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끊임없이 뛰어난 리더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한 사람이 만명을 먹여살리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거나 영입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렇게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할 수록 조직의 역동성과 자발성은 점점 떨어진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재능에 기댄 조직은 아무리 지금 훌륭한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그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게 되고, 누구도 그런 사람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가 중요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을 간부로, 임원으로, 사장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한을 리더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결정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할이다. 전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지 개별 전투에서 어떻게 싸울지 일일이 보고 받고 간섭하고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다. 


일을 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은 그 일의 의미를 알고 목적을 안다는 뜻이다. 따라서, 왜 그 일을 하는지(Why)가 분명하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할 지는 담당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하면 된다. 리더가 관리할 지점은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일이 검토하고 지시하는 것은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감도 안 잡히는 신기술 개발을 추진할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그 기술 개발이 과연 성과가 있을지를 따질 때 실무자가 빠뜨리거나 보지 못한 점이 없는지를 체크해주는 게 리더가 할 역할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훌륭한 리더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능력을 결집해서 하나로 모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가면서 한때 '히딩크 리더십'이 크게 유행했었다. 인맥 학맥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선후배 위계질서를 깨뜨려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뻥 축구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생각있는 축구를 도입했고, 감독의 작전을 수행할 기초체력을 쌓는 것에 충실했다. 
선수들이 팀웍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고, 현실에 만족하거나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여전히 배고프다'고 했다. 
판을 읽고 흐름을 타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리더의 할 일임을 히딩크는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리더는 감독이지 선수가 아니다.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든다고 대신 경기장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의외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리더가 매우 많다. 그리고, 그것이 리더가 할 일이라고 착각하는 분들도 많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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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책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책소개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책상 위에서 쓰인 탁상공론이 아니다. 저자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동화홀딩스(주)에서 일하면서 6년 3개월 만에 사장까지 5계급 초고속 승진을 했고 입사 5년 만에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뉴질랜드 4개 법인을 총괄 경영하는 CEO가 됐다. 그가 그런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인간 중심의 경영방법이 담겨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도 사람을 믿고 맡기면 통제가 안되고 배신을 당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결국 회사가 망한다고 믿고 있다. 유일하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은 오직 사장 본인 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에게 '왜'라는 자문을 해보길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일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정렬된다면 조직은 열정과 에너지, 생명력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은 가치있는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것, 누구의 감시와 통제가 없이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라는 걸 기본 철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월등한 성과를 낸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도 어느덧 44년이 흘렀다. 그리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함께 살자"는 절박한 외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외치는 것이 생존과 인권의 차원이라면, 기업 경영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간중심, 인간존중의 조직운영은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과가 떨어질 수 없다는 관점이다. 


이것은 산업사회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에는 단위 시간당 가능한 많은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 중요했고, 인간은 기계처럼 주어진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서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눈앞에 당근을 매달아 놓고 뒤에서 열심히 채찍질을 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사람은 감시와 통제가 없으면 농땡이를 피운다는 X 이론은 이런 점에서는 적절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이런 관점에서 각종 통제와 관리 절차, 기법, 성과 평가와 보상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걸 자기 실현적 예언이라고 할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를 모르는 데 주인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감시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지식산업 시대는 그런 식의 규율과 통제로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인간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존중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정과 지식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억눌려 있던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분출시켜 조직이 강력한 힘을 내게 하려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 힘이 분출되는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 조직의 가치와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에 대한 정확한 방향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구호나 강압, 명령, 지시와 같은 수직적, 권위적 방법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말그대로 계급장 떼고 개방적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리더의 힘은 자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직원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부하 직원은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아야 상사로서 카리스마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식의 변태적인 리더십(?)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보스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인간중심의 경영은 '그럼에도'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업관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식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직원을 일회용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에게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인간은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P.S) 이 책에서 딱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있다. 이 책 맨 뒤에서 인용하는 철강왕 카네기의 묘비명이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할 줄 알았던 사람, 여기 잠들다" 
리더는 자기를 위해 남이 대신 일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같은 뜻을 품고 같은 곳을 보면서 함께 가는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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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전략이나 전략적 판단을 많이 얘기한다. 그래서 전략 수립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론들이 있고 성공기업들의 전략을 연구해서 그것을 이론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성공 전략의 담지자로서 개인을 영웅화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 잭 웰치, 이건희 등 대부분 뛰어난 경영자의 선지자적 혜안, 과감한 결단, 혁신적인 사고 등을 근거로 든다. 

물론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딩크가 아니었으면 월드컵 본선 1승이 꿈이었던 한국 축구를 누가 4강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고 히딩크도 아니다. 닮고 싶은 모습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들이 기업 경영자의 표준일 수는 없다.



가령 오래되고 정체된 덩치큰 조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연륜과 경험, 지혜를 갖춘 사람이 경영자의 위치에서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식의 혁신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 수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의 능력과 지혜를 모여서 운영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정 뛰어난 경영자라면 건강한 DNA를 기업 문화에 새겨서 자신이 빠져도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영속을 꿈꾸는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걸 기대야 하는 한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꾸준하고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와 체질이다.

뛰어난 리더가 죽음을 눈앞에 둔 조직을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멀쩡하게 잘 나가는 회사가 리더의 판단 착오로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경우든 회사가 지향할 모습은 아니다.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가중치를 심하게 두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장 본인이 먼저 경계하고 조심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카리스마 넘치고 인자하면서도 과단성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춘 사람, 그래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마침내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 놓는 사람. 대략 이정도가 우리가 흔히 들어본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모두가 반대하는 사업확장, 신규 시장 진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결정으로 우량 기업이던 회사가 졸지에 한계기업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리더는 고독한 자리라고 한다. 기업의 미래, 구성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 누구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고, 실패했을 때 그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은 따로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추고 있고 강한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객관적인 사람, 항상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천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보고자 하는 사람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혼자서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메고 가서도 안된다. 이미 현대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능력자에게 조직의 존망을 걸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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