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중소기업 경영론이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현실적이고 구체젹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 성공하려면 지금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즉 '미래에 팔릴 것에 지금 도전'해야 한다. 


- 인맥이 넓은 사람이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만나는 이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억지로 만들어낸, 서로를 조금도 존경하지 않는 관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 사업상의 인맥 중 가장 곤란한 사람이 '가난을 부르는 사람'이다. ..실패하는 기질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의 가장 곤란한 부분은 '붙임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이 나쁘다. 악의는 없었지만 그는 당신의 돈을 가져가버린다. 


- 정부와의 거래에서는 보통 물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지명도, 퇴직한 선배가 고문으로 있는 기업, 담당자와의 친분 등 상품 이외의 요소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똑똑한 인재는 학력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똑똑한 인재는 '다양한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자기계발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을 말한다. 


-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는가? 인간성이 좋고 밝게 웃는 사람, 협동심이 강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 축구팀은 보통 실력이나 소질로 선발하지만, 회사의 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원만하게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 목적은 숭고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따라 목적을 정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기본부터 뿌리가 흔들리고 만다.


'초보 사장님'들이 겪는 착각이나 시행착오가 저자의 말 속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의 대표적인 예로 '가난한 사람'과 '고마워요 씨'를 들고 있는데, 아마 사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경험을 했고,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특히 직원을 뽑을 때 능력이나 소질보다는 성실성이나 자세를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향에 대해서 저자가 보이는 비판적인 태도는 곰곰히 되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소질보다는 인간성을 중심에 보는 것은 축구를 잘한다고 훈련만 잘 시키면 야구도 잘할 것이라는 비약과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그리고, 책머리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실패와 성공의 법칙은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 성공론과 비슷해서 매우 반갑기도 했다. 


- 성공하는 사람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는 방법을 거꾸로 하면 성공한다. 

- 실패에는 법칙이 있지만 성공에는 법칙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서 뿌듯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또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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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동안 중소기업에서만 조직 생활을 했다. 본부장, 임원이기도 했고, 6년여 동안은 본의아니게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드라마보다는 그냥 실패와 정체의 연속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리는 세월이었던 같다.


20여명 짜리 회사가 불과 일년만에 자산 400억짜리 1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가, 일년만에 폭삭 망해가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본의아니게 사업이란 걸 하게 되면서 만 6년을 사장이란 어색한 직책을 달고 온라인 비즈니스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 시기 내게 사업이란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돈 안되는 아이템으로 어떻게 돈을 만들어야 하는 풀기 어려운 과제를 놓고 씨름하는 과정이었다. 결과는? 실패.

그리고, 다시 임원으로 일하게 된 솔루션 회사에서 만 7년을 조금 못 채운 기간동안 COO, CMO 등의 타이틀을 달고 일했고, 심지어 연구소장까지 잠깐 맡아보기까지 했다. 10여명 규모의 회사가 50여명까지 성장하고 회사의 인지도와 브랜드도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중폭의 인력조정을 거친 후 나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 실패.


그리고,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나는 리더이기보다 팔로워의 역할이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리더란게 꼭 조직의 수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앞서 나가는 이의 뒤를 책임지고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보좌하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과감히 직언하는 참모의 자리인 것 같다.

즉,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내게 맞는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처럼 남는 시간에 그동안 가슴에 품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생각한다. 이른바, '중소기업 실패경영'.

왜 중소기업이고, 왜 성공도 아닌 실패인가.


당장 책방에 가보라. 경영과 관련해서 무수하게 많은 책들이 널려 있다. 가장 흔한 분야가 경영과 전략이다. 문제는 그런 책들이 모델로 삼고 있거나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지만 정작 경영관련 서적들은 10% 또는 상위 1%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성공 비결을 얘기한다. 나 또한 많은 경영서적들을 읽으면서 항상 목말랐던 것도 정작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서는 그리 쉽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90%가 중소기업이란 말은, 그만큼 중소기업 대상 경영전략이나 기획, 운영, 인사, 마케팅을 이론으로 정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공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고,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이래서 성공했다'고 과감히 주장하기도 힘들 것이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 사장을 위한 소기업 사장학이란 책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실패한 기업에 초점을 맞춰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실패학'이란 분야도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속담이 기업 경영만큼 적절한 곳이 흔히 있을까 싶다. 성공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에 실패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성공의 비법과 더불어 실패의 징조도 함께 학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경험은 한정적이고 부분적이다. 내 말이 정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의 범위, 즉 내가 겪은 회사, 내가 듣고 본 회사, 여러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례 등을 종합해서 내 나름의 생각을 얘기해보려 한다.


비록 아주 작고 보잘 것 없겠지만, 성공을 위해 고투하고 있는 모든 중소기업 사장과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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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성장하면서 굳이 대기업을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데 따라하는 게 하나 있다면 성과측정지표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MBO나 BSC(Balanced Scorecard) 등의 성과 중심의 경영방식과 함께 구체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KPI를 도입해서 운영한다.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성과 평가와 보상을 위해서 도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런 평가지표는 최선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거라도 있어야 하기에 도입하는 차선에 가깝다. 정말 이런 평가 지표 자체가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나도 회사에 있을 때 KPI란 것을 도입해볼 생각으로 검토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느낀 이 평가 방법의 가장 큰 한계는, 앞으로 진행하거나 일어날 일들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까지 해 온 업무를 토대로 미래의 업무를 예측하고 성과 지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근자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에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까지 도입한다면 볼 만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해 운영해보고 보완 사항이 있으면 다시 추가해서 반영하겠지만 결국은 사후약방문이며, 자신의 성과와 기여가 정당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은 남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사전 지표 수립은 끊임없이 조직이 바뀌고, 새로운 업무와 사업이 추가되고,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진행하거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만 생긴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가장 흔한 경우가 KPI에 반영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는 15년 이상의 업력과 직원이 100명이 훨씬 넘는 IT 기업이다. 그 분의 고충 중의 하나가 업무 협조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타 부서의 도움이 필요해서 요청하면 일단 KPI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내부영업’으로 구워 삶아서 도움을 받거나 담당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만든 것이 KPI같은 평가지표인데, 거꾸로 KPI를 맞추기 위해서 일을 하는 꼴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KPI만 달성했다고 성과가 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KPI를 담당자 본인이 직접 만들게 해도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 KPI가 도전적인 목표인지 적당하게 설정한 것인지 판단은 누가 할 것인가? 그 판단이 맞다는 건 또 누가 보증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KPI에 들어 있지 않은 신사업 등의 업무가 생기게 되면 그때마다 KPI를 수정할 것인가? 일년 안에 답이 나오지 않는 사업은 아예 하지도 말아야 하는가? 
물론 이런 문제를 지표 설정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문제를 최소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 주제는 다음 번에 언급하겠다)

KPI로 표현되는 성과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지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획, 실행, 평가의 전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보통의 중소기업에는 그런 프로세스 자체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도만 도입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냥 돈쓰고 시간쓰고 힘만 빼고 분란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성장하는 중소기업에서 사전 준비없이 KPI를 도입하는 건 조직을 경화시키고 안전 위주의 업무 태도를 불러올 위험성이 매우 높다. 즉, 부서간 칸막이가 높아지고 부서 이기주의로 흐르게 되는 이른바 ‘조직의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를 불러와 업무 효율과 성과를 저해하고 조직문화를 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KPI가 어떤 경우에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세월이 흘러도 업무에 별로 변화가 없거나 단순 반복 업무, 또는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정해진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 등의 경우에는 KPI나 성과급 보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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