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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3 승려와 수수께끼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다가 안정되지만 행복하지 않은 명확한 미래를 버리고, IT 업계에 뛰어들어 스스로 벤처업계의 성공사례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벤처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랜디 코미사가 쓴, '사업으로 본 인생론'같은 책이다. 
funerals.com이란 스타트업 기업의 투자요청을 소재로 사업이란 무엇인지, 왜 돈을 벌려고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과 답이 필요함을 얘기한다. 

문제는 '1단계, 해야만 하는 것을 해라 2단계,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사고 방식 자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별개로 구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왜 그래야만 할까?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고 방식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서 노년에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살자는 게 장삼이사들의 생각이 아닌가?

'미뤄놓은 인생 설계'대로 산다는 것은, 1단계에서 내 본 모습이나 관심사와는 별개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돈을 버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원래 별개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이 일치하는 행복한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행복한 사례가 아닌가. 
물론 해야만 하는 것을 우선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우선하라는 일반적인 충고도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그런 순위 설정에 깔려 있는 '고진감래'식의 사고 방식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의 고통은 당연한 것, 또는 오늘 고통이 없으면 내일 행복은 없다는 식의 생각은, 행복이란 게 어느 단계를 넘어섰을 때 얻을 수 있는 물건이나,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원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다행히도 정작 돈도 벌고 집도 사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막상 행복하게 살고자 했을 때는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고,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를 찾지 못한다. 

의지와 열정은 판이하게 다르다....열정이란, 저항할 수 조차 없이 어떤 것으로 당신 자신을 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의지란, 책임감 또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다. 만약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뜨끔하다. 나는 과연 의지와 열정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 그래서 사업을 할지 직장을 구할지 어떤 직업을, 어떤 활동에서 내가 열정이 솟구치고 강력한 비전을 만들어내는지를 알고 있는지...
어쩌면 책임감과 당위를 따르는 의지를 계속 열정 비슷한 무엇으로 생각한 건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왜 예전처럼 밤샘을 밥먹듯이 해도 마냥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던 그때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지가 의문이었다. 
상황에 떠밀려, 책임감으로 시작한 사업이라서 그랬던 건 아닐까? 
저자의 말처럼, 내가 사업을 하던 때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결과였고 구성원들과 함께 자부심을 느낄 비전을 나름대로 공유하면서 6년을 버텼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두 경험이 없고 어렸으며 존립의 근거를 만들어 낼 수익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실력과 열정, 그리고 비전을 공유하는 동지적 결합, 이 셋의 행복한 결합만이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며, 직장에 매여 사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알게모르게 우리가 미뤄놓고 사는 삶의 근본적인 이유, 돈을 버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곱씹게 하는 책이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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