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6.16 행복한 회사만들기1-실패는 왜 반복되는가?

<고민의 출발, 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가?> 

톨스토이가 쓴 작품 중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난 이 말을 약간 수정해서 기업에는 이렇게 적용하고 싶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실패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하다’


직접 경험하고 또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중소기업의 시작과 성장, 정체, 실패와 성공의 드라마를 보게 되면 거의 예외없이 겪는 성장통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재도약을 하기도 하고, 축소되거나 생명만 근근히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저런 과정에서 사장이 겪는 고민, 감정, 서운함, 난감함이 비슷비슷하다. 회사의 업력, 인원, 매출, 그리고 사장의 기본 성향 정도만 파악하면 지금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중소기업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는 비슷할까. 나는 이것이 궁금했다.


<성장의 정체,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

중소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10여명 짜리 회사가 100명 규모로 커지다 폭삭 망가지는 과정을 겪어보기도 했고, 본의아니게 만 6년을 사장의 자리에서 경영을 해보기도 했다. 

18년 일을 하면서 직접 느낀 점과 성공한 기업, 주목받는 기업들의 사례나 책을 읽으면서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 구성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구성은 비전, 가치, 기업문화, 복리후생 등 다양한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네모면 어떤 내용을 담든 네모가 되고 세모가 되면 세모가 된다. 따라서 담을 내용이 네모라면 세모라는 형식에 담길 수 없다. 결국 모순이나 마찰이 생기게 된다. 

물론 그릇이 네모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네모 형태의 내용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네모라는 형식이 필요조건인 건 분명하다.

단순화시켜 얘기하자면, 초기 기업이 시장에서 점점 성장을 해나가다가 어느 순간 정체되거나 다시 쪼그라드는 현상의 이면에는 형식과 내용의 부조화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서 성장까지, 일반적인 모습>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맨바닥에 헤딩하면서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나가면서 일도 늘어나고 매출도 늘어난다. 어느덧 서너명이 힘 모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다.  직원을 한두명씩 뽑기 시작하고 뽑은 만큼 매출도 늘어난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의욕도 여전히 넘쳐난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조직은 커진다.


업력이 3~5년차에 이르자 매출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인원도 늘어난다. 의자만 돌리면 전사미팅을 할 수 있고 수시로 전략을 얘기하고 시시콜콜한 일까지 머리맞대던 시절이 지나고, 인사, 총무, 영업, 개발, 기획 등 기본 업무별로 팀이 구성된다. 그리고, 몇년이 더 흘러 임직원이 20~30명, 많게는 50명을 헤아리게 되고, 이제 여러 명의 임원과 팀을 관할하는 사업본부까지 생기는 회사로 커진다. 명실상부하게 시장에서 자신의 발로 우뚝선, 유망한 중소기업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일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사람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지가 않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무임승차자도 보이고,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보이고, 직책은 팀장인데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헤매는 사람도 보인다. 사람은 늘었는데 정작 사장은 여전히 바쁘고, 하나하나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 판관비는 30% 늘었는데 매출은 10% 밖에 늘지 않는다. 결국 손해다. 성장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앞으로 벌로 뒤로 밑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런 식의 위기가 보통 직원이 20~30명 규모에 이르면 처음으로 오는 것 같다. 이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또는 빠른 기간내에 무너져내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행복한 경우라면 사업 아이템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거나 제품 자체의 우수성 덕분에 이 시기에 나타나는 조직적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경우에도 직원이 100여명 규모가 되는 즈음에 2차 위기가 다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쌓였던 문제가 잠복기 동안 더욱 악화된 후에 드러나기 때문에 웬만한 치료법으로는 해결이 매우 어렵게 된다. 

복지강화, 다양한 이벤트, 근무 기강 확립, 외부 인사 영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매출은 정체되고 직원들의 사기는 쉽사리 올라가지 않는다. 타 기업에 비해 연봉도 좋고 근무 환경도 좋은데 업무 만족도는 떨어져 있고, 조직 전반에 위기감과 매너리즘이 묶음으로 널리 퍼져 있다. 

밖에서 보기엔 100억대 매출을 일으키는 전도유망한 기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덩치큰 공룡, 동맥경화에 걸린 조직이 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이만큼 커왔지만 시장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풀썩 무너져버릴 것 같은 허약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적으로 문제가 곪아 있을 때 해결의 주인공은 사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근원이 사장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Posted by 티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