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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0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회사 만들기



2013년에 조그만 중소기업 SW 업체가 세상의 주목을 한껏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제니퍼소프트이다. 
30명이 채 안되는 직원에 매출은 100억을 넘는 강소기업인데, 그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대표의 경영철학과 조직운영 방식이었다. 9 to 6나 SW 업계 특유의 밤샘 야근이 없는 것은 물론, 출퇴근 자체를 직원 스스로가 알아서 한다. 

좀 놀면 안되냐는 대표의 말이 회사는 이래야 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었고, 노는 것 같은 데 성과는 오히려 더 많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환호했다. 지금도 그런 기업 운영과 철학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고 따라하고 싶어한다. 
직원을 뽑아서 일년동안 업무는 맡기지 않고 사색만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나 일과 중에 사옥 지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이나 6시가 넘으면 사장이 먼저 나서서 퇴근을 독려하고 전기 스위치를 내리는 모습은 충격과 신선함 그 자체이다. 

나도 회사를 만든다면 이런 모습을 꿈꾼다.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기 전에 조직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동의하고 능력이 되는 사람을 먼저 세팅할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제도 도입에 필요한 환경, 조건과 해결과제, 예상 문제점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면, 구성원들이 그런 능동적 자율적 업무 환경을 감당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고 어디서든 업무를 보고 업무 시간에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환상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만큼 모든 성과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자기절제와 노력이 요구된다. 보기 좋은 떡이 꼭 먹기에도 좋은 건 아니다. 

막상 간섭과 지시가 없는 환경에서 온전히 자기가 주도적으로 계획, 통제하면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근무하기 좋은 회사가 곧 성과가 좋은 회사도 아니고, 널널한 회사가 좋은 회사도 아니다. 
예를 들어, 사장과 직원이 격의없이 격렬하게 토의하는 수평적인 문화도, 그것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업무 만족도와 성과를 끌어올리는 요소이지만, 수동적인 태도가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만한 고역도 없다. 그냥 내가 할 일을 지시받는 게 더 속편할 수도 있다. 

인간이 온전히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적 존재로서 바로 서는 것이 단지 제도로서 보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외국기업인 SAS, 모닝스타, 고어처럼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수장에게 훌륭한 리더십과 경영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보기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고, 그것이 자신의 성향에도 잘 맞아야 한다. 무엇보다 굳건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무너진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그런 문화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조직에서 대다수를 이룰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업문화의 형성이다. 이런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기에, 자율과 협력을 중시하는 제니퍼소프트에서는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그것이 공동체의 의무'란 말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조직을 세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기운으로 공간을 채우고 자연스러워 지는데는 절대적으로 시간의 무게가 쌓여야 한다. 
그러기에 자율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모닝스타의 CEO는 자신들같은 기업을 만들려면 창업초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어느정도 기업문화가 형성돼 버리면 사람을 바꾸기도 쉽지 않고 조직 자체를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어쨌든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인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의미를 추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인간들이 모여서 자율과 협력, 능동적인 자세로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야말로 강하고 튼튼하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며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국내에도 그런 변화에 동참하여 성과를 내는 강소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도전이기보다 가슴뛰는 변화의 물결에, 더 많은 기업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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