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이강룡 저
유유 | 2014년 03월



내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강호에는 정말 고수가 많다는 것이다. 내 알량한 지식으로는 감히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할 식견과 깊이를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수시로 깨달으면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 글쓰는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내 나름대로는 우리글 바로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쓰는 축이라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바로쓰기와 함께 바른 자세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올바른 문장 구성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글쓰기 교육 전문가가 번역자를 위해 쓴 책이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를 잘 쓰는 능력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듯이, 올바른 번역은 번역자의 모국어 실력에 더욱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 대상이 번역자이긴 하지만, 우리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려쓸 수 있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번역자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생각해야 하는 문맥, 배경, 적절한 표현을 고민하는 점이 우리글 바로쓰기 자체에만 집중한 글쓰기 책과는 또다른 장점이 있다. 

특히 <1장 좋은 글 고르기>에서는 번역자의 자세를 얘기하는 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꽤 많이 찔렸고 반성도 많이 했다. 
출처가 정확한지, 근거가 충분한지를 따져서 확인해야 하고, 상식에 편하게 기대지말고 언어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좋은 번역자의 자세요, 최초 번역이 잘못되었더라도 수십년이 흘러도 수정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 또한 번역자가 아니라 글쓰는 이라면 새겨 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왜 뜬금없이 "인생은 짦고 예술은 길다"라고 얘기했을지, 과연 'Art'를 예술로 번역하는게 맞는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는 빨간 동백꽃을 왜 '노란' 동백꽃으로 말했는지,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얼룩백이 황소는 과연 얼룩백이 '누런 소'인지,  찔레꽃은 흰색인데 왜 노래 <찔레꽃>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 부르는지 아귀가 맞지 않음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 이유와 근거를 찾아서 확인하는 집요함과 성실성이 기본 덕목임을 강조한다. 

이게 맞겠거니 하는 자세에서 '옥석구분'(玉石俱焚)을 옥과 석을 가려낸다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거나, '악덕', '허위 사실 유포', '부진한 활약' 등 의미가 모순되는 단어를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난상토론'(爛商討論)은 야단법석 너도나도 떠드는 것이 아니라 '낱낱이 들어 잘 토의'한다는 뜻인데 말이다.
 
저자가 한국어다운 문장으로 정리한 내용에서, 관형격 조사 '의'를 제대로 사용하고, '관형사+명사' 형태보다 '부사+동사(형용사)' 형태로 고쳐 쓰고, 피동형보다 능동형을 쓰는 것 정도만 익숙해져도 글을 읽기가 훨씬 쉬워지고 이해도 빨라질 터이다. 
즉, '한 통의 편지'보다는 '편지 한 통', '지금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지금 모습 그대로', '즐거운 휴일'보다는 '휴일을 즐겁게', '생각된다'보다는 '생각한다'가 훨씬 자연스럽다. 

고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은 내 글쓰기에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좀더 견고한 글쓰기의 기본을 제시해준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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