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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05 제도 도입 전에 역량 계발이 먼저다.

회사가 어느 정도 업력이 쌓이고 안정적으로 매출이 일어나게 되고 인원도 이제 몇십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면 여러가지 제도들을 검토하고 도입하게 된다.


앞서 KPI와 같은 성과평가 제도의 도입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런 제도만 도입하는 것으로는 애초 의도했던 목적이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표 그 자체에 매몰되거나 부서간, 개인간 갈등이나 불만만 더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도를 도입한다고 그 자체가 알아서 굴러갈 리는 없다. 사소한 규칙 하나가 생기거나 없어지더라도 한동안은 관성에 따라 변경 전의 규칙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물며 전사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생기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변화는 익숙한 습관을 유지하려는 관성이라는 저항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제도를 실행해야 하는 조직과 사람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령 KPI같은 성과 평가 제도 도입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소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일정 궤도에 올라섰다는 판단이 들자 사장이나 임원진에서는 이제 우리 회사도 '공정한 성과관리'를 통해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끌어올리자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외부 경영컨설팅 기관에게 제도 도입을 위해 컨설팅을 의뢰한다. 기관에서는 몇 차례의 면담과 질문지 배포와 수거, 업무 분석을 통해 부서별, 팀별 업무를 분류, 정리한다. 그리고 각 부서별로 주요 핵심 업무를 정리하고 일정한 양식에 맞춰서 연간 업무 목표와 지표를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몇달간의 업무 분석과 목표 설정, 지표 수립이 끝나고, 이와 관련된 실무적인 운영 방침과 규칙, 성과 보상 정책 등도 함께 따라온다.


나는 이 과정이 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든 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되든지와 상관없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제도는 굴러가겠지만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애초 의도했던 역량 계발이나 성과 향상이라는 목표는 거두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이 평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는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나 팀의 책임자(임원, 부서장, 팀장)들이 자기가 맡은 조직의 달성 과제와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팀원들도 자신이 올 한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 달성 여부를 무엇으로 수치화 할 것인지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낯설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냥 회사 전체가 한몸처럼 움직였고, 회사의 목표가 곧 부서의 목표, 나의 목표였으며, 도전 과제가 있으면 너 나 가리지 않고 함께 넘어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날 갑자기 부서, 팀, 개인이라는 단위별로 목표를 세우고 측정 지표를 만들라는 요구는 매우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체질 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제도라는 형식만 들고 와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 훈련은 제도 도입을 논의하면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입 전 적어도 일년 정도 기간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훈련은 위에서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팀의 리더가 목표나 성과에 대해 감을 못잡는 데 아무리 팀원이 날고긴다해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Plan-Do-Check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간부급부터 목표 설정, 실행, 교정, 업무 평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준비 과정에서 우리 조직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성과 평가 제도의 도입 여부나 시기, 보강해야 할 부분 등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중소기업은 체계적인 직원 교육 시스템도 없을 뿐더러 그런 걸 경험하고 입사하는 직원도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준비와 훈련, 경험의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정말 구체적이거나 절실하게 필요해서가 아니라면, 의례적으로 따라하는 제도 도입은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받아야 할 컨설팅은 업무 분석이나 성과 지표 수립 같은 구체적인 제도가 아니라, 간부급이 갖춰야 할 리더십, 직급/업무 역량 계발, 멘토링 역량 수립 방안이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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