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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2 기획력,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는 능력



내가 처음 읽은 기획안 작성에 대한 책이 아마도 <THE ONE PAGE PROPOSAL>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쓸데없는 치장을 버리고 한 페이지에 요점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기획안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같은 책이나 MECE, 이슈트리 처럼 문제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법론에 대한 책을 읽으며 기획에 필요한 사고체계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기획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설득력있는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A to Z를 설명하는 책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흔히  '~하는 기술', '~ 하는 방법'이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기획관련 서적과 달리 이 책은 특이하게 '기획력 강의'란 제목을 달고 있다. 기획도 아니고 기획'력'이라. 거기다 '강의'까지.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실무 경험과 다양한 강의를 통해 축적한 컨텐츠를 잘 정리한, 말 그대로 한 학기 강의안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 결론까지 쭉 읽어가다보면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능력'(기획력)이 핵심이고, 이 능력과 제대로 된 기획안 작성의 기술이 쌍을 이루어야만 훌륭한 기획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를 찾고 검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는 기획의 과정과 여기서 얻은 결론을 보고서로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획의 시작에서 끝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다. 

보통 '답을 찾는 기획'에서는 제대로 해결안을 도출했지만 막상 그 답을 만드는 절차, 즉 기획안을 작성해서 보고해야 할 대상을 설득시켜야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아예 기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된 과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기획안 작성 지시를 받았을 때 왜(Why) 이 사안을 기획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고 바로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할 것인지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엇보다 Why에 대한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파악 과정과 기법을 업무 진행 흐름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실제 기획안 작성을 다루고 있는 2부에서는 기획안을 작성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의부터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 나온다. 

보고서 작성의 대원칙은 '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화란 주고받는 것이다. 머리 좋은 기획자의 일방적인 '내용의 드리블'이 되면 곤란하다. 질문과 대답이라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고서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나의 대답'의 형식을 이룬다. 보고서의 줄기를 이루는 대화의 큰 틀은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답'이다. 첫번째 질문은 보고서를 쓰기 이전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확인하는 질문, 공감하는 질문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답이 바로 보고서의 결론이다.
두번째 대답이 바로 문서의 핵심 파트인 본론이다. 두 번의 질문과 두 번의 대화는 서론-결론-본론의 스토리라인으로 나타난다. 

당장 낚시하는 법으로 넘어가지 않고 낚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념을 먼저 설명하는 셈이다. 나는 이 책의 미덕 중의 하나가 이렇게 용어에 대해 그 의미를 먼저 확실히 한다는 점이라고 본다. 
그 외에도 기획, 목적, 목표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지만 어렴풋이 느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용어에 대해 정확히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하게 되면 정확한 의사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을 뿐더러, 그 단어가 지시하는 방향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획자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고서의 의미를 정의하게 되면, 어떤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기게 된다. 2부에서는 이렇게 보고서 또는 기획안은 대화라는 정의를 바탕으로 메시지, 스토리라인, 피라미드 논리구조, 차트 사용 등 구체적인 가이드를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나는 2부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딱 두가지만 뽑으라면, '보고서는 대화'이다는 것과 '스토리라인은 서론-결론-본론'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들겠다. 초심자들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실수가 기획안을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해서 일방적이고 지루하게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획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기획력이란 것이 기획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를 분석, 정리, 대안을 세우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거나, 근거있는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아래 글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Do the thing rights"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일 처리를 강조하는 말이다....이제 조직에서 요구하는 것은 "Do the right things right"이다. 소위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라"이다. 해결안이 잘못되는 이유는 해결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나 문제 분석의 방법론을 좀더 파고들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책도 추천한다. 


<문제해결사> 유정식 저

<점핑>장호준,정영훈 공저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저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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