장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믿고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가 커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를 기대할 수 없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장이라도 혼자서 조직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는 유유상종,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비슷한 부류의 사람끼리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신뢰를 주지 않으면 그 사람도 내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고, 그것은 다시 '역시 사람은 믿으면 안된다'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인격적 성숙이다. 방법론 차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 그리고 자신을 상대화, 객관화해서 보는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사업을 한다는 건 마음을 갈고 닦는 과정이다. 흔히 하는 말로 '도 닦는'게 사업이다. 
 







Posted by 티나게
,

얼마전 십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동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대답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나도 몇년 사업을 하면서 비슷하게 생각했다. 잘되든 못되든 내가 판단해서 결정했고 그 책임도 내가 진다는 게 사업의 매력이다. 그 과정이 항상 어렵고 외로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 자유의지라는 점이 끊을 수 없는 마약같기도 하다. 


문제는 사장은 그런 매력을 만끽하고 그 맛에 사업을 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은 그런 매력을 느낄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장이나 상사를 만나면 권한위임 차원에서 일부 결정권이 넘어오기는 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여전히 윗사람의 판단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내 행동의 방향과 행동 여부를 타인의 의지에 맡겨야 하고, 내가 이렇게 하고 싶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즉 내 의지를 남에게 의탁하고 허락받아야 한다. 이것이 그 어떤 당근으로도 풀리지 않는 갈증의 근원이다. 


결정은 업무의 전제가 아니다.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재미있는 업무의 한 부분이다...그래서 모든 결정은 다 소중하며, 최대한 널리 분산되어야 한다. 의미있는 결정을 내릴수록, 그만큼 일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언리더십> 중에서)


보통 사장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놀면서도 문득 사업 아이템이 떠오르기도 하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회사에서 탈출했다거나 내일 회사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끝을 알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월요병이 도지는 게 아니라,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다음 주에는 뭘할까를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직원의 마음은 정반대이다. 온갖 회의와 보고, 상사나 부하와 갈등, 눈치보기, 사내 정치 등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고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편하게 쉬지 못한다. 짧은 휴일이 지나면 다시 그 전쟁터로 끌려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출처 : http://www.midasit.com/)


마이다스아이티, 제니퍼소프트, 고어, 구글, 모닝스타,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조직이 크든 작든 대안적인 조직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고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은 예외없이 책임과 권한을 나눠서 맡기지 않는다.  

사람이 머리는 없이 손발만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직을 사람으로 은유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사장이 머리고 직원이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사람이 아니라 아메바에 가깝고, 프랙탈 구조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교세라 그룹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안한 아메바 경영은 조직의 각 단위들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경영하는 기법이다. 일종의 독립채산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책임뿐만 아니라 권한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립채산제 경영을 도입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지만 뚜렷하게 대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조직 경영 기법으로만 도입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런 경영기법은 기법 이전에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노동은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정신을 고양하고 마음을 갈고 닦는 수양의 방법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행복거래 장터다.

회사는 행복생산 공장이다. 

사업은 행복거래 행위다. 

매출은 행복효용 총량이다. 

이익은 행복시너지 기반 재원이다. 

구성원은 핵심가치 추구자다. 

('마이다스' 메시지 중에서)

Posted by 티나게
,

부하직원이 잘못하면 징계를 내리겠지만 임원이 잘못하면 누가 제어하는가? 사장밖에 없다. 사장이 바빠서 그런 걸 일일이 체크하지 못한다면? 배가 산으로 서서히 올라간다. 

막힌 조직이라면 누구나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거나 산에 이미 올라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험담, 냉소, 비난 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지만 사장이나 임원만 모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원은 더욱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건 절반만 맞다. 임원은 특권이 아니라 높은 인성과 풍부한 경험, 우수한 성과를 거둔 사람임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그만큼의 지식과 경험, 인격적인 성숙, 넓고 깊은 안목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기도 잘 모르는 업무를 결재하는 자리도 아니고, 떠받듬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것도 아니고 조직의 운명을 혼자서 감당하는 엄청난 부담감에 짓눌리는 자리도 아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현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책임과 권한이 더욱 커지는 일반적인 조직구성은 거꾸로 된 구성이다.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은 현장과 밀접한 현업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현업에서는 동료들끼리 바로 옆에서 판단의 옳고 그름과 효과와 성과에 대해 검증할 수가 있고,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결재와 보고라인이 항상 밑에서 위로만 향하고, 권한도 위로 올라갈수록 커지게 구성돼 있는 것은, 하부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상부에서 검토해서 결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과 부하 직원은 관리를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 대리가 만든 기획안은 과장, 팀장, 부서장이라는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는 저 연어들과 비슷하고, 21세기를 사는 청소년의 기획안을 20세기를 산 교사한테 검토를 맡고, 19세기 마인드를 간직하고 있는 교장한테 최종 허가를 받는 식과 비슷하다. 


물론 중소기업에서 임원과 직원의 괴리는 대기업처럼 그리 크지 않다. 비슷한 또래로 비슷한 감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충분히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실제로 창업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활기차게 조직이 돌아간다. 문제는 조직이 수십명 단위를 이루고 백여명 규모까지 커지게 되면 급격하게, 또는 서서히 이런 장점이 사라지고 조직이 경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무진의 의견을 상사가 검토하는 것과 결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선임자가 후임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고 그것이 선임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전투를 벌이는 당사자가 승리를 위해 순간적인 판단과 대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때마다 상사에게 총을 쏠지, 수류탄을 던질지, 후퇴할지 전진할지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현업에서 벌이는 일은 이미 많은 동료들과 위아래 구성원들을 통해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의나 결재라는 좁디좁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런 검토와 검증의 기회,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장점을 강화할 기회는 확 줄어든다.  


예를 들어, 누군가 좋은 신제품 개발을 기획했다치자. 기존 수직 체계에서는 신제품 개발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팀장을 거쳐 부서장, 임원, 사장까지 차곡차곡 결재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애초 기획 의도대로 그 아이템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기획안이 통과되었다 하더라고 부서간 협의라는 만만찮게 어려운 과정이 또 남아 있다. 

미식축구의 쿼터백처럼 온갖 방해를 뚫고 백번 시도에 한번 겨우 터치다운에 성공할까 말까하다. 왜 그래야 하는가?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재를 위한 결재가 목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의욕에 불타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굳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위해서 나설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게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이 집중되는 지금의 수직적 체계를 수평으로 늘어뜨려 분산시켜야 한다. 각각의 업무에 대한 결정을 현장 담당 부서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정을 위에서 하면 할 수록 현업의 책임감은 그에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내가 일을 하지만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일을 주체적으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할 뿐이다. 



Posted by 티나게
,
우리는 끊임없이 뛰어난 리더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한 사람이 만명을 먹여살리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거나 영입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렇게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할 수록 조직의 역동성과 자발성은 점점 떨어진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재능에 기댄 조직은 아무리 지금 훌륭한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그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게 되고, 누구도 그런 사람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가 중요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을 간부로, 임원으로, 사장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한을 리더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결정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할이다. 전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지 개별 전투에서 어떻게 싸울지 일일이 보고 받고 간섭하고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다. 


일을 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은 그 일의 의미를 알고 목적을 안다는 뜻이다. 따라서, 왜 그 일을 하는지(Why)가 분명하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할 지는 담당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하면 된다. 리더가 관리할 지점은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일이 검토하고 지시하는 것은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감도 안 잡히는 신기술 개발을 추진할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그 기술 개발이 과연 성과가 있을지를 따질 때 실무자가 빠뜨리거나 보지 못한 점이 없는지를 체크해주는 게 리더가 할 역할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훌륭한 리더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능력을 결집해서 하나로 모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면서 한때 '히딩크 리더십'이 크게 유행했었다. 인맥 학맥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선후배 위계질서를 깨뜨려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뻥 축구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생각있는 축구를 도입했고, 감독의 작전을 수행할 기초체력을 쌓는 것에 충실했다. 
선수들이 팀웍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고, 현실에 만족하거나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여전히 배고프다'고 했다. 
판을 읽고 흐름을 타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리더의 할 일임을 히딩크는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리더는 감독이지 선수가 아니다.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든다고 대신 경기장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의외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리더가 매우 많다. 그리고, 그것이 리더가 할 일이라고 착각하는 분들도 많은 듯 하다. 



Posted by 티나게
,

"사람은 자신이 무능력해지는 수준까지 승진하려고 한다." 

피터의 원리에 나오는 유명한 명제다. 무능한 사람이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하면서 무능해진다는 말이다. 무능해지기 위해서 승진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 말은 조직 구성 자체가 사람의 의지와 능력과는 무관하게,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전에도 말했듯이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체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상명하달, 책임과 권한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지금의 조직 구성이 이런 무능력을 배양하는 토양이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사장이나 임원이 의욕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는데 아무리 현실성이 떨어지고 문제가 있다 한들, 어느 누가 감히 문제가 있으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가 있나. 그래서, 잘되면 경영진의 능력 덕분이고 못되면 시장환경이나 실무진의 능력부족이 된다. 이도저도 안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슬며시 묻어버리고 유야무야로 끝낸다. 


피터의 원리가 말하는 바는 수직적 조직 체계에서 조직을 위험하게 하거나 무능하게 만드는 것은 일반 직원이 아니라,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상사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현장을 좌우할 결정을 내리는 지금의 의사 결정 구조는 항상 위험과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모르는, 감각이 떨어져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무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위기에 빠진 조직을 일으켜 세우는 리더들은 예외없이 현장으로 내려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위에서 내려오는 전략이나 정책이 그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그럼에도 그런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불필요한 수고와 낭비를 불러오는 경우는 또 얼마나 흔한가. 

이런 식으로 충분히 사전에 위험이나 실패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걸러내고 차단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조직이나 경영 전략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경영진만 빼고는 다 알고 공감하고 있는 상황은 왜 발생하는가? 
이것을 단지 리더의 부족한 역량 탓이나 외적 환경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돌릴 수 있을까? 


Posted by 티나게
,

<엔트로피의 법칙과 조직의 복잡도> 


회사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도 늘고 부서도 하나둘씩 늘어나게 마련이다. 

팀, 본부, 사업부, 실 등 다양한 부서가 생기고, 팀 내부는 물론이고 팀 사이에 협의할 일도 늘어나고, 결재를 받아야할 일도 늘어나며, 결재 단계도 점점 늘어난다. 이 모두가 에너지를 점점 더 많이 쓰게 되는 과정이고 엔트로피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에서는 자연계에서 무질서도를 뜻하는 엔트로피는 늘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방향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추려고 개입하지 않는 이상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역설적인 것은 점점 분업화, 전문화하는 업무 규정과 조직 구성, 잘 정리된 업무 처리 절차 등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여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이 오히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조직에서는 '복잡도'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조직은 자연스럽게 점점 복잡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잡도를 최대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직 구성이나 담당 업무가 생겨난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옥상옥의 구조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역으로 복잡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서간 협의가 안되니 공식적인 부서협의 채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한다. 정보 공유가 안되니 주기적으로 전사 미팅 시간을 만들고, 월요일 아침마다 팀, 부서, 임원 등 각 단위마다 업무보고와 회의를 한다. 하루 내내 회의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다보면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실무자든 관리자든 자신의 머리속이 복잡해서 한치 앞을 생각하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한다고 평가하거나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 객관적으로 그건 그냥 바쁜 거지 제대로 일 한다고 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투입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투입 시간이 늘면 늘수록 품질은 점점 떨어져서 평균으로 수렴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출처 : Organization Chart of a Large Company Manufacturing Stoves, 1914>


<통합과 일반화가 답이다


꾸준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장할 수록 복잡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업무를 더 잘게 나누거나 분업화와 전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체계를 만들면 만들수록 애초 목적과 의도와는 다르게, 일의 처리 속도는 느려지고 효율은 떨어지며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으로 작동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체계없는 체계'이다. 

창업 초기에 구성원들이 일하던 방식을 떠올려보면 된다.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분업보다는 통합, 전문화보다는 일반화로 나가야 복잡도를 낮추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초기 벤처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통합적인 업무 처리 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 성장했는데 오히려 성과를 내는 시점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때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기존 회사 조직처럼 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90여년 전 GM의 앨프리드 슬론이 도입한 조직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조직 구성이 여전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머리 따로, 손 따로, 발 따로, 전문화된 역할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테일러주의적 조직 구성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Posted by 티나게
,
닐스 플레깅이 쓴 <언리더십>이란 책에서는 '경영은 열등한 노동'이라고 못박는다. 경영자의 역할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 손상된 장기를 치료하는 의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비슷하다는 말은 허튼소리이자, 영웅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사람은 관리하고 통제하고 자극해야 한다는 X 이론이 있다고 본다. 

경영은 실패를 예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이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경영을 요구한다. 또 직원들을 믿지 못할 때도 그렇다. 경영자들은 실행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린다. 실행하는 사람들은 결정된 사항을 지시받을 뿐이다. 결정을 먼저 내린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고민한다. (<언리더십> 중에서)

조직이 작을 때는 이 문제가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의사결정자와 결정을 수행하는 실무자 간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점 현장과 결정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결정하던 집단지도체제에서 사장, 임원, 본부장, 팀장, 팀원 등으로 역할이 전문화된다. 즉, 결정하는 머리와 실행하는 손발이 분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획안, 협조전, 지출 결의서 등 다양한 내용의 결제판이 등장하고, 상하간, 부서간 의사소통이 점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이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이 좀더 커지면 대표이사와 함께 하는 점심식사, 타운홀미팅, 체육대회, 워크샵 등의 이벤트가 생긴다. 모두가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대면접촉을 늘리려는 시도이다. 이런 활동들도 모두 경영의 중요한 일환이라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이 커지면 왜 이런 식의 이벤트가 등장하는지, 아예 그럴 필요가 없는 조직을 만들 수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부분 조직이 커지고 정책입안자와 결정권자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큰 조직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이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Posted by 티나게
,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체계>
나는 대부분의 기업이 갖추고 있는 조직 구성의 원리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직이 성장하면 할 수록 그만큼 문제를 키우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 구성의 원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념을 깨는 조직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의 지향을 보면 결국 이 모순을 풀어내는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령,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전통적인 지위가 없고 작은 팀 단위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모든 직원이 수평으로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닝스타는 자신의 한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동료들이 평가한다. 
국내 솔루션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출퇴근 규정이 따로 없고 필요할 때 효과적인 곳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성과를 자기가 책임진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징벌이 없고 정년이 없고 상대평가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과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기업, 구성원의 회사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결정과 실행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대 기업조직의 원형, 슬론과 테일러>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기업의 조직은 ‘현대 관리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프리드 슬론이 만든 뼈대를 기초로 하고 있다. 경영과 생산의 분리, 사업단위 구분, 전문분야 책임경영인 제도 확립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서를 나누는 사고의 시발점은 테일러주의였다. ..이런 방식은 기계를 돌리는 데서 비롯되었다. 기계를 돌릴 때는 시스템을 기능별로 나누는 것이 실용적이다. (<언리더십> 중에서)

리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부터 미국식 경영 방식이 유행하면서 연봉제와 팀제가 연공서열제와 호봉제를 대체하면서 조직 구성의 기본 원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무늬만 연봉제', '무늬만 팀제'인 시기를 거쳐 완전연봉제, 실력에 따른 직책 부여 등을 시행하다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다. 
완전연봉제는 미국에서도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인한 성과 저하, 소속감 약화 등의 폐해를 겪으면서 문제 의식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무한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며 효과도 높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조직 구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바로, 슬론이 수립했던 경영과 생산의 분리, 즉 경영의 전문과 집중화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것은 컨베이너 시스템에 기반한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대에 그 효과를 입증하면서 현대 기업 조직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과연 머리와 손발의 역할을 따로 나누는 이런 조직 운영 원리가 현대에도 적절한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형태의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 곳도 많겠지만, 시간이나 양으로 잴 수 없는 지식집약적인 산업, 가령 SW 개발, 인터넷 비스니스와 같은 IT 산업분야에서도 이런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Posted by 티나게
,

흔히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전략이나 전략적 판단을 많이 얘기한다. 그래서 전략 수립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론들이 있고 성공기업들의 전략을 연구해서 그것을 이론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성공 전략의 담지자로서 개인을 영웅화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이건희 등 대부분 뛰어난 경영자의 선지자적 혜안, 과감한 결단, 혁신적인 사고 등을 근거로 든다. 

물론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딩크가 아니었으면 월드컵 본선 1승이 꿈이었던 한국 축구를 누가 4강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고 히딩크도 아니다. 닮고 싶은 모습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이 기업 경영자의 표준일 수는 없다.



가령 오래되고 정체된 덩치큰 조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연륜과 경험, 지혜를 갖춘 사람이 경영자의 위치에서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식의 혁신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수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의 능력과 지혜를 모여서 운영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정 뛰어난 경영자라면 건강한 DNA를 기업 문화에 새겨서 자신이 빠져도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영속을 꿈꾸는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걸 기대야 하는 한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꾸준하고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와 체질이다.

뛰어난 리더가 죽음을 눈앞에 둔 조직을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멀쩡하게 잘 나가는 회사가 리더의 판단 착오로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경우든 회사가 지향할 모습은 아니다.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가중치를 심하게 두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장 본인이 먼저 경계하고 조심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카리스마 넘치고 인자하면서도 과단성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춘 사람, 그래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마침내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 놓는 사람. 대략 이정도가 우리가 흔히 들어본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모두가 반대하는 사업확장, 신규 시장 진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결정으로 우량 기업이던 회사가 졸지에 한계기업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리더는 고독한 자리라고 한다. 기업의 미래, 구성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 누구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고, 실패했을 때 그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은 따로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추고 있고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객관적인 사람, 항상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천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혼자서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메고 가서도 안된다. 이미 현대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능력자에게 조직의 존망을 걸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Posted by 티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