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동안 중소기업에서만 조직 생활을 했다. 본부장, 임원이기도 했고, 6년여 동안은 본의아니게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드라마보다는 그냥 실패와 정체의 연속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리는 세월이었던 같다.


20여명 짜리 회사가 불과 일년만에 자산 400억짜리 1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가, 일년만에 폭삭 망해가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본의아니게 사업이란 걸 하게 되면서 만 6년을 사장이란 어색한 직책을 달고 온라인 비즈니스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 시기 내게 사업이란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돈 안되는 아이템으로 어떻게 돈을 만들어야 하는 풀기 어려운 과제를 놓고 씨름하는 과정이었다. 결과는? 실패.

그리고, 다시 임원으로 일하게 된 솔루션 회사에서 만 7년을 조금 못 채운 기간동안 COO, CMO 등의 타이틀을 달고 일했고, 심지어 연구소장까지 잠깐 맡아보기까지 했다. 10여명 규모의 회사가 50여명까지 성장하고 회사의 인지도와 브랜드도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중폭의 인력조정을 거친 후 나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실패.


그리고,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나는 리더이기보다 팔로워의 역할이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리더란게 꼭 조직의 수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앞서 나가는 이의 뒤를 책임지고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보좌하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과감히 직언하는 참모의 자리인 것 같다.

즉,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내게 맞는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처럼 남는 시간에 그동안 가슴에 품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생각한다. 이른바, '중소기업 실패경영'.

왜 중소기업이고, 왜 성공도 아닌 실패인가.


당장 책방에 가보라. 경영과 관련해서 무수하게 많은 책들이 널려 있다. 가장 흔한 분야가 경영과 전략이다. 문제는 그런 책들이 모델로 삼고 있거나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지만 정작 경영관련 서적들은 10% 또는 상위 1%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성공 비결을 얘기한다. 나 또한 많은 경영서적들을 읽으면서 항상 목말랐던 것도 정작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서는 그리 쉽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90%가 중소기업이란 말은, 그만큼 중소기업 대상 경영전략이나 기획, 운영, 인사, 마케팅을 이론으로 정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공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고,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이래서 성공했다'고 과감히 주장하기도 힘들 것이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 사장을 위한 소기업 사장학이란 책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실패한 기업에 초점을 맞춰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실패학'이란 분야도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속담이 기업 경영만큼 적절한 곳이 흔히 있을까 싶다.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에 실패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성공의 비법과 더불어 실패의 징조도 함께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경험은 한정적이고 부분적이다. 내 말이 정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의 범위, 즉 내가 겪은 회사, 내가 듣고 본 회사, 여러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례 등을 종합해서 내 나름의 생각을 얘기해보려 한다.


비록 아주 작고 보잘 것 없겠지만, 성공을 위해 고투하고 있는 모든 중소기업 사장과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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