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여년 전에 나온 이 책은 비판보다는 칭찬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강조하면서 국내에서도 칭찬 신드롬을 일으켰다. 연예 프로그램에 '칭찬합시다'는 코너도 생기고, 기업마다 하루에 한명씩 칭찬 릴레이를 벌이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되고, 어쩌면 애초에 귤이 아니라 탱자가 그대로 넘어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징벌보다 칭찬과 격려를 하라는 것은, 칭찬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전제가 양날의 칼일 수도 있는 것은, 칭찬이라는 행위를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할 때이다. 

책에서 지은이가 감명을 받은 범고래 쇼가 가능했던 것은, 조련사가 범고래를 단지 쇼를 위한 도구로만 보지 않았고, 범고래를 생명체로서 존중하며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으로서 칭찬을 활용했다면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칭찬의 기본은 결과 이전에 과정이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이 깔려 있어야 한다. 
주주 이익의 극대화, 제로섬 형태의 사내 경쟁, 엄격한 상명하달, 윗사람 눈치보기, 사내정치 등의 기업 문화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 상황에서 칭찬 릴레이나 캠페인은 잠깐의 진통제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 환경에서 칭찬 릴레이는 해야 하니까 하는 '업무'가 될 뿐이다. 

한때 육아, 교육 분야에서도 이 칭찬 신드롬이 도입되어, 있는 상 없는 상 만들어서 반의 모든 학생에게 상장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만 잘해도 온갖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아동학자들이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막무가내 칭찬에 아이들이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도 않게 되고, 오히려 칭찬하는 부모나 교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되는 역효과를 가져 왔다는 얘기도 있었다.   

"사람들을 생산적이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와 가정에서는 정반대의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며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사기는 계속 저하된다... 그 옳지 않은 일 중의 하나가 벌을 주는 것이다. "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고, 칭찬은 그것을 찾기 위해 제시한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따라서, 사람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보는 시각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고, 이 책에서 배워야 할 점도 그런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칭찬만 한다고 사람이 발전하지는 않는다. 애정이 없는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 빈정거림이나 욕으로 들리기 십상이고, 성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칭찬은 고래나 춤추게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비판이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랑하니까 그 마음을 표현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런데 기술을 부린다고 사랑이 생기지는 않는다. 말과 행동, 문화와 이벤트가 일치하지 않으면 조직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다시한번 궁금해진다. 왜 경영자는 달을 가리키면 그 손가락만 보는 것일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저자
켄 블랜차드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2-12-28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겅호]의 저자가 선사하는 성공하는 인간관계의 비결! 켄 블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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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은 회사는 시장에서 고객의 관심을 얻고 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내부로 들어가보면 직원들이 고객과 시장을 바라보는 것보다 윗사람의 심기를 헤아리고 비위를 맞추는 것에 더 열심인 곳이 많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조직의 오너 또는 사장의 성향은 매우 권위적이며,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좋아한다. 


따라서, 밖에서 보기엔 도대체 저런 삽질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병맛 마케팅의 배후엔 그 회사의 이상한 조직 문화가 사전에 문제를 걸러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윤을 내는 게 기업 차원에서는 필요조건이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에겐 회사에서 밉보이지 않고 인정도 받고 승진도 하고 오래다니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조직에서는 시장 동향이나 타겟 고객의 성향은 후순위일 뿐이고, 사장이나 상사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제품을 밀고 싶어하는지, 어느 인맥이 더 빵빵한지가 우선적인 관심사다. 그러다보면 부서 이기주의는 물론이고, 회사 차원의 성장이나 손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자해 행위까지도 기꺼이, '치열하게' 벌인다. 

그 조직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어이없고 한심한 행동이지만, 막상 그 안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절박하고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고객이 아니라 사장이나 상사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한테 잘보이는 것이 내 생존에는 훨씬 더 유리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이 경쟁력이 있든 없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책임 소재는 애매하게 흐려버릴 수도 있고 남한테 전가할 수도 있지만, 윗사람에 찍히면 당장 조직 생활이 팍팍해지고 생계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100명짜리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는 회사로 갈수록 외부보다 내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생존이라는 절박함에서는 일단 벗어났고, 도전하고 혁신하는 문화가 서서히 약해지면서 사내 정치가 독버섯처럼 퍼진다. 

그리고, 그런 충성 경쟁을 은근히 즐기는 사장의 성향이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며, 더 정확하게는 이런 성향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유상종. 결국 그런 조직에 적응하는 사람, 그런 문화가 좋은 사람이 조직의 대다수를 이루게 된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무서운 게 아니라 회장님의 심기를 살피고 문제를 어떻게든 꼼수로 덮으려고 했던 남양유업의 모습을 보라. 


자신이 사장이라면, 사장인 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직원들도 내가 시킨 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혹시 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자문을 습관적으로 해보기 바란다. 
물론 시장경기, 경쟁, 트렌드 같은 기업 외부 상황 탓일 수도 있고 아이템 선정, 전략 수립의 부족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조차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사 교류와 협력의 조직문화가 부족한 탓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문화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사장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무원들의 모습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라, 오로지 이 사건이 자신에게 미칠 피해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열심인 모습,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장관, 대통령 따위 윗사람의 심기를 먼저 살피는 모습은 실력이 아니라 개인적인 인연과 충성도를 우선시하는 대통령의 성향이 불러온 결과이다. 그리고, 이것이 위기대응 시스템 자체가 재난 수준의 바닥까지 내려가게 하고,  '이것도 나라냐'는 분노와 한탄이 나오게 한 이유다. 

해결책? 
솔직히 비관적이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체가 바로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를 바꾸고 리더의 성향에 좌우되지 않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굳건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애초 창업 초창기에 명확하게 기업의 철학과 사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극적인 예가 일본항공(JAL)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1차 파산으로 벼랑끝까지 몰린 JAL에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아니모리 가즈오가 구원투수로 등장하여 불과 1년 만에 흑자 전환, 2년 8개월만에 주식시장 재상장이라는 기적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JAL이 파산까지 몰리게 된 이유와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워 재생해낼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이 기업의 파산과 회생 과정에 농축되어 있다. 사내 정치, 보신주의, 부서 이기주의 등.  

결국 경영진을 갈아치우고,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과 단절하는 브레인워싱 과정을 꾸준히 진행하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내 회사는, 그럴 용기와 의지와 주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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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적인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가지 징후들을 정리해봤다. 물론 이런 징후 한두가지 나타나지 않는 조직은 많이 없겠지만, 그 징후들이 많거나 상태가 심각하다면 진지하게 조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 사장의 리더십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1. 퇴사자 중 입사 1년 안팎의 직원들이 많다 
  2. 메일에 참조자(cc)가 많다. 
  3. 소문이 많다
  4. 회의때 조용하다
  5. 사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6. 경리가 자주 바뀐다
  7. 사소한 결정도 임원이나 사장이 한다 
  8. 직원이 보고가 아니라 전달을 한다
  9. 사장만 바쁘다 
  10. 사내 정치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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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딸린 회사, 하루 세끼 건강식을 제공하는 회사, 결혼하면 축하금 천만원을 주는 회사, 출퇴근이 자유로운 회사... 
새롭고 독특한 복지제도나 근무 형태로 언급되는 회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대부분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은 젊은 중소기업들이다.  
꿈에서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혁신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건 매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신호다. 
'착한 사장은 돈을 못 번다', '복리후생에 쓰는 돈은 그냥 비용이다' 같은 통념을 실천과 실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은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구성원이 행복하면서 업무 성과도 높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경영자에게는 이런 사례들이 많이 참조가 되고 벤치마킹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주의할 점은 복지를 제도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이런저런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앞서 도입한 회사처럼 비슷한 성과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고,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되듯이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글을 아무리 벤치마킹해도 구글이 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업무 시간에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회사, 필요하면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 회사, 그래도 성과가 잘 나오는 회사라면, 그것은 일과 사람에 대해 경영자 나름의 확실한 철학이 있고, 업무 성과 평가에 대한 나름의 시스템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한 그런 자율적이고 신뢰하는 조직 문화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으며, 구성원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훈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회사들의 혁신적인 복지제도나 우수한 경영 방식을 벤치마킹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사람, 조직, 일, 성과에 대해 경영자가 갖고 있는 철학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철학에 따라 기업내 구체적인 제도 하나하나까지 일관되게 투영되는 것이 곧 기업문화가 되고, 그것이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업무 성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혁신적인 복지제도가 우수한 업무 성과를 낸 것인지, 성과가 우수해서 그 여력으로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형성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이 둘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로 보는 게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석과 자기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없이 도입하는 복지제도는 그 자체로는 나쁠 게 없으나 애초 의도한 효과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만약 복지를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업무 성과와 연계는 일단 분리해서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즉, 우수한 복리후생이 우수한 업무 성과를 자동적으로 낳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부족한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조직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런저런 복리후생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제도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업무에서도 좀더 나은 성과를 내는 데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종종 그 의도와 반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흔한 과정과 모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도입 초기에 직원들이 반짝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불과 몇달 지나지 않아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제도 도입 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간다. 
복지제도가 늘어나니 비용도 늘어났지만 매출이나 이익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사장은 서운하고 직원들은 그런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그러다보면 결국 수익이 나지 않아 하나둘씩 복지제도를 축소하게 된다. 
누리던 걸 못 누리게 된 직원 입장에서는 자기가 갖고 있던 걸 뺏겼다는 상실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가지게 된다. 
한편, 사장도 이런 구성원의 모습을 보며 '선한' 의도가 그만큼의 이해도 받지 못하고 효과도 없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선의를 거두어 들이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가 특별히 약삭빠르거나 못된 탓도 아니다.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복지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향상시키는 목적과 경쟁력있는 복지제도를 통해 좀더 우수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제한해서 보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의 효과는 거둘 수 있으면 좋으나 욕심낸다고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음 상할 일도 없고 애초 획득 가능한 효과를 거두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자가 지향하는 기업의 비전, 사명, 철학, 성과는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을 일관성있게 연결하고 자신있게 전파하고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떤 복지제도를 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거꾸로 우리 조직이 가져야 할 기업문화는 무엇인지, 업무와 성과에 대한 태도는 어떤 것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파고 내려가며 답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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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나 사업이나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때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고 때론 아깝지만 원칙을 지키기 위해 눈앞의 이익을 버리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조직의 윤리적 기준선을 어디까지 올리고 내려야 할 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윤리적 기업문화가 갖춰진 기업일 수록 구성원들의 소속감이나 만족도도 높고 성과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윤리적이고 모범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회사를 경영한다. 
하지만, 윤리라는 게 법이나 상식처럼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기업마다 그 기준이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은 만원 이상 식사 대접이나 명절 선물은 절대 받지 못하도록 윤리규정을 만든 곳이 많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그 정도는 고마운 마음의 표현이나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가령, 정가 1천만원짜리 솔루션이 있다 치자. 정가는 말그대로 '희망' 가격일 뿐, 경쟁과 입찰이라는 피튀기는 현장에서는 보통 절반값, 심한 경우에는 90%를 할인해서 팔기도 한다. 그런데, 영업사원이 착한(?) 고객을 만나 이 솔루션을 2천만원에 팔았다면 또는 팔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능력있는 직원이라 칭찬해야 하나, 고객을 속여 폭리를 취한 비윤리적 행위로 경고를 줘야 하나? 
거기다 아직 사업 초창기라 당장 그 달 벌어 그 달 월급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면 말이다. 1천만원짜리를 백만원에 파는 게 문제가 안된다면 2천만원이든 1억원이든 비싸게 파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2000년대 초창기에 SW 정보제공 사이트를 운영할 때였다. 
지금과 달리 그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사면 여러가지 SW를 설치하고 각종 유틸리티 정보를 얻기 위해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꽤 많았다. 덕분에 일 방문자나 트래픽이 준포털급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랄 게 없어서 10여명 안팎의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고, 부족한 돈은 빚을 내서 메우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컨텐츠 유료화, 온라인 쇼핑몰, 유료 ASP 등 수익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찾아서 여러 시도들을 해봤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던 게 P2P 서비스였다. 주로 SW와 야동 공유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었고, 법적인 규제나 관심을 많이 받지도 않을 때였다. 서비스를 붙이기만 해도 최소 하루 천만원 매출은 기본이라는 얘기가 돌 때였다. 
내게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제의가 들어 왔다. 내가 운영하던 사이트의 성격과 P2P는 매우 잘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었다. 최소 월 수 억의 매출과 상당한 순익을 남길 수 있다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제안이나 수익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SW를 핵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무단으로 SW를 불법복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기업 윤리 차원에서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을 접고 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가끔씩 그때의 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원칙을 지키며 장렬(?)하게 전사한 결과만 놓고 본다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업 능력의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자 한계였던 걸 그런 편법으로 회피하는 게 옳았겠느냐는 위안과 반성도 한다. 또는 적당한 타협책으로 P2P 서비스는 제공하되 SW 공유만 막으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박봉의 월급도 어떤 달에는 며칠 밀리기도 하고, 그마저도 부족해서 빚을 내면서 개인적으로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사장으로서 내가 지켰던 그 윤리적 기준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냐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때 그 판단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만약 앞으로 다시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원칙이나 윤리, 도덕이란 게 편할 때는 지키고 어려울 때는 슬쩍 어겨도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은 한다. 오히려 어려울 수록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배고프다고 도둑질을 하는 게 옳거나 합리적인 행동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오늘 지키지 못하면 내일도 지킬 수 없고, 능력 부족을 편법으로 해결하면 이후에도 능력으로 뭔가를 이루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윤리나 도덕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당장 영향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쉽게 타협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번 훼손된 정신은 다시 복구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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