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고 읽는 저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유정식 씨의 신간이다. 이번 책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미있고 유용한 내용들로 만족감을 준다.

 

업무든 대화든 의외로 같은 말을 다른 뜻으로 사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의, 평등, 공정 같은 사회적 단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션, 성과, 혁신, 팀, 팀워크, 기업문화, 평가, 생산성... 너무나 흔하게 듣고 쓰는 말이라 누구나 그 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개념 정의를 해보라면 딱 떨어지게 설명하지도 못하고 말하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A는 B를 뜻한다'가 아니라 'A는 B와 같은 경우를 말한다'는 식으로 사례로 설명하거나, 팀워크를 팀의 단결이라는 동어반복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기에 온갖 화려한 단어로 점철된 문장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각자 알아서 이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장과 팀장, 팀장과 팀원이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개념 정의의 중요성과 흔히 사용하는 개념의 의미를 하나씩 간결하고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23가지 대표적인 개념과 그에 뒤따르는 부수적인 개념까지 포함하는 총 86가지 개념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게는 '성과'에 대한 정의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회사를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데, 과연 성과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통일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흔히 성과=매출증대 쯤으로 이해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과중심이란 무슨 수를 쓰든 돈을 많이 벌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딱이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방법을 통해 축적한 미션 및 비전 달성의 정도'. 저자가 생각하는 성과의 정의이다. 조직의 방향과 목적, 과정을 포괄한 의미로서 성과를 정의한다. 성과를 매출증대로 이해하는 것과 비교하면 단어 하나의 정의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있다.

 

전쟁영화에서 부대원끼리 작전개시 전에 각자 시계의 시각을 맞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투원은 시간을 통일해서 전투를 수행하듯, 회사는 정확한 개념 정의를 통해 방향을 정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꼭 이 책의 개념 규정을 따르지 않더라도 조직 나름대로 개념을 정의해서 구성원들이 공통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신입에서 CEO까지~'라는 부제처럼 구성원 모두가 읽어보고 서로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통일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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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우선주의(하버드가 인정한 신 경영 전략)

저자
비니트 나야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1-04-2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하버드가 인정한 인도 최고 IT 기업의 혁신 경영 전략! 직원의...
가격비교




경영 서적을 읽으면서 종종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원칙이나 이상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실현하는 모습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비니트 나야르가 인도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HCL 테크놀로지스(HCLT)의 신임 CEO가 되어,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안으로는 심각하게 곪아있던 조직을 5년 동안 혁신한 과정을 보여준다.  ‘직원이 먼저, 고객은 다음 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직원 우선주의의 여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기존 수직적 조직구조의 문제점을 아프게 꼬집는다. 물론 '사장만 모르고 직원은 다 아는' 비밀일 뿐이지만. 

"전통적인 조직구조에서 가치지대(Value Zone)는 대개 계층구조의 가장 아래에 자리하며, 회사에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직원들은 그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렇게 가치를 창출하는 직원들은 대개 가치지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상급자 혹은 '정책부서'의 관리자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신의 손'에 있었다. 말하자면 '상사가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이는 그들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있는 자신이 조직 전체를 더 잘 보고, 이득이 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두번째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깊이 있고 폭넓게 조직을 보고 있다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착각에 대해 저자의 더 신랄한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잭 웰치를 비꼰 이런 문장이다.  

CEO는 더 이상 저녁을 먹으면서 종이 냅킨에 전략을 갈겨쓰는 사람으로 지낼 수 없다. 그는 더 이상 멋진 말솜씨로 동기를 부여하려고 대중 앞에 서는 사람으로 지낼 수 없다. 
...CEO의 역할은 직원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이 자신만의 지혜를 발견하고, 자신의 일에 완전히 몰두하고, 변화를 일으킬 책임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이 대기업 조직의 최종 목표를 애초부터 "자치적이고 자기조직화된 회사"로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고, 지금도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안적인 조직 운영에 대해서 흔히 나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저자가 부록으로 꼼꼼히 반박해두었다. '경기가 좋을 때나 가능하다', '회사의 성과와는 관계없다'와 같은 가장 흔한 비판들 말이다. 

무엇보다 이런 반박이 힘을 갖는 것은 실제 이 회사가 보여준 성과들 때문이다. 
저자가 부임한 2005년부터 조직을 개혁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까지 거둔 경영성과가 그것이다.  4년동안 매출 3배 상승, 영업이익 3배 상승, 직원만족도 70% 상승, 이직률 50% 감소의 실적, 더구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전세계가 휘청거리던 2008년에도 300% 성장을 이루었다. 

한편, '국내용'으로 나오는 흔한 비판중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다'라는 것도 추가할 수 있을 듯 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이런 혁신적인 사례들이 주로 미국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스트라는 이천년을 이어온 뿌리깊은 신분제도가 살아 있는 인도에서도 이런 기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슨 핑계로도 부정하기 힘든 분명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남은 것은 믿음과 용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단지 의지만으로 그런 회사를 만들 수는 없으며, 기존 조직보다 더 많은 노력과 치열함, 냉정함이 요구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평적이고 자치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고, 그런 조직은 먹고 살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밥벌이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터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조직을 간절히 바라는 리더의 용기와 믿음말이다. 
 
다른 길을 걸으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당신과 함께 걷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그 걸음을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성공이 아니라 행동 그 자체다. 

특히, 나는 이런 조직 운영과 철학은 기업은 물론이지만 일반 조직의 리더들이 더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를 지향하며 만든 많은 사회단체들은 필수적으로 이런 사례들을 연구하고 자신의 조직 운영에 적용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존과 수익에 민감하고 조직 운영이나 경영이 이미 하나의 분야로서 자리잡고 있는 기업에서는 이런 식의 혁명적이며 진보적인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실험과 성공사례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사회단체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 수직적 조직이 대부분이다.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애쓰는 조직이, 정작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조직형태와는 거리가 먼 조직 구조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사람들의 열정과 창의, 의욕이 살아 숨쉬는 그런 조직을 꿈꾸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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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청아출판사 | 2005년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니체의 이 문장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과 저자가 창안한 제 3의 심리치료 학파인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기본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삶의 희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이 더욱 사람을 절망케하는 수용소에서도, 어떤 사람은 '성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돼지'가 된다. 


"감사하게도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강제수용소 안에서 일어난 일을 몰랐다. ..프로이트의 말과는 달리 강제수용소에서 '개인적인 차이'가 모호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 차이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사람은 가면을 벗고, 돼지와 성자의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


아무리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도 똑같이 배고픔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결국 단 한가지의 목소리만 나타나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잘못이라고 반박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상황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행동은 조건반사처럼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상황에 대해 항상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이다. 

그러기에 어떤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들기도 하지만, 의연하게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가스실을 등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왜 사는가?","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무시로 떠오르는 궁금증이고, 철학이나 종교도 근본적으로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게 아닌가. 

이렇게 지지고 볶고 많이 괴롭고 슬프고 어쩌다 가끔 기쁜 일을 겪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가 칼이 되고 총이 되고 백린탄이 되어 두살짜리 아이를 태워죽이는 세상에서, 가까운 바다에서 수백명의 목숨이 생매장되는 과정을 실시간을 보면서, 과연 여전히 살아 있는 나는 왜 사는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세상이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집단을 이룬 아득한 그 시절부터 이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젊은 시절 잠깐 인생의 의미라는 막연한 명제를 떠올렸다가 잊어먹은 후, 사십년도 더 살아낸 이 나이에 다시 이 질문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의 의미가 무언지 찾기 위해 헤매지 말고, 무엇이 삶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답을 구하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삶에게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 묻지 말고,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삶에게 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올바른 행동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며,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짊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흔히 신을 찾거나 욕하고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한탄한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격한 고통이고 슬픔이고 울분이고 자책이 될 것이다. 

당장 남쪽 바다에 생때같은 자식이 수장된 세월호 가족이 아픔을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기에 더욱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고, 사변이 아니라 태도와 실천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삶이 던지는 질문에 눈감고 귀막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리하여 '성인'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돼지'가 되지는 말자. 


허나, 이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불편하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국민을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한 국가가, 그럼에도 언죽번죽 아픔에 소금을 뿌리고 진상을 회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취해야 할 태도와 실천, 일상의 쳇바퀴를 돌리면서도 상식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실천 사이의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건 독일이었지만, 가자 지구의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은 그 큰 고통을 겪은 이스라엘이다. 

어쩌면 이 책은 이제 팔레스타인 인민들에게 바쳐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내야 할 이유가 있고, 이 지옥보다 더한 고통에서 취해야 할 태도와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답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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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Conscious Capitalism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가 아니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활동이 기업 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투자자, 협력업체, 공동체, 환경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갖고 있는 장점이자 기업의 가치이며, 이것을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이라고 부른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도덕적인 기업이 되어야 한다거나,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기업의 윤리적 책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CSR 활동과도 다르다.

저자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서 깊이 자각하여, 고차원의 목적, 이해관계자 통합, 깨어있는 리더십, 깨어있는 문화와 경영이라는 네가지 신조로 구성된 기업을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이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므로 유익하며, 자발적인 교환에 바탕을 두기에 도덕적"이며, 지금껏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퍼져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지적 기반을 경제학자와 비평가들에게 내맡겨둔 탓이 크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함이며 수익은 그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사람은 밥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대부분 무슨 꿈같은 헛소리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착한 사람은 사업하면 망한다'는 사고가 상식(?)처럼 퍼져있는 사회에서, 착하게 돈을 벌 수 있고(벌어야 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본질이자 추구할 바라는 얘기는 '망하기 딱 좋은' 생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착하다는 개념은 순진하다, 멍청하다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착함은 똑똑함, 지독함, 게으름, 부지런함, 노련함, 성실함, 까칠함, 고지식함, 개방적, 유연함 등 다양한 성향과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근본적으로 도덕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미션을 지향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말도 함께 붙어 다닌다.

"우리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착한 사람들은 꼴찌가 된다' 같은 근거없는 문화적 믿음을 던져버리고 조직과 리더가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조직과 리더는 인간이 지닌 최상의 덕목인 사랑과 배려를 구현해야 한다....물론 사랑과 배려는 탁월함과 결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하고 무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이다."

이렇게 '망하기 딱 좋은' 주장을 하는 몽상가는 누구일까? 
이 책의 저자인 존 맥키는 홀푸드마켓의 공동설립자이다.  홀푸드마켓은 미국의 유기농 자연식품 판매점으로, 연매출 110억 달러, 직원 6만 7000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 훌륭하고 윤리적인 체계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인식하고 운영하자는 것이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만들고 연구소를 설립한 저자의 의도이다. 그리고, 그런 사상을 홀푸드마켓이라는 기업을 통해 증명해보였다는 점이 이 책의 주장이 갖는 무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홀푸드마켓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는 기업들과 함께 '깨어있는자본주의연구소'를 만들어 이러한 사상과 경험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이트(http://www.consciouscapitalism.org/)에 접속하면 이 책에서 애기하는 철학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놓고 있다. 
또한 매년 열리는 Conscious Capitalism CEO Summit(올해로 8회째) 행사 스케치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가 이 그룹에 가입돼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란 책이 전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오고,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1%을 제외하고는 99%의 다수가 불행한 현재 자본주의 작동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그런 점에서, 착하게 돈을 벌 수 있고, 벌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울림이 크다.

물론 과연 '진정한' 자본주의에서는 기업의 활동 자체가 가치있고 도덕적일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적어도 나는 저자와 달리 자본주의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그런 성격을 내장하고 있다면 기업이 국가를 대체하는 기업국가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쓸만하게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기업가들을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실천에 동참하고자 한다. 자본이나 기업이 근본적으로 탐욕적이든 아니든, 진흙탕에서도 연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장처럼 여전히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아무리 휼륭한 미션, 좋은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도, 그런 가치를 끝까지 밀고나가고 기업 문화로 각인되기 까지는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로 모아지기 위해서는 권한은 가능한 넓게 퍼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닥을 닦는 사람이 빗자루를 선택"해야 한다.

"조직문화와 경영 방식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규율 기반으로 하는 군대식 문화가 있는 기업에는 지휘와 통제 중심 경영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와 달리 깨어있는 문화를 지닌 기업에는 분권화, 권한위임, 협업에 기반을 둔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

끝으로 깨어있는 리더의 자질에서 예로 들고 있는 타타그룹의 전 리더 JRD 타타의 말을 인용해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대기업의 리더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 직원들은 파업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저렇게 서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시원한 음료를 갖다 주고 그늘로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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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맞수: 혁신의 천재 혼다 VS 경영의 신 마쓰시타 >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경구를 조금 바꾸어서 얘기하자면 '경험한 만큼 느낀다'도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을 때 그때는 보이지 않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내용이 새삼스레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경영서적도 비슷한 것 같다. 십년도 훨씬 전에 본의아니게 사장이 되면서 이 책 저 책을 보면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나름 애를 썼었다. 혼다 소이치로,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그때는 기업경영에 대해서 그 분들이 얘기했던 내용들을 다분히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선언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머리에서 좋은 말씀 정도의 차원으로 받아들였지, 그런 원칙이나 철학이 실제 기업경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고, 원칙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십 몇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략이나 마케팅론 못지않게 기업 경영에 대한 이론도 많이 변했고, 대안적인 기업 운영에 대한 사례도 훨씬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경쟁에 기반한 성과주의, 주주이익 극대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 등 당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던 기업 경영의 원칙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평생 기술 개발에 헌신한 혼다 소이치로, 반면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통찰로 필요하면 기술은 사오면 된다는 접근을 취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 
기술에 대한 이런 상반된 태도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 사람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단적으로 소이치로는 기술자의 실수에 대해 그 자리에서 심한 욕설과 물건을 집어 던질 정도의 다혈질적 모습을 보인 반면, 고노스케는 항상 예의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대했다. 소이치로가 저돌적인 인파이터 복서같다면, 고노스케는 항상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인의 모습이라고 할까.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보여준 철학, 기업관, 인간관, 조직운영을 비교한 책이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도 자신의 저서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댐 경영론을 들으면서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의 갖추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 경영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현실적인 사고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감과 교훈을 준다. 

두 사람의 상반된 스타일은 경영의 기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런 차이와 달리 두 사람 모두 회사는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며, 사람이 중심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 철학은 다름이 없었다. 

신입사원에게 "애사심 따위는 필요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 는 혼다 소이치로의 일갈, "외부 사람들이 '마쓰시타전기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라고 질문해오면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고 대답하라!"고 말한 고노스케의 철학은 지금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본받지 못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싶다. 
지역 소매업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공장안에 매점 설치도 못하게 했던 혼다 소이치로의 모습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어울려 살아야 하고 기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은 우리 회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쓰여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혼다 소이치로)는 말이나, 노조창립식에 찾아가 축사까지 한 고노스케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 우리나라에서도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경영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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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중소기업 경영론이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현실적이고 구체젹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 성공하려면 지금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즉 '미래에 팔릴 것에 지금 도전'해야 한다. 


- 인맥이 넓은 사람이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만나는 이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억지로 만들어낸, 서로를 조금도 존경하지 않는 관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 사업상의 인맥 중 가장 곤란한 사람이 '가난을 부르는 사람'이다. ..실패하는 기질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의 가장 곤란한 부분은 '붙임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이 나쁘다. 악의는 없었지만 그는 당신의 돈을 가져가버린다. 


- 정부와의 거래에서는 보통 물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지명도, 퇴직한 선배가 고문으로 있는 기업, 담당자와의 친분 등 상품 이외의 요소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똑똑한 인재는 학력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똑똑한 인재는 '다양한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자기계발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을 말한다. 


-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는가? 인간성이 좋고 밝게 웃는 사람, 협동심이 강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 축구팀은 보통 실력이나 소질로 선발하지만, 회사의 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원만하게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 목적은 숭고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따라 목적을 정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기본부터 뿌리가 흔들리고 만다.


'초보 사장님'들이 겪는 착각이나 시행착오가 저자의 말 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가난한 사람'과 '고마워요 씨'를 들고 있는데, 아마 사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경험을 했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특히 직원을 뽑을 때 능력이나 소질보다는 성실성이나 자세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향에 대해서 저자가 보이는 비판적인 태도는 곰곰히 되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소질보다는 인간성을 중심에 보는 것은 축구를 잘한다고 훈련만 잘 시키면 야구도 잘할 것이라는 비약과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그리고, 책머리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실패와 성공의 법칙은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 성공론과 비슷해서 매우 반갑기도 했다. 


- 성공하는 사람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는 방법을 거꾸로 하면 성공한다. 

- 실패에는 법칙이 있지만 성공에는 법칙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또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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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책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책소개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책상 위에서 쓰인 탁상공론이 아니다. 저자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동화홀딩스(주)에서 일하면서 6년 3개월 만에 사장까지 5계급 초고속 승진을 했고 입사 5년 만에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뉴질랜드 4개 법인을 총괄 경영하는 CEO가 됐다. 그가 그런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인간 중심의 경영방법이 담겨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도 사람을 믿고 맡기면 통제가 안되고 배신을 당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결국 회사가 망한다고 믿고 있다. 유일하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은 오직 사장 본인 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에게 '왜'라는 자문을 해보길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일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정렬된다면 조직은 열정과 에너지, 생명력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은 가치있는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것, 누구의 감시와 통제가 없이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라는 걸 기본 철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월등한 성과를 낸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도 어느덧 44년이 흘렀다. 그리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함께 살자"는 절박한 외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외치는 것이 생존과 인권의 차원이라면, 기업 경영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간중심, 인간존중의 조직운영은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과가 떨어질 수 없다는 관점이다. 


이것은 산업사회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에는 단위 시간당 가능한 많은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 중요했고, 인간은 기계처럼 주어진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서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눈앞에 당근을 매달아 놓고 뒤에서 열심히 채찍질을 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사람은 감시와 통제가 없으면 농땡이를 피운다는 X 이론은 이런 점에서는 적절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이런 관점에서 각종 통제와 관리 절차, 기법, 성과 평가와 보상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걸 자기 실현적 예언이라고 할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를 모르는 데 주인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감시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지식산업 시대는 그런 식의 규율과 통제로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인간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존중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정과 지식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억눌려 있던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분출시켜 조직이 강력한 힘을 내게 하려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 힘이 분출되는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 조직의 가치와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에 대한 정확한 방향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구호나 강압, 명령, 지시와 같은 수직적, 권위적 방법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말그대로 계급장 떼고 개방적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리더의 힘은 자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직원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부하 직원은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아야 상사로서 카리스마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식의 변태적인 리더십(?)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보스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인간중심의 경영은 '그럼에도'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업관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식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직원을 일회용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에게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인간은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P.S) 이 책에서 딱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있다. 이 책 맨 뒤에서 인용하는 철강왕 카네기의 묘비명이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할 줄 알았던 사람, 여기 잠들다" 
리더는 자기를 위해 남이 대신 일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같은 뜻을 품고 같은 곳을 보면서 함께 가는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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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읽은 기획안 작성에 대한 책이 아마도 <THE ONE PAGE PROPOSAL>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쓸데없는 치장을 버리고 한 페이지에 요점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기획안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같은 책이나 MECE, 이슈트리 처럼 문제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법론에 대한 책을 읽으며 기획에 필요한 사고체계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기획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설득력있는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A to Z를 설명하는 책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흔히  '~하는 기술', '~ 하는 방법'이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기획관련 서적과 달리 이 책은 특이하게 '기획력 강의'란 제목을 달고 있다. 기획도 아니고 기획'력'이라. 거기다 '강의'까지.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실무 경험과 다양한 강의를 통해 축적한 컨텐츠를 잘 정리한, 말 그대로 한 학기 강의안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 결론까지 쭉 읽어가다보면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능력'(기획력)이 핵심이고, 이 능력과 제대로 된 기획안 작성의 기술이 쌍을 이루어야만 훌륭한 기획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를 찾고 검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기획의 과정과 여기서 얻은 결론을 보고서로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획의 시작에서 끝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다. 

보통 '답을 찾는 기획'에서는 제대로 해결안을 도출했지만 막상 그 답을 만드는 절차, 즉 기획안을 작성해서 보고해야 할 대상을 설득시켜야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아예 기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된 과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기획안 작성 지시를 받았을 때 왜(Why) 이 사안을 기획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고 바로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할 것인지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Why에 대한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파악 과정과 기법을 업무 진행 흐름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실제 기획안 작성을 다루고 있는 2부에서는 기획안을 작성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의부터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 나온다. 

보고서 작성의 대원칙은 '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이다. 머리 좋은 기획자의 일방적인 '내용의 드리블'이 되면 곤란하다. 질문과 대답이라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고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나의 대답'의 형식을 이룬다. 보고서의 줄기를 이루는 대화의 큰 틀은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답'이다. 첫번째 질문은 보고서를 쓰기 이전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확인하는 질문, 공감하는 질문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답이 바로 보고서의 결론이다.
두번째 대답이 바로 문서의 핵심 파트인 본론이다.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화는 서론-결론-본론의 스토리라인으로 나타난다. 

당장 낚시하는 법으로 넘어가지 않고 낚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념을 먼저 설명하는 셈이다. 나는 이 책의 미덕 중의 하나가 이렇게 용어에 대해 그 의미를 먼저 확실히 한다는 점이라고 본다. 
그 외에도 기획, 목적, 목표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만 어렴풋이 느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용어에 대해 정확히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하게 되면 정확한 의사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을 뿐더러, 그 단어가 지시하는 방향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획자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고서의 의미를 정의하게 되면, 어떤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기게 된다. 2부에서는 이렇게 보고서 또는 기획안은 대화라는 정의를 바탕으로 메시지, 스토리라인, 피라미드 논리구조, 차트 사용 등 구체적인 가이드를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나는 2부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딱 두가지만 뽑으라면, '보고서는 대화'이다는 것과 '스토리라인은 서론-결론-본론'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들겠다. 초심자들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실수가 기획안을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해서 일방적이고 지루하게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획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기획력이란 것이 기획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를 분석, 정리, 대안을 세우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거나, 근거있는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아래 글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Do the thing rights"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일 처리를 강조하는 말이다....이제 조직에서 요구하는 것은 "Do the right things right"이다. 소위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라"이다. 해결안이 잘못되는 이유는 해결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나 문제 분석의 방법론을 좀더 파고들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책도 추천한다. 


<문제해결사> 유정식 저

<점핑>장호준,정영훈 공저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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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패학의 법칙

하타무라 요타로 저/윤정원 역
들녘미디어 | 2004년 02월

또다시 사고가 일어났다. 그냥 사고가 아니라 대참사. 
선장은 먼저 도망쳤고, 재난대책시스템은 여전히 엉망이고, 생존자를 찾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송달송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분노와 울분만 키우고 있다. 
숱한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왜 이런 인재가 끊이지 않고 나오며, 왜 그때마다 허술하고 어이없는 응급조치만 있는지, 그리고 왜 대책같지도 않은 대책만 등장했다 사라지는 걸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깔려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즉, 원인이 있고 그에 따라 결과가 있다는 단순한 인과논리로는 사고의 진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처음 '실패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가 집필한 것으로, 일본에서 2002년에 출간됐고 우리나라에는 2004년에 나왔다.  십년이상 된 책이지만 현실적합성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매번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우리나라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가령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일본 사회는 실패의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풍토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당사자에 대한 처분이 결정되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여, 더 이상 실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다. 당사자에 대한 추궁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음 실패를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재생산을 할 우려가 있다. 


딱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처하는 모습 아닌가.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 씨랜드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태안 해병대 캠프, 마우나리조트 붕괴, 그리고 세월호 침물. 
무엇하나 참사가 아닌 게 없으며, 선장, 기관사, 교사, 건설사 등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온갖 비난과 분노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당장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만 해도 그렇다. 무허가 캠프가 원인이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마감되었고, 그 이후로도 여전히 청소년 캠프는 돌아가고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거래, 그리고 그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허술하게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캠프 등 근본적인 원인이 빤하게 보임에도 경찰은 그 문제를 덮고 넘어가버렸다. 
이쯤되면 원인이 업계의 구조적 불합리인지, 그런 걸 묵인해주는 권력과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가 애매해진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원인과 책임을 나누어서 생각할 줄 아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접근 방법에서 나온 대안을 들고 정부를 압박하거나, 그것이 안됐을 때 시민사회 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실패학은 실패를 분석해서 그런 실패가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서 핵심은 실패의 원인과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을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의 능력이나 태도의 문제로 책임 추궁과 원인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실패학에서는 원인이 있으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는 사고에 문제를 제기한다. 독사의 독은 물이 원료이기 때문에 물을 말리면 된다는 원인->결과식의 사고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그래서, 원인을 '요인'으로 보고, 그 요인이 입력되어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가 중간에 있다고 본다. 즉,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젖이 되듯이 장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원인은 무엇인가'하고 원인과 결과를 직접 연결해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패학에서는 그것을 일으키는 특성 장치와 그 특성을 발현시키는 근거가 되는 요인의 두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원래 있었던 '장치'라는 시스템에 '요인'이 입력되었기 때문에 '결과'가 출력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상적 조치가 아니라 진짜 원인을 찾고 실패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실패를 예방하거나 개선할 '장치'를 바꾸는 게 최선이지만, 정작 그 장치를 좌지우지하는 주체가 그럴 의사가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래의 말은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어긋남이 없다. 

실패나 부정행위 등이 표면에 드러날 것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계속 숨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 번 숨기면 계속 숨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를 고발하려고 하면 동료를 팔아넘기고 배신하는 행위가 된다. 이는 만국 공통의 현상이지만, 특히 일본의 조직은 무리의식이 강하여 고발하려고 하면 '밀고했다', '고자질했다'라고 하여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사내의 부정을 폭로한 사람이 결국 퇴직했다는 말도 종종 들린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부정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하려는 사람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모습이랑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건축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문제를 공개했다면 리조트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해병대캠프가 무허가임으로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고 교사나 학부모가 나섰다면 그런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20년 가까이 사용한 배를 인수해서 무리하게 증축까지 한 것이 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걸 내부 고발자가 공개했다면 저런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배신자, 밀고자라는 손가락질을 감내하면서까지 용기있게 나서는 사람을 지지하고 지켜주기는 커녕, 원리원칙 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았던가. 회사의 부정을 폭로한 동료나 성희롱으로 고통받는 동료의 어깨를 겯고 같이 싸워주기는 커녕 회사의 눈치를 보며 왕따시키지는 않았는가. 우리 아이만 학교에 찍힐 게 두려워 캠프니 수학여행이니 따위의 의미없는 행사에 마지못해 동의해주지는 않았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실패는 전략의 실패는 물론 더 넓게는 부정, 불의를 포괄하는 뜻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그런 불의와 부정에 나 자신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나가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런 시민과 연대하는 시민 의식을 키워가지 않는 이상, 실패는 반복되고 '장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대책이랍시고 잠깐 변죽을 울리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앞장서 불의와 부정, 불합리에 항거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지는 말자. 
그리고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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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이강룡 저
유유 | 2014년 03월



내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강호에는 정말 고수가 많다는 것이다. 내 알량한 지식으로는 감히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할 식견과 깊이를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수시로 깨달으면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 글쓰는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내 나름대로는 우리글 바로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쓰는 축이라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바로쓰기와 함께 바른 자세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올바른 문장 구성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글쓰기 교육 전문가가 번역자를 위해 쓴 책이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를 잘 쓰는 능력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듯이, 올바른 번역은 번역자의 모국어 실력에 더욱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 대상이 번역자이긴 하지만, 우리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려쓸 수 있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번역자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생각해야 하는 문맥, 배경, 적절한 표현을 고민하는 점이 우리글 바로쓰기 자체에만 집중한 글쓰기 책과는 또다른 장점이 있다. 

특히 <1장 좋은 글 고르기>에서는 번역자의 자세를 얘기하는 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꽤 많이 찔렸고 반성도 많이 했다. 
출처가 정확한지, 근거가 충분한지를 따져서 확인해야 하고, 상식에 편하게 기대지말고 언어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좋은 번역자의 자세요, 최초 번역이 잘못되었더라도 수십년이 흘러도 수정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 또한 번역자가 아니라 글쓰는 이라면 새겨 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왜 뜬금없이 "인생은 짦고 예술은 길다"라고 얘기했을지, 과연 'Art'를 예술로 번역하는게 맞는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는 빨간 동백꽃을 왜 '노란' 동백꽃으로 말했는지,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얼룩백이 황소는 과연 얼룩백이 '누런 소'인지,  찔레꽃은 흰색인데 왜 노래 <찔레꽃>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 부르는지 아귀가 맞지 않음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 이유와 근거를 찾아서 확인하는 집요함과 성실성이 기본 덕목임을 강조한다. 

이게 맞겠거니 하는 자세에서 '옥석구분'(玉石俱焚)을 옥과 석을 가려낸다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거나, '악덕', '허위 사실 유포', '부진한 활약' 등 의미가 모순되는 단어를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난상토론'(爛商討論)은 야단법석 너도나도 떠드는 것이 아니라 '낱낱이 들어 잘 토의'한다는 뜻인데 말이다.
 
저자가 한국어다운 문장으로 정리한 내용에서, 관형격 조사 '의'를 제대로 사용하고, '관형사+명사' 형태보다 '부사+동사(형용사)' 형태로 고쳐 쓰고, 피동형보다 능동형을 쓰는 것 정도만 익숙해져도 글을 읽기가 훨씬 쉬워지고 이해도 빨라질 터이다. 
즉, '한 통의 편지'보다는 '편지 한 통', '지금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지금 모습 그대로', '즐거운 휴일'보다는 '휴일을 즐겁게', '생각된다'보다는 '생각한다'가 훨씬 자연스럽다. 

고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은 내 글쓰기에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좀더 견고한 글쓰기의 기본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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