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중소기업 경영론이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현실적이고 구체젹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 성공하려면 지금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즉 '미래에 팔릴 것에 지금 도전'해야 한다. 


- 인맥이 넓은 사람이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만나는 이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억지로 만들어낸, 서로를 조금도 존경하지 않는 관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 사업상의 인맥 중 가장 곤란한 사람이 '가난을 부르는 사람'이다. ..실패하는 기질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의 가장 곤란한 부분은 '붙임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이 나쁘다. 악의는 없었지만 그는 당신의 돈을 가져가버린다. 


- 정부와의 거래에서는 보통 물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지명도, 퇴직한 선배가 고문으로 있는 기업, 담당자와의 친분 등 상품 이외의 요소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똑똑한 인재는 학력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똑똑한 인재는 '다양한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자기계발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을 말한다. 


-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는가? 인간성이 좋고 밝게 웃는 사람, 협동심이 강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 축구팀은 보통 실력이나 소질로 선발하지만, 회사의 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원만하게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 목적은 숭고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따라 목적을 정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기본부터 뿌리가 흔들리고 만다.


'초보 사장님'들이 겪는 착각이나 시행착오가 저자의 말 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가난한 사람'과 '고마워요 씨'를 들고 있는데, 아마 사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경험을 했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특히 직원을 뽑을 때 능력이나 소질보다는 성실성이나 자세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향에 대해서 저자가 보이는 비판적인 태도는 곰곰히 되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소질보다는 인간성을 중심에 보는 것은 축구를 잘한다고 훈련만 잘 시키면 야구도 잘할 것이라는 비약과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그리고, 책머리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실패와 성공의 법칙은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 성공론과 비슷해서 매우 반갑기도 했다. 


- 성공하는 사람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는 방법을 거꾸로 하면 성공한다. 

- 실패에는 법칙이 있지만 성공에는 법칙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또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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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출발, 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는가?> 

톨스토이가 쓴 작품 중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난 이 말을 약간 수정해서 기업에는 이렇게 적용하고 싶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실패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하다’


직접 경험하고 또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중소기업의 시작과 성장, 정체, 실패와 성공의 드라마를 보게 되면 거의 예외없이 겪는 성장통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재도약을 하기도 하고, 축소되거나 생명만 근근히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저런 과정에서 사장이 겪는 고민, 감정, 서운함, 난감함이 비슷비슷하다. 회사의 업력, 인원, 매출, 그리고 사장의 기본 성향 정도만 파악하면 지금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중소기업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는 비슷할까. 나는 이것이 궁금했다.


<성장의 정체,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

중소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10여명 짜리 회사가 100명 규모로 커지다 폭삭 망가지는 과정을 겪어보기도 했고, 본의아니게 만 6년을 사장의 자리에서 경영을 해보기도 했다. 

18년 일을 하면서 직접 느낀 점과 성공한 기업, 주목받는 기업들의 사례나 책을 읽으면서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 구성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구성은 비전, 가치, 기업문화, 복리후생 등 다양한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네모면 어떤 내용을 담든 네모가 되고 세모가 되면 세모가 된다. 따라서 담을 내용이 네모라면 세모라는 형식에 담길 수 없다. 결국 모순이나 마찰이 생기게 된다. 

물론 그릇이 네모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네모 형태의 내용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네모라는 형식이 필요조건인 건 분명하다.

단순화시켜 얘기하자면, 초기 기업이 시장에서 점점 성장을 해나가다가 어느 순간 정체되거나 다시 쪼그라드는 현상의 이면에는 형식과 내용의 부조화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서 성장까지, 일반적인 모습> 

조직이 소규모일 때는 구성원들이 각자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한다. 서로가 상대의 장단점을 소상히 알고 있고 모든 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규정된 각자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생기는 과제에 대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서 수행한다. 

사장, 이사, 부장 등의 직급이 있고, 기획, 영업, 개발 등의 업무도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고, 그런 직급이나 업무에 한정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창업 초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다방면을 두루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맨바닥에 헤딩하면서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나가면서 일도 늘어나고 매출도 늘어난다. 어느덧 서너명이 힘 모아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다.  직원을 한두명씩 뽑기 시작하고 뽑은 만큼 매출도 늘어난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의욕도 여전히 넘쳐난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조직은 커진다.


업력이 3~5년차에 이르자 매출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인원도 늘어난다. 의자만 돌리면 전사미팅을 할 수 있고 수시로 전략을 얘기하고 시시콜콜한 일까지 머리맞대던 시절이 지나고, 인사, 총무, 영업, 개발, 기획 등 기본 업무별로 팀이 구성된다. 그리고, 몇년이 더 흘러 임직원이 20~30명, 많게는 50명을 헤아리게 되고, 이제 여러 명의 임원과 팀을 관할하는 사업본부까지 생기는 회사로 커진다. 명실상부하게 시장에서 자신의 발로 우뚝선, 유망한 중소기업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일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사람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지가 않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무임승차자도 보이고,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보이고, 직책은 팀장인데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헤매는 사람도 보인다. 사람은 늘었는데 정작 사장은 여전히 바쁘고, 하나하나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 판관비는 30% 늘었는데 매출은 10% 밖에 늘지 않는다. 결국 손해다. 성장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앞으로 벌로 뒤로 밑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런 식의 위기가 보통 직원이 20~30명 규모에 이르면 처음으로 오는 것 같다. 이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 순간에, 또는 빠른 기간내에 무너져내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행복한 경우라면 사업 아이템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거나 제품 자체의 우수성 덕분에 이 시기에 나타나는 조직적 문제를 넘어서서 계속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경우에도 직원이 100여명 규모가 되는 즈음에 2차 위기가 다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쌓였던 문제가 잠복기 동안 더욱 악화된 후에 드러나기 때문에 웬만한 치료법으로는 해결이 매우 어렵게 된다. 

복지강화, 다양한 이벤트, 근무 기강 확립, 외부 인사 영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매출은 정체되고 직원들의 사기는 쉽사리 올라가지 않는다. 타 기업에 비해 연봉도 좋고 근무 환경도 좋은데 업무 만족도는 떨어져 있고, 조직 전반에 위기감과 매너리즘이 묶음으로 널리 퍼져 있다. 

밖에서 보기엔 100억대 매출을 일으키는 전도유망한 기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덩치큰 공룡, 동맥경화에 걸린 조직이 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이만큼 커왔지만 시장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풀썩 무너져버릴 것 같은 허약한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적으로 문제가 곪아 있을 때 해결의 주인공은 사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근원이 사장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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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패학의 법칙

하타무라 요타로 저/윤정원 역
들녘미디어 | 2004년 02월

또다시 사고가 일어났다. 그냥 사고가 아니라 대참사. 
선장은 먼저 도망쳤고, 재난대책시스템은 여전히 엉망이고, 생존자를 찾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송달송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분노와 울분만 키우고 있다. 
숱한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왜 이런 인재가 끊이지 않고 나오며, 왜 그때마다 허술하고 어이없는 응급조치만 있는지, 그리고 왜 대책같지도 않은 대책만 등장했다 사라지는 걸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깔려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즉, 원인이 있고 그에 따라 결과가 있다는 단순한 인과논리로는 사고의 진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처음 '실패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가 집필한 것으로, 일본에서 2002년에 출간됐고 우리나라에는 2004년에 나왔다.  십년이상 된 책이지만 현실적합성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매번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우리나라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가령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일본 사회는 실패의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풍토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당사자에 대한 처분이 결정되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여, 더 이상 실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다. 당사자에 대한 추궁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음 실패를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재생산을 할 우려가 있다. 


딱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처하는 모습 아닌가.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 씨랜드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태안 해병대 캠프, 마우나리조트 붕괴, 그리고 세월호 침물. 
무엇하나 참사가 아닌 게 없으며, 선장, 기관사, 교사, 건설사 등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온갖 비난과 분노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당장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만 해도 그렇다. 무허가 캠프가 원인이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마감되었고, 그 이후로도 여전히 청소년 캠프는 돌아가고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거래, 그리고 그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허술하게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캠프 등 근본적인 원인이 빤하게 보임에도 경찰은 그 문제를 덮고 넘어가버렸다. 
이쯤되면 원인이 업계의 구조적 불합리인지, 그런 걸 묵인해주는 권력과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가 애매해진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원인과 책임을 나누어서 생각할 줄 아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접근 방법에서 나온 대안을 들고 정부를 압박하거나, 그것이 안됐을 때 시민사회 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실패학은 실패를 분석해서 그런 실패가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서 핵심은 실패의 원인과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을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의 능력이나 태도의 문제로 책임 추궁과 원인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실패학에서는 원인이 있으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는 사고에 문제를 제기한다. 독사의 독은 물이 원료이기 때문에 물을 말리면 된다는 원인->결과식의 사고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그래서, 원인을 '요인'으로 보고, 그 요인이 입력되어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가 중간에 있다고 본다. 즉,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젖이 되듯이 장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원인은 무엇인가'하고 원인과 결과를 직접 연결해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패학에서는 그것을 일으키는 특성 장치와 그 특성을 발현시키는 근거가 되는 요인의 두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원래 있었던 '장치'라는 시스템에 '요인'이 입력되었기 때문에 '결과'가 출력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상적 조치가 아니라 진짜 원인을 찾고 실패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실패를 예방하거나 개선할 '장치'를 바꾸는 게 최선이지만, 정작 그 장치를 좌지우지하는 주체가 그럴 의사가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래의 말은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어긋남이 없다. 

실패나 부정행위 등이 표면에 드러날 것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계속 숨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 번 숨기면 계속 숨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를 고발하려고 하면 동료를 팔아넘기고 배신하는 행위가 된다. 이는 만국 공통의 현상이지만, 특히 일본의 조직은 무리의식이 강하여 고발하려고 하면 '밀고했다', '고자질했다'라고 하여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사내의 부정을 폭로한 사람이 결국 퇴직했다는 말도 종종 들린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부정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하려는 사람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모습이랑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건축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문제를 공개했다면 리조트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해병대캠프가 무허가임으로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고 교사나 학부모가 나섰다면 그런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20년 가까이 사용한 배를 인수해서 무리하게 증축까지 한 것이 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걸 내부 고발자가 공개했다면 저런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배신자, 밀고자라는 손가락질을 감내하면서까지 용기있게 나서는 사람을 지지하고 지켜주기는 커녕, 원리원칙 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았던가. 회사의 부정을 폭로한 동료나 성희롱으로 고통받는 동료의 어깨를 겯고 같이 싸워주기는 커녕 회사의 눈치를 보며 왕따시키지는 않았는가. 우리 아이만 학교에 찍힐 게 두려워 캠프니 수학여행이니 따위의 의미없는 행사에 마지못해 동의해주지는 않았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실패는 전략의 실패는 물론 더 넓게는 부정, 불의를 포괄하는 뜻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그런 불의와 부정에 나 자신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나가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런 시민과 연대하는 시민 의식을 키워가지 않는 이상, 실패는 반복되고 '장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대책이랍시고 잠깐 변죽을 울리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앞장서 불의와 부정, 불합리에 항거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지는 말자. 
그리고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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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동안 중소기업에서만 조직 생활을 했다. 본부장, 임원이기도 했고, 6년여 동안은 본의아니게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드라마보다는 그냥 실패와 정체의 연속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리는 세월이었던 같다.


20여명 짜리 회사가 불과 일년만에 자산 400억짜리 1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가, 일년만에 폭삭 망해가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본의아니게 사업이란 걸 하게 되면서 만 6년을 사장이란 어색한 직책을 달고 온라인 비즈니스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 시기 내게 사업이란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돈 안되는 아이템으로 어떻게 돈을 만들어야 하는 풀기 어려운 과제를 놓고 씨름하는 과정이었다. 결과는? 실패.

그리고, 다시 임원으로 일하게 된 솔루션 회사에서 만 7년을 조금 못 채운 기간동안 COO, CMO 등의 타이틀을 달고 일했고, 심지어 연구소장까지 잠깐 맡아보기까지 했다. 10여명 규모의 회사가 50여명까지 성장하고 회사의 인지도와 브랜드도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중폭의 인력조정을 거친 후 나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실패.


그리고,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나는 리더이기보다 팔로워의 역할이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리더란게 꼭 조직의 수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앞서 나가는 이의 뒤를 책임지고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보좌하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과감히 직언하는 참모의 자리인 것 같다.

즉,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내게 맞는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처럼 남는 시간에 그동안 가슴에 품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생각한다. 이른바, '중소기업 실패경영'.

왜 중소기업이고, 왜 성공도 아닌 실패인가.


당장 책방에 가보라. 경영과 관련해서 무수하게 많은 책들이 널려 있다. 가장 흔한 분야가 경영과 전략이다. 문제는 그런 책들이 모델로 삼고 있거나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지만 정작 경영관련 서적들은 10% 또는 상위 1%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성공 비결을 얘기한다. 나 또한 많은 경영서적들을 읽으면서 항상 목말랐던 것도 정작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서는 그리 쉽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90%가 중소기업이란 말은, 그만큼 중소기업 대상 경영전략이나 기획, 운영, 인사, 마케팅을 이론으로 정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공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고,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이래서 성공했다'고 과감히 주장하기도 힘들 것이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 사장을 위한 소기업 사장학이란 책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실패한 기업에 초점을 맞춰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실패학'이란 분야도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속담이 기업 경영만큼 적절한 곳이 흔히 있을까 싶다.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에 실패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성공의 비법과 더불어 실패의 징조도 함께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경험은 한정적이고 부분적이다. 내 말이 정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의 범위, 즉 내가 겪은 회사, 내가 듣고 본 회사, 여러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례 등을 종합해서 내 나름의 생각을 얘기해보려 한다.


비록 아주 작고 보잘 것 없겠지만, 성공을 위해 고투하고 있는 모든 중소기업 사장과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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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는 성공이 보내온 선물이다 >

‘성공’의 기준은 뭘까? ‘실패’의 기준은? 
‘성공시대’ 류의 TV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마침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기업이나 사람이다. 
결국은 결과론적인 얘기다. 지금 기업이 잘 돌아간다고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 망했다고 앞으로 뭘해도 망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성공과 실패는 성공이 실패 직전의 망조일 수도 있고 실패가 성공의 전단계일 수도 있다.

짐 콜린스의 희대의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란 책이 그렇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다가 대표적인 사기로 욕을 먹는 것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통계를 분석하는 시각을 달리했더니 위대한 기업이 위대하기는 커녕 평균적인 이익도 못내더라는 이유가 한몫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패의 요소는 매우 많다. 사장의 개인적인 캐릭터부터 경영, 재무, 인사, 전략, 마케팅 같은 내부적인 역량, 그리고 시장환경, 경쟁제품, 천재지변같은 어쩔 수 없는 외부적 환경까지. 

나는 (지금) 성공한 기업이나 사람을 평가하면서, 칠전팔기, 한우물 파기 등 매우 개인적인 의지와 열정을 성공의 원동력처럼 보는 걸 믿지 않는다. 집안을 거덜내는 악조건에서도 한 우물을 팠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한 우물을 파는 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대의 트렌드와 우연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더 근사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번 성공했다고 또다시 십년을 한우물을 파겠다고 덤비는 건, 빈 지갑을 주웠던 어느 가로등 밑을 밤마다 서성거리는 거나 별다를 바 없다고 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난 이 말을 기업에 반대로 적용하고 싶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실패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하다’
성공에 이르는 ‘비법’, ‘성배’ 따위는 없다. 성공은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잘 결합되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매우 울퉁불퉁한 좁은 길이다. 그리고, 불행한 가정, 즉 실패로 가는 길은 그 중 한 요소만 삐걱거려도 바로 빠져들게 되는 넓은 고속도로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 채플린 

밖에서는 성공한 기업, 다니고 싶은 회사, 매년 성장하고 있는 유망한 기업이라고 소개되는 회사도, 직접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은 정반대로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그런 이상 신호를 구성원 대부분은 느낀다. 사장만 잘 모를 뿐. 
또는. 알아채기는 했지만 차마 인정하기 싫어 회피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고치려다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성공이란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이고, 시쳇말을 갖다 쓰자면 ‘운칠기삼’이 아닌가 싶다. 
로또처럼 행운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인간이 하는 일에 대해 겸손해야 하고, 삼할에 불과한 노력이라도 제대로 해야 칠할의 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회라는 파도가 몰려 올 때 휩쓸려 익사하지 않고 파도에 올라타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파도에 빠져 물 좀 먹었다고 서퍼로서 실격자인 건 아니다. 많이 빠져봐야 타는 법을 익힐 테니까. 실패는 성공을 위한 강력한 예방주사이다. 
중요한 건, 작은 실패를 많이 겪으면서 큰 성공을 예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익사는 하면 안된다. 그래서 난 실패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성공이 보내온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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