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Conscious Capitalism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가 아니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활동이 기업 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투자자, 협력업체, 공동체, 환경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갖고 있는 장점이자 기업의 가치이며, 이것을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이라고 부른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도덕적인 기업이 되어야 한다거나,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기업의 윤리적 책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CSR 활동과도 다르다.

저자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서 깊이 자각하여, 고차원의 목적, 이해관계자 통합, 깨어있는 리더십, 깨어있는 문화와 경영이라는 네가지 신조로 구성된 기업을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이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므로 유익하며, 자발적인 교환에 바탕을 두기에 도덕적"이며, 지금껏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퍼져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지적 기반을 경제학자와 비평가들에게 내맡겨둔 탓이 크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함이며 수익은 그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사람은 밥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대부분 무슨 꿈같은 헛소리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착한 사람은 사업하면 망한다'는 사고가 상식(?)처럼 퍼져있는 사회에서, 착하게 돈을 벌 수 있고(벌어야 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본질이자 추구할 바라는 얘기는 '망하기 딱 좋은' 생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착하다는 개념은 순진하다, 멍청하다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착함은 똑똑함, 지독함, 게으름, 부지런함, 노련함, 성실함, 까칠함, 고지식함, 개방적, 유연함 등 다양한 성향과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근본적으로 도덕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미션을 지향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말도 함께 붙어 다닌다.

"우리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착한 사람들은 꼴찌가 된다' 같은 근거없는 문화적 믿음을 던져버리고 조직과 리더가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조직과 리더는 인간이 지닌 최상의 덕목인 사랑과 배려를 구현해야 한다....물론 사랑과 배려는 탁월함과 결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하고 무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이다."

이렇게 '망하기 딱 좋은' 주장을 하는 몽상가는 누구일까? 
이 책의 저자인 존 맥키는 홀푸드마켓의 공동설립자이다.  홀푸드마켓은 미국의 유기농 자연식품 판매점으로, 연매출 110억 달러, 직원 6만 7000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 훌륭하고 윤리적인 체계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인식하고 운영하자는 것이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만들고 연구소를 설립한 저자의 의도이다. 그리고, 그런 사상을 홀푸드마켓이라는 기업을 통해 증명해보였다는 점이 이 책의 주장이 갖는 무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홀푸드마켓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는 기업들과 함께 '깨어있는자본주의연구소'를 만들어 이러한 사상과 경험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이트(http://www.consciouscapitalism.org/)에 접속하면 이 책에서 애기하는 철학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놓고 있다. 
또한 매년 열리는 Conscious Capitalism CEO Summit(올해로 8회째) 행사 스케치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가 이 그룹에 가입돼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란 책이 전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오고,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1%을 제외하고는 99%의 다수가 불행한 현재 자본주의 작동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그런 점에서, 착하게 돈을 벌 수 있고, 벌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울림이 크다.

물론 과연 '진정한' 자본주의에서는 기업의 활동 자체가 가치있고 도덕적일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적어도 나는 저자와 달리 자본주의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그런 성격을 내장하고 있다면 기업이 국가를 대체하는 기업국가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쓸만하게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기업가들을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실천에 동참하고자 한다. 자본이나 기업이 근본적으로 탐욕적이든 아니든, 진흙탕에서도 연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장처럼 여전히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아무리 휼륭한 미션, 좋은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도, 그런 가치를 끝까지 밀고나가고 기업 문화로 각인되기 까지는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로 모아지기 위해서는 권한은 가능한 넓게 퍼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닥을 닦는 사람이 빗자루를 선택"해야 한다.

"조직문화와 경영 방식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규율 기반으로 하는 군대식 문화가 있는 기업에는 지휘와 통제 중심 경영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와 달리 깨어있는 문화를 지닌 기업에는 분권화, 권한위임, 협업에 기반을 둔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

끝으로 깨어있는 리더의 자질에서 예로 들고 있는 타타그룹의 전 리더 JRD 타타의 말을 인용해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대기업의 리더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 직원들은 파업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저렇게 서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시원한 음료를 갖다 주고 그늘로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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