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십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동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대답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나도 몇년 사업을 하면서 비슷하게 생각했다. 잘되든 못되든 내가 판단해서 결정했고 그 책임도 내가 진다는 게 사업의 매력이다. 그 과정이 항상 어렵고 외로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 자유의지라는 점이 끊을 수 없는 마약같기도 하다.
문제는 사장은 그런 매력을 만끽하고 그 맛에 사업을 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은 그런 매력을 느낄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장이나 상사를 만나면 권한위임 차원에서 일부 결정권이 넘어오기는 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여전히 윗사람의 판단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내 행동의 방향과 행동 여부를 타인의 의지에 맡겨야 하고, 내가 이렇게 하고 싶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즉 내 의지를 남에게 의탁하고 허락받아야 한다. 이것이 그 어떤 당근으로도 풀리지 않는 갈증의 근원이다.
결정은 업무의 전제가 아니다.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재미있는 업무의 한 부분이다...그래서 모든 결정은 다 소중하며, 최대한 널리 분산되어야 한다. 의미있는 결정을 내릴수록, 그만큼 일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언리더십> 중에서)
보통 사장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놀면서도 문득 사업 아이템이 떠오르기도 하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회사에서 탈출했다거나 내일 회사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끝을 알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월요병이 도지는 게 아니라,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다음 주에는 뭘할까를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직원의 마음은 정반대이다. 온갖 회의와 보고, 상사나 부하와 갈등, 눈치보기, 사내 정치 등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고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편하게 쉬지 못한다. 짧은 휴일이 지나면 다시 그 전쟁터로 끌려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출처 : http://www.midasit.com/)
마이다스아이티, 제니퍼소프트, 고어, 구글, 모닝스타,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조직이 크든 작든 대안적인 조직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고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은 예외없이 책임과 권한을 나눠서 맡기지 않는다.
사람이 머리는 없이 손발만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직을 사람으로 은유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사장이 머리고 직원이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사람이 아니라 아메바에 가깝고, 프랙탈 구조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교세라 그룹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안한 아메바 경영은 조직의 각 단위들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경영하는 기법이다. 일종의 독립채산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책임뿐만 아니라 권한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립채산제 경영을 도입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지만 뚜렷하게 대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조직 경영 기법으로만 도입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런 경영기법은 기법 이전에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노동은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정신을 고양하고 마음을 갈고 닦는 수양의 방법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행복거래 장터다.
회사는 행복생산 공장이다.
사업은 행복거래 행위다.
매출은 행복효용 총량이다.
이익은 행복시너지 기반 재원이다.
구성원은 핵심가치 추구자다.
('마이다스' 메시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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