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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7 사고는 다시 일어난다

< 사고는 다시 일어난다 >


내용없는 뉴스 밤새 쳐다봐야 속만 탈 뿐이고 내일 신문 뒤적거려봐야 사고 이름만 바꿔 넣으면 똑같은 내용일 뿐일 것이다. 
쓰레기 언론이나 경찰 따위 국가권력은 분노를 받아낼 대상이 될 희생양을 찾아 길거리에 매달아 놓을 것이고, 안전 규칙 강화 따위의 누구도 실행될 거라 믿지도 않을 제도를 대책이라고 내놓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다. 
하루 42.6명이 자살하고 1년이면 15,566명이 죽어가는 나라다. 그래도 그런가보다 하며 우리는 각자도생 살아가고 있다. 
생계가 막막한 시민이 굶어죽어도, 장애인이 불에 질식해 죽어도,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맞아죽어도, 우리의 관심과 분노는 그때뿐 또다른 충격과 이슈에 시선을 뺏긴다.


'설마'와 '대충'이 사회적 습속으로 뿌리내린 사회이고, 그 한편에 무한 생존 경쟁에 사회구성원들은 내몰리고 있고, 스스로 그 길로 몰아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아무리 해운회사를 조지고 선장을 비난하고 엄벌을 외쳐도 결국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손가락질 받는 그들은 아무런 힘도 없으며, 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로 함께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이다.


솔직해지자. 그리고 분명히 인식하자. 이런 사고는 분명히 반복해서 또 일어날 것이다. 이미 가깝게는 해병대캠프, 마우나리조트 사고를 겪었고, 이땅에 살면서 우리는 기억도 안 나는 숱한 사고를 겪어 왔다.


그래서, 또다시 어디에서 덮칠 지 모를 재난을 최대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 
단지 법을 보강하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잘못을 저지른 놈을 사형에 처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순간적인 만족감을 느낄 뿐이고 감정의 분출과 해소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자칭 보수, 애국세력이라 자처하는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리가 없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다. 더 절망적인 점은 무능한 판에 욕심까지 많다는 것이다.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면 수입을 금지해야 함에도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수입해도 괜찮다는 정부다. 바다건너 핵발전소 사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정부다. 전투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까이꺼 설마하며 백 몇층짜리 빌딩을 올리는 정부다. 
그리고, 행동하는 일부 시민들,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온몸으로 저항해도 시민의 호응은 커녕 그들만의 저항으로 묻혀버리는 사회다.


이미 위험을 당연시하는 국가, 그것을 강화하는 정부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냥 막연한 희망이고 안타까움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시민으로서 책임회피이다.


< 부조리한 삶에 저항하며 조금 더 불편하게 살자>


밖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자연스럽고 본능이다. 하지만 동시에, 의식적으로 자신을 항해 자성의 시간을 가져보자. 
잠깐의 분노와 울분, 이어지는 체념과 망각, 그리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생활로 다시 복귀하는 그 익숙한 습관과 순환고리에서 벗어나자.


일상의 부조리함 하나하나에 시민적 감수성으로 따지고 묻고 문제를 제기하자. 그렇지 않다면 결코 사회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가진 자의 편인 권력은 우리의 분노와 염원에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소수 활동가와 깨어 있는 시민이 흘리는 피와 땀에 무임승차나 하면서, 제 앞가림에 바쁘다는 핑계로 비루하고 비겁한 노예로 살아갈 것인가?


생활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부조리함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항의하자. 관심과 연대, 그리고 실천만이 우리 사회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권리 침해에는 악착같이 지키고자 하면서도 타인이 당하는 고통에는 무관심한 우리가 바뀌어야 세상이 살만해질 것 같다. 
내 자식이 조금 힘들어져도 자식과 함께 학교의 부당한 규제과 강압에 맞서 싸우는 부모가 많아져야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그런 항의를 실천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사람이라도 줄어든다면 말이다. 


불편함을 무릅쓰는 것이, 아니 그런 불편을 기꺼이 겪고자 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행동하지 않는 자는 욕할 자격도 없고 욕먹을 자격조차 없다. 
난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지켜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든 일은 시민들의 힘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시민들을 '사회적 시민'이라고 하자. 인간의 존엄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소외오 분열을 부추기는 자본은 죽음의 세력이 되어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약자들, 소수자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이런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를 부단히 인간적으로 변화시켜가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시민이어야 한다." 
-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중에서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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