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다'와 '힘들다'는 다른 차원의 말이다.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고, 몸이 편해도 마음은 의미없는 일상에 지루하거나 괴로울 수 있다. 
의미가 있는 일에는 밤샘을 해도 엔돌핀이 돌고 즐거울 수 있다. 그걸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말린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점이 이것이기도 하다. 행복한 회사,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과 직원들이 좀더 편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같은 차원에서 대응하는 얘기가 아니다. 


좋은 회사란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력하는 조직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가 뚜렷한 사람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역경을 만나든, 그 과정에서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그것이 자신이 지향하는 길을 가는 데 거쳐야 할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조직도 그와 다르지 않다. 지향이 뚜렷하고 그 지향을 구체화한 목표가 제대로 서 있는 회사라면, 때로 흔들리거나 때로 성공하거나 때로 오해받더라도, 우리가 가고 있고 처해 있는 상황이 과연 우리의 지향에 비추어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여 중심을 잡는다. 다만, 그 초심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이 사람이나 조직이나 힘들  뿐이다.

좋은 회사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되, 그 노력이 성과로 연결되도록 애쓰는 회사이다. 
열심히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은 다른 말이고, 제대로 했다면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 성과란 경쟁사나 동료 직원들끼리 키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졌는지를 우선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일시적으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어제보다 성숙해진 자신은 더 이상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도록 하는 데 업무 환경, 업무 처리 방식, 성과 평가를 구성하는 데 애쓰는 곳이 좋은 회사이다. 

이것은 경쟁, 성과, 평가에 대해 기존의 통념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며, 경영자의 좋은 의도가 좋은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의 성장없이 조직이 성장하기는 힘들다. 특히 사람이 기업의 핵심적인 자산인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성장 여부와 그것과 성과의 연결 고리를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 훌륭한 전략, 풍부한 자금이 있어도 이 핵심 고리를 잡지 못하면 좋은 회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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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는 '왜' 일하는 지를 공유하는 데 과도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마이다스 사람들이 일의 목표를 공유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 그들은 '어떻게'보다 '왜' 일하는지가 먼저라고 말한다. 
'왜'라는 질문은 일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며, 일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침이 된다. 건물을 지을 때 시공 목적과 설계가 명확하면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 <우리가 꿈꾸는 회사> 중에서

회사 설립 7년만에 건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선 강소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업무 스타일을 언급한 내용이다. 

중소기업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대기업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내공을 기를 수 있는 방법, 난 그게 '왜'라고 묻는 습관 하나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왜'라는 질문을 금지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게 답이어야 하는가, '왜' 이런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금지되고, 오직 이미  나와 있는 답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만 집중하며, 나와 있는 답을 잘 외우는 학생이 우수하다는 게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이다.  

창의성은 당연한 것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래 전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에서 현빈은 늘상 "이게 최선입니까?"를 묻는다. 결재판을 들고 온 임원은 이때마다 어쩔 줄 몰라한다. 이게 아니라 다른 건 왜 안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전 회사에서 자율적인 성과 평가를 시행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업무 목표와 달성 목표를 작성하게 했었다. 모두 나름대로 도전적이고 의욕적으로 목표를 수치화했다. 특별히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왜 이런 목표를 세웠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가령, 회사와 관련한 기사가 월 1회 이상 나오도록 한다거나, 홈페이지 방문자를 지금보다 두배로 늘린다거나 하는 수치화된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왜 꼭 한달 1회여야 하는지, 왜 굳이 방문자를 더 늘려야 하는지, 그것이 목표 달성과 어떤 인과관계나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일을 할 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얻어야만 그 일의 목적이 나오고 달성할 목표가 뚜렷하게 나온다. 그래야 핵심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진할 수 있고, 수정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분명히 할 수 있게 된다. 
'왜'라는 질문은 빠진 채, 바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로 넘어가는 순간,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에 끌려가게 된다. 
상사의 변덕스러운 의견에, 동료들의 그럴 듯한 아이디어에, 막연히 감과 직급에 눌려 일의 추진 방향이 바뀌게 된다. 
'왜'가 없는 '어떻게'에 집중하다보니 일을 마친 뒤에도 그 일이 성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평가할 근거가 약하다. 문제없이 무난하게 잘 진행됐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즉 실무는 잘 처리했고 경험도 쌓였으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같은 일을 좀더 낫게 할 수 있는 계기는 되지 못한다. 

사장부터 이 습관이 붙어야 하고 그것이 전사적으로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가 왜에 대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굳이 누구의 간섭이나 세세한 지시가 없어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자신있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은 바로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에서 시작한다. 

대부분 이런 습관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식으로 일을 시작하다보면 매우 힘들고 막막하고 답답하다. 특히 윗사람들이...
그냥 까라면 까야지 꼬치꼬치 따져서 그 이유를 밝힌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평생 실무를 붙잡고 하나하나 체크하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면, 일이 많아서 힘들다느니, 믿고 맡길 만한 직원이 없다는 둥 한탄하고 싶지 않다면 참고 적응해보기를 권한다. 

당장 상사 자신부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물어보자. 본인이 그 이유를 모르는 데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제대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왜'의 '왜'의 '왜'까지. 더 이상 '왜'라는 의문이 붙을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이유를 밝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속도감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가 분명해지면 그것이 곧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도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뒤따르게 된다. 이렇게 추진하는 업무의 기획안은 누가봐도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고, 논리가 쉽게 이해된다. 

'왜'라는 질문은 첫 단추와 비슷하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않고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열심히 꿰어 봐야 노력한 만큼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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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성장하면서 굳이 대기업을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데 따라하는 게 하나 있다면 성과측정지표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MBO나 BSC(Balanced Scorecard) 등의 성과 중심의 경영방식과 함께 구체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KPI를 도입해서 운영한다.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성과 평가와 보상을 위해서 도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런 평가지표는 최선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거라도 있어야 하기에 도입하는 차선에 가깝다. 정말 이런 평가 지표 자체가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나도 회사에 있을 때 KPI란 것을 도입해볼 생각으로 검토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느낀 이 평가 방법의 가장 큰 한계는, 앞으로 진행하거나 일어날 일들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까지 해 온 업무를 토대로 미래의 업무를 예측하고 성과 지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근자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에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까지 도입한다면 볼 만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해 운영해보고 보완 사항이 있으면 다시 추가해서 반영하겠지만 결국은 사후약방문이며, 자신의 성과와 기여가 정당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은 남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사전 지표 수립은 끊임없이 조직이 바뀌고, 새로운 업무와 사업이 추가되고,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진행하거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만 생긴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가장 흔한 경우가 KPI에 반영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는 15년 이상의 업력과 직원이 100명이 훨씬 넘는 IT 기업이다. 그 분의 고충 중의 하나가 업무 협조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타 부서의 도움이 필요해서 요청하면 일단 KPI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내부영업’으로 구워 삶아서 도움을 받거나 담당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만든 것이 KPI같은 평가지표인데, 거꾸로 KPI를 맞추기 위해서 일을 하는 꼴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KPI만 달성했다고 성과가 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KPI를 담당자 본인이 직접 만들게 해도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 KPI가 도전적인 목표인지 적당하게 설정한 것인지 판단은 누가 할 것인가? 그 판단이 맞다는 건 또 누가 보증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KPI에 들어 있지 않은 신사업 등의 업무가 생기게 되면 그때마다 KPI를 수정할 것인가? 일년 안에 답이 나오지 않는 사업은 아예 하지도 말아야 하는가? 
물론 이런 문제를 지표 설정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문제를 최소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 주제는 다음 번에 언급하겠다)

KPI로 표현되는 성과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지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획, 실행, 평가의 전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보통의 중소기업에는 그런 프로세스 자체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도만 도입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냥 돈쓰고 시간쓰고 힘만 빼고 분란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성장하는 중소기업에서 사전 준비없이 KPI를 도입하는 건 조직을 경화시키고 안전 위주의 업무 태도를 불러올 위험성이 매우 높다. 즉, 부서간 칸막이가 높아지고 부서 이기주의로 흐르게 되는 이른바 ‘조직의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를 불러와 업무 효율과 성과를 저해하고 조직문화를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KPI가 어떤 경우에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세월이 흘러도 업무에 별로 변화가 없거나 단순 반복 업무, 또는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정해진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 등의 경우에는 KPI나 성과급 보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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