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의 맞수: 혁신의 천재 혼다 VS 경영의 신 마쓰시타 >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경구를 조금 바꾸어서 얘기하자면 '경험한 만큼 느낀다'도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을 때 그때는 보이지 않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내용이 새삼스레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경영서적도 비슷한 것 같다. 십년도 훨씬 전에 본의아니게 사장이 되면서 이 책 저 책을 보면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나름 애를 썼었다. 혼다 소이치로,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그때는 기업경영에 대해서 그 분들이 얘기했던 내용들을 다분히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선언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머리에서 좋은 말씀 정도의 차원으로 받아들였지, 그런 원칙이나 철학이 실제 기업경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고, 원칙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십 몇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략이나 마케팅론 못지않게 기업 경영에 대한 이론도 많이 변했고, 대안적인 기업 운영에 대한 사례도 훨씬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경쟁에 기반한 성과주의, 주주이익 극대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 등 당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던 기업 경영의 원칙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평생 기술 개발에 헌신한 혼다 소이치로, 반면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통찰로 필요하면 기술은 사오면 된다는 접근을 취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 
기술에 대한 이런 상반된 태도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 사람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단적으로 소이치로는 기술자의 실수에 대해 그 자리에서 심한 욕설과 물건을 집어 던질 정도의 다혈질적 모습을 보인 반면, 고노스케는 항상 예의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대했다. 소이치로가 저돌적인 인파이터 복서같다면, 고노스케는 항상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인의 모습이라고 할까.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보여준 철학, 기업관, 인간관, 조직운영을 비교한 책이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도 자신의 저서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댐 경영론을 들으면서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의 갖추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 경영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현실적인 사고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감과 교훈을 준다. 

두 사람의 상반된 스타일은 경영의 기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런 차이와 달리 두 사람 모두 회사는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며, 사람이 중심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 철학은 다름이 없었다. 

신입사원에게 "애사심 따위는 필요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 는 혼다 소이치로의 일갈, "외부 사람들이 '마쓰시타전기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라고 질문해오면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고 대답하라!"고 말한 고노스케의 철학은 지금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본받지 못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싶다. 
지역 소매업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공장안에 매점 설치도 못하게 했던 혼다 소이치로의 모습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어울려 살아야 하고 기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은 우리 회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쓰여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혼다 소이치로)는 말이나, 노조창립식에 찾아가 축사까지 한 고노스케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 우리나라에서도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경영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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