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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23 행복한 회사만들기5- 체계가 잡혀갈수록 복잡도는 증가한다 1

<엔트로피의 법칙과 조직의 복잡도> 


회사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도 늘고 부서도 하나둘씩 늘어나게 마련이다. 

팀, 본부, 사업부, 실 등 다양한 부서가 생기고, 팀 내부는 물론이고 팀 사이에 협의할 일도 늘어나고, 결재를 받아야할 일도 늘어나며, 결재 단계도 점점 늘어난다. 이 모두가 에너지를 점점 더 많이 쓰게 되는 과정이고 엔트로피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에서는 자연계에서 무질서도를 뜻하는 엔트로피는 늘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방향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추려고 개입하지 않는 이상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역설적인 것은 점점 분업화, 전문화하는 업무 규정과 조직 구성, 잘 정리된 업무 처리 절차 등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여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이 오히려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조직에서는 '복잡도'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조직은 자연스럽게 점점 복잡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잡도를 최대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직 구성이나 담당 업무가 생겨난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옥상옥의 구조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역으로 복잡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서간 협의가 안되니 공식적인 부서협의 채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한다. 정보 공유가 안되니 주기적으로 전사 미팅 시간을 만들고, 월요일 아침마다 팀, 부서, 임원 등 각 단위마다 업무보고와 회의를 한다. 하루 내내 회의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다보면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실무자든 관리자든 자신의 머리속이 복잡해서 한치 앞을 생각하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한다고 평가하거나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다. 객관적으로 그건 그냥 바쁜 거지 제대로 일 한다고 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투입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오히려 투입 시간이 늘면 늘수록 품질은 점점 떨어져서 평균으로 수렴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출처 : Organization Chart of a Large Company Manufacturing Stoves, 1914>


<통합과 일반화가 답이다


꾸준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장할 수록 복잡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업무를 더 잘게 나누거나 분업화와 전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체계를 만들면 만들수록 애초 목적과 의도와는 다르게, 일의 처리 속도는 느려지고 효율은 떨어지며 효과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으로 작동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체계없는 체계'이다. 

창업 초기에 구성원들이 일하던 방식을 떠올려보면 된다.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분업보다는 통합, 전문화보다는 일반화로 나가야 복잡도를 낮추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초기 벤처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통합적인 업무 처리 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 성장했는데 오히려 성과를 내는 시점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때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기존 회사 조직처럼 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90여년 전 GM의 앨프리드 슬론이 도입한 조직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조직 구성이 여전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머리 따로, 손 따로, 발 따로, 전문화된 역할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테일러주의적 조직 구성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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