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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8 상처받는 사장을 위해서 -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선한 마음과 의도를 가진 사장이 겪는 고민과 착각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또는 팀장, 부서장 등 자기가 책임질 조직을 맡고 있는 분들에게도. 


사장 노릇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아마 사람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게 아닐까 싶다. 
회사의 핵심 멤버로 생각하며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챙겨주고 돌봐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훌쩍 떠나버릴 때의 배신감과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은 회사를 만들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여러가지 복리 후생 제도도 만들고, 동종 회사보다 한푼이라도 더 높은 연봉을 주면서 애쓰는 데도 고맙다는 말은 커녕 왜 이것밖에 안되느냐는 불만을 들을 때의 허탈함.

그래도 이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니까 끝까지 밀고나가는 사장이 있는가 하면, 애정이고 관심이고 다 필요없다 돈이나 열심히 벌자며 아예 마음을 돌리는 사장도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문제는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할 것이라고 짐작한 방식으로 접근한 게 원인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 '내가 이렇게 해줬으니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라는 기대나, 좋은 회사 좋은 사장이라는 평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흔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사장, 착한 사장보다는 능력있는 사장이 먼저이다. 가족들 끼니도 제대로 먹이지 못하면서 착한 아비 노릇만 한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회사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과 성과 그 자체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요구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냥 인간적으로 좋은 리더보다는 능력을 계발할 수 있고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리더에게 더 신뢰가 가는 법이다. 잘못을 했을 때 대충 감싸고 넘어가는 상사보다는 따끔하게 지적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어주는 상사가 더 존경받는다. 인간적인 신뢰나 끈끈함도 이런 바탕 위에서 진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 기본 위에서 이런저런 인간적 배려와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나 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것 없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 개인과 조직을 망치는 독이 된다. 

특히 인본주의적(?) 정신을 갖고 직원들을 위해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는 사장에게 이런 시행착오를 자주 보게 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좋은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좀더 냉정하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마냥 너그럽고 이해해주는 게 좋은 리더의 모습은 아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만. 
별다른 바탕도 없고 준비도 없이 그냥 사람을 믿고 베풀고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중심의 조직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개인의 적극성과 창발성에 기반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 수도 없다.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자의 이 말씀은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근본적인 감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조직에서는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을 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게 남도 좋아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비슷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해서 베풀었는데 얻은 건 상처와 배신감 뿐이라는 느낌에 괴로워하는 분들이라면 우선 그것이 상대방도 원하는 것이었는지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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