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고 읽는 저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유정식 씨의 신간이다. 이번 책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미있고 유용한 내용들로 만족감을 준다.

 

업무든 대화든 의외로 같은 말을 다른 뜻으로 사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의, 평등, 공정 같은 사회적 단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션, 성과, 혁신, 팀, 팀워크, 기업문화, 평가, 생산성... 너무나 흔하게 듣고 쓰는 말이라 누구나 그 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개념 정의를 해보라면 딱 떨어지게 설명하지도 못하고 말하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A는 B를 뜻한다'가 아니라 'A는 B와 같은 경우를 말한다'는 식으로 사례로 설명하거나, 팀워크를 팀의 단결이라는 동어반복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기에 온갖 화려한 단어로 점철된 문장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각자 알아서 이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장과 팀장, 팀장과 팀원이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확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개념 정의의 중요성과 흔히 사용하는 개념의 의미를 하나씩 간결하고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23가지 대표적인 개념과 그에 뒤따르는 부수적인 개념까지 포함하는 총 86가지 개념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게는 '성과'에 대한 정의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회사를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데, 과연 성과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통일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흔히 성과=매출증대 쯤으로 이해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과중심이란 무슨 수를 쓰든 돈을 많이 벌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딱이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방법을 통해 축적한 미션 및 비전 달성의 정도'. 저자가 생각하는 성과의 정의이다. 조직의 방향과 목적, 과정을 포괄한 의미로서 성과를 정의한다. 성과를 매출증대로 이해하는 것과 비교하면 단어 하나의 정의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있다.

 

전쟁영화에서 부대원끼리 작전개시 전에 각자 시계의 시각을 맞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투원은 시간을 통일해서 전투를 수행하듯, 회사는 정확한 개념 정의를 통해 방향을 정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꼭 이 책의 개념 규정을 따르지 않더라도 조직 나름대로 개념을 정의해서 구성원들이 공통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신입에서 CEO까지~'라는 부제처럼 구성원 모두가 읽어보고 서로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통일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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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맞수: 혁신의 천재 혼다 VS 경영의 신 마쓰시타 >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경구를 조금 바꾸어서 얘기하자면 '경험한 만큼 느낀다'도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을 때 그때는 보이지 않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내용이 새삼스레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경영서적도 비슷한 것 같다. 십년도 훨씬 전에 본의아니게 사장이 되면서 이 책 저 책을 보면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나름 애를 썼었다. 혼다 소이치로,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그때는 기업경영에 대해서 그 분들이 얘기했던 내용들을 다분히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선언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머리에서 좋은 말씀 정도의 차원으로 받아들였지, 그런 원칙이나 철학이 실제 기업경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고, 원칙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십 몇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략이나 마케팅론 못지않게 기업 경영에 대한 이론도 많이 변했고, 대안적인 기업 운영에 대한 사례도 훨씬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경쟁에 기반한 성과주의, 주주이익 극대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 등 당시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던 기업 경영의 원칙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평생 기술 개발에 헌신한 혼다 소이치로, 반면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통찰로 필요하면 기술은 사오면 된다는 접근을 취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 
기술에 대한 이런 상반된 태도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 사람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단적으로 소이치로는 기술자의 실수에 대해 그 자리에서 심한 욕설과 물건을 집어 던질 정도의 다혈질적 모습을 보인 반면, 고노스케는 항상 예의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대했다. 소이치로가 저돌적인 인파이터 복서같다면, 고노스케는 항상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인의 모습이라고 할까. 
 
이 책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보여준 철학, 기업관, 인간관, 조직운영을 비교한 책이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도 자신의 저서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댐 경영론을 들으면서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가 등장한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의 갖추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 경영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현실적인 사고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감과 교훈을 준다. 

두 사람의 상반된 스타일은 경영의 기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런 차이와 달리 두 사람 모두 회사는 가치있는 일을 추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며, 사람이 중심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 철학은 다름이 없었다. 

신입사원에게 "애사심 따위는 필요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 는 혼다 소이치로의 일갈, "외부 사람들이 '마쓰시타전기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라고 질문해오면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고 대답하라!"고 말한 고노스케의 철학은 지금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본받지 못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싶다. 
지역 소매업자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공장안에 매점 설치도 못하게 했던 혼다 소이치로의 모습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가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어울려 살아야 하고 기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은 우리 회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쓰여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혼다 소이치로)는 말이나, 노조창립식에 찾아가 축사까지 한 고노스케의 모습을 보면서, 언제 우리나라에서도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경영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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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플레깅이 쓴 <언리더십>이란 책에서는 '경영은 열등한 노동'이라고 못박는다. 경영자의 역할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사, 손상된 장기를 치료하는 의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와 비슷하다는 말은 허튼소리이자, 영웅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사람은 관리하고 통제하고 자극해야 한다는 X 이론이 있다고 본다. 

경영은 실패를 예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이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경영을 요구한다. 또 직원들을 믿지 못할 때도 그렇다. 경영자들은 실행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린다. 실행하는 사람들은 결정된 사항을 지시받을 뿐이다. 결정을 먼저 내린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고민한다. (<언리더십> 중에서)

조직이 작을 때는 이 문제가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의사결정자와 결정을 수행하는 실무자 간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점점 현장과 결정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결정하던 집단지도체제에서 사장, 임원, 본부장, 팀장, 팀원 등으로 역할이 전문화된다. 즉, 결정하는 머리와 실행하는 손발이 분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획안, 협조전, 지출 결의서 등 다양한 내용의 결제판이 등장하고, 상하간, 부서간 의사소통이 점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이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이 좀더 커지면 대표이사와 함께 하는 점심식사, 타운홀미팅, 체육대회, 워크샵 등의 이벤트가 생긴다. 모두가 원할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대면접촉을 늘리려는 시도이다. 이런 활동들도 모두 경영의 중요한 일환이라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직이 커지면 왜 이런 식의 이벤트가 등장하는지, 아예 그럴 필요가 없는 조직을 만들 수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부분 조직이 커지고 정책입안자와 결정권자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큰 조직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이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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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체계>
나는 대부분의 기업이 갖추고 있는 조직 구성의 원리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직이 성장하면 할 수록 그만큼 문제를 키우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 구성의 원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념을 깨는 조직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의 지향을 보면 결국 이 모순을 풀어내는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령,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전통적인 지위가 없고 작은 팀 단위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모든 직원이 수평으로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닝스타는 자신의 한해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동료들이 평가한다. 
국내 솔루션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출퇴근 규정이 따로 없고 필요할 때 효과적인 곳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성과를 자기가 책임진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징벌이 없고 정년이 없고 상대평가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과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기업, 구성원의 회사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결정과 실행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대 기업조직의 원형, 슬론과 테일러>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기업의 조직은 ‘현대 관리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프리드 슬론이 만든 뼈대를 기초로 하고 있다. 경영과 생산의 분리, 사업단위 구분, 전문분야 책임경영인 제도 확립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서를 나누는 사고의 시발점은 테일러주의였다. ..이런 방식은 기계를 돌리는 데서 비롯되었다. 기계를 돌릴 때는 시스템을 기능별로 나누는 것이 실용적이다. (<언리더십> 중에서)

리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부터 미국식 경영 방식이 유행하면서 연봉제와 팀제가 연공서열제와 호봉제를 대체하면서 조직 구성의 기본 원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무늬만 연봉제', '무늬만 팀제'인 시기를 거쳐 완전연봉제, 실력에 따른 직책 부여 등을 시행하다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다. 
완전연봉제는 미국에서도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인한 성과 저하, 소속감 약화 등의 폐해를 겪으면서 문제 의식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무한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며 효과도 높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조직 구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바로, 슬론이 수립했던 경영과 생산의 분리, 즉 경영의 전문과 집중화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것은 컨베이너 시스템에 기반한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대에 그 효과를 입증하면서 현대 기업 조직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과연 머리와 손발의 역할을 따로 나누는 이런 조직 운영 원리가 현대에도 적절한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형태의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 곳도 많겠지만, 시간이나 양으로 잴 수 없는 지식집약적인 산업, 가령 SW 개발, 인터넷 비스니스와 같은 IT 산업분야에서도 이런 조직 운영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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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책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책소개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책상 위에서 쓰인 탁상공론이 아니다. 저자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동화홀딩스(주)에서 일하면서 6년 3개월 만에 사장까지 5계급 초고속 승진을 했고 입사 5년 만에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뉴질랜드 4개 법인을 총괄 경영하는 CEO가 됐다. 그가 그런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인간 중심의 경영방법이 담겨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도 사람을 믿고 맡기면 통제가 안되고 배신을 당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결국 회사가 망한다고 믿고 있다. 유일하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은 오직 사장 본인 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에게 '왜'라는 자문을 해보길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존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비전을 공유하고 일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정렬된다면 조직은 열정과 에너지, 생명력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은 가치있는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것, 누구의 감시와 통제가 없이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존재라는 걸 기본 철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월등한 성과를 낸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도 어느덧 44년이 흘렀다. 그리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함께 살자"는 절박한 외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외치는 것이 생존과 인권의 차원이라면, 기업 경영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간중심, 인간존중의 조직운영은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과가 떨어질 수 없다는 관점이다. 


이것은 산업사회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에는 단위 시간당 가능한 많은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 중요했고, 인간은 기계처럼 주어진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서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눈앞에 당근을 매달아 놓고 뒤에서 열심히 채찍질을 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사람은 감시와 통제가 없으면 농땡이를 피운다는 X 이론은 이런 점에서는 적절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이런 관점에서 각종 통제와 관리 절차, 기법, 성과 평가와 보상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걸 자기 실현적 예언이라고 할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를 모르는 데 주인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일을 한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감시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지식산업 시대는 그런 식의 규율과 통제로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인간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존중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정과 지식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억눌려 있던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분출시켜 조직이 강력한 힘을 내게 하려면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 힘이 분출되는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 조직의 가치와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에 대한 정확한 방향의 일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구호나 강압, 명령, 지시와 같은 수직적, 권위적 방법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말그대로 계급장 떼고 개방적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리더의 힘은 자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직원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부하 직원은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아야 상사로서 카리스마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식의 변태적인 리더십(?)이 의외로 많이 퍼져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보스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인간중심의 경영은 '그럼에도'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업관이 우리나라에서도 상식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직원을 일회용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에게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인간은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P.S) 이 책에서 딱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있다. 이 책 맨 뒤에서 인용하는 철강왕 카네기의 묘비명이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할 줄 알았던 사람, 여기 잠들다" 
리더는 자기를 위해 남이 대신 일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같은 뜻을 품고 같은 곳을 보면서 함께 가는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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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아이템을 결정하고 회사를 만들어서 생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게 되면 꼭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것이 있다. 물론 이미 성장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조직의 수장이 갖고 있는 성향이나 철학이 그 조직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자. 오로지 돈!인지, 세상에 없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건지,  구성원끼리 적당하게 나눠가지며 꾸준히 오래가는 중소기업을 꿈꾸는지 등등. 이것은 사업과 일에 대한 관점이자 본인의 인생관과도 관계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아보자. 단순하게 구분해서 깃발들고 일사분란하게 끌고 나가는 스타일인지, 구성원간의 합의와 지원을 좋아하는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인지 등등 
이 둘을 합치면 대략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끌어낼 수 있다. 거기서 다시 그런 조직에 맞는 인재상, 인사관리, 성과관리 등등이 나오게 되고,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태도나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절대 남이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따라가서는 안된다. 남들에게 좋거나 성과가 있다고 우리 조직에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구글 본사를 직접 찾아가서 배우고 벤치마킹해서 우리 조직에 그대로 이식한다고 해서 구글같은 조직이 될 수는 없다.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겉으로 보이는 업무 프로세스나 복리후생같은 제도가 아니다. 그것이 어떤 철학과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그것이 조직을 책임지는 사장인 나도 근본적으로 동의하고 신념화할 수 있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색깔을 입힌 고유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하나로 정렬하여 모순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사장은 매우 독불장군 스타일인데 창조적인 인재상을 내세우는 건 서로에게 시간낭비이고 정력 낭비이다. 그런 조직에는 창조적인 인재가 아니라 우직하게 시킨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돌쇠형이 맞다. 반대로 매우 개방적이면서 토론과 협력으로 조직을 끌어나가는 사장이 아무리 독재적인 스타일로 분장하려해도 한계가 있다. 

물론 조직운영에 필요한 디테일한 사항들이나 기술적인 것들은 항상 배우고 벤치마킹이 필요하고,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에 맞춰 혁신과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수시로 이리저리 바꾸는 건 사장과 조직에 대한 불신만 키우며, 의도한 만큼의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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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는 '왜' 일하는 지를 공유하는 데 과도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마이다스 사람들이 일의 목표를 공유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 그들은 '어떻게'보다 '왜' 일하는지가 먼저라고 말한다. 
'왜'라는 질문은 일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며, 일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침이 된다. 건물을 지을 때 시공 목적과 설계가 명확하면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 <우리가 꿈꾸는 회사> 중에서

회사 설립 7년만에 건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선 강소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업무 스타일을 언급한 내용이다. 

중소기업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대기업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내공을 기를 수 있는 방법, 난 그게 '왜'라고 묻는 습관 하나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왜'라는 질문을 금지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게 답이어야 하는가, '왜' 이런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금지되고, 오직 이미  나와 있는 답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만 집중하며, 나와 있는 답을 잘 외우는 학생이 우수하다는 게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이다.  

창의성은 당연한 것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며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래 전 '시크릿가든'이라는 드라마에서 현빈은 늘상 "이게 최선입니까?"를 묻는다. 결재판을 들고 온 임원은 이때마다 어쩔 줄 몰라한다. 이게 아니라 다른 건 왜 안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전 회사에서 자율적인 성과 평가를 시행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업무 목표와 달성 목표를 작성하게 했었다. 모두 나름대로 도전적이고 의욕적으로 목표를 수치화했다. 특별히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왜 이런 목표를 세웠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가령, 회사와 관련한 기사가 월 1회 이상 나오도록 한다거나, 홈페이지 방문자를 지금보다 두배로 늘린다거나 하는 수치화된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왜 꼭 한달 1회여야 하는지, 왜 굳이 방문자를 더 늘려야 하는지, 그것이 목표 달성과 어떤 인과관계나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일을 할 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얻어야만 그 일의 목적이 나오고 달성할 목표가 뚜렷하게 나온다. 그래야 핵심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진할 수 있고, 수정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분명히 할 수 있게 된다. 
'왜'라는 질문은 빠진 채, 바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로 넘어가는 순간,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에 끌려가게 된다. 
상사의 변덕스러운 의견에, 동료들의 그럴 듯한 아이디어에, 막연히 감과 직급에 눌려 일의 추진 방향이 바뀌게 된다. 
'왜'가 없는 '어떻게'에 집중하다보니 일을 마친 뒤에도 그 일이 성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평가할 근거가 약하다. 문제없이 무난하게 잘 진행됐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즉 실무는 잘 처리했고 경험도 쌓였으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같은 일을 좀더 낫게 할 수 있는 계기는 되지 못한다. 

사장부터 이 습관이 붙어야 하고 그것이 전사적으로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가 왜에 대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굳이 누구의 간섭이나 세세한 지시가 없어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자신있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은 바로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에서 시작한다. 

대부분 이런 습관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식으로 일을 시작하다보면 매우 힘들고 막막하고 답답하다. 특히 윗사람들이...
그냥 까라면 까야지 꼬치꼬치 따져서 그 이유를 밝힌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평생 실무를 붙잡고 하나하나 체크하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면, 일이 많아서 힘들다느니, 믿고 맡길 만한 직원이 없다는 둥 한탄하고 싶지 않다면 참고 적응해보기를 권한다. 

당장 상사 자신부터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물어보자. 본인이 그 이유를 모르는 데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제대로 업무를 지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왜'의 '왜'의 '왜'까지. 더 이상 '왜'라는 의문이 붙을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이유를 밝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속도감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가 분명해지면 그것이 곧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도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뒤따르게 된다. 이렇게 추진하는 업무의 기획안은 누가봐도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고, 논리가 쉽게 이해된다. 

'왜'라는 질문은 첫 단추와 비슷하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않고 나머지 단추를 아무리 열심히 꿰어 봐야 노력한 만큼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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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멤버, 그 어려운 관계>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크고 넓은 강에 이르렀다.
강 너머는 평화롭고 아늑한 땅이 있었다.
나그네는 강을 건너기 위하여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나룻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갈대와 나뭇가지를 꺾어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공들여 뗏목을 만든 다음 그것을 타고 무사히 강을 건넜다.
평화롭고 아늑한 땅에 도착한 나그네는 자신이 건너온 강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이 뗏목이 아니었다면 강을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이 뗏목이야말로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자신이 타고 온 뗏목이 아깝게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무겁고 커다란 뗏목을 가져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그네는 무거운 뗏목을 어깨에 메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비웃었다."
- <증아함경>

금강경에 나오는 저 비유가 창업 멤버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허름한 사무실, 좁은 오피스텔에서 서너명이 의기투합해서, 밥 대신 꿈을 먹고 돈 대신 에너지를 받으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고 직원도 늘어난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더 흐르고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규모를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드는 때가 온다. 그리고 그때쯤, 또는 이미 그 전 쯤에 전형적인 문제 하나가 생긴다. 
사장에게는 괴로움과 난감함, 직원에게는 불만으로 다가오는 문제. 바로 창업 멤버의 능력과 역량에 대한 문제이다. 

물론 창업 초창기 멤버들이 조직의 성장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조직은 성장했는데 창업 멤버들은 초기 업무 역량에서 크게 올라가지 못하고 맴도는 경우도 많이 있다. 초창기에는 보통 영업적 필요로 전 사원의 간부화, 임원화가 일어난다. 대부분 팀장, 부장, 이사 등의 직급을 달게 된다. 어쩔 수 없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다. 내용은 없지만 타이틀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직이 커지게 되면 타이틀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러길 기대하는 때가 오는 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이다. 
창업 멤버라는 프리미엄 덕에 임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임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덧 매너리즘에 젖어 들고 업무는 관성적으로 수행한다. 
아래로는 똑똑한 직원들이 들어오는 데 정작 임원은 그들을 리드하기는 커녕 쫓아가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 벌어진다. 어느 순간, 초창기 멤버들이 조직 발전의 걸림돌이나 병목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한다. 
더 큰 비극은, 이 사실을 다른 사람은 다 아는 데 당사자만 모른다는 점이다. 

자리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고, 자세의 문제일 수도 있고, 기업 문화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타이틀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계속 그 조직에서 함께 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해법은 있는 그대로 그 사실을 알려주고, 다시 창업 초기의 열정과 자세를 떠올리며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노력하더라도 한계가 보인다면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서로를 위해서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좋을 때 헤어지는 게 그마나 마음이 덜 상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조직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야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비난을 쏟아내 봤자 나아질 건 하나도 없다. 

당사자에게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조직은 그동안 동맥경화로 고생했던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물론 본의아니게 조직을 떠나는 창업 멤버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지만, 최대한 예우를 갖춰서 그 마음을 달래주고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강을 건너게 해 준 고마운 뗏목이지만, 뗏목을 어깨에 이고 갈 수는 없다. 뗏목이 필요한 강가로 찾아갈 수 있도록 내려놓거나, 뗏목을 해체해 길을 헤쳐가는 용도로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사장의 결단과 냉정함이 요구된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동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으로 곪게 놔두는 건 사장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Posted by 티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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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아이의 성장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팔다리로 충분히 기어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네 다리로 기면서 팔다리의 관절과 뼈를 충분히 단련한 다음에 보행기를 이용해 걷는 연습을 한다. 그런 다음에 두발로 걷기 시작해야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근육이 단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보행기에 앉히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몇년만에 회사를 열배, 백배로 키우겠다는 욕심이나, 일년만에 글로벌한 업체로 만들어 대기업에 팔아서 수백억을 벌었다는 성공스토리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떴다방이 아니라 육아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길게 보면서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번 사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와 성공을 모두 맛본 경영자라면 굳이 이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분이, 그런 경험을 겪지 못한 조직이, 급작스럽게 성장하는 것은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의 관점에서는 독약이 든 사과일 가능성이 높다. 체격은 갑자기 커져서 허우대는 멀쩡한데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속으로 알게 모르게 곪아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투자도 늘고 사업 아이템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인원도 늘어나게 되며 관리 포인트도 늘어난다. 더이상 의자만 돌리면 전사 미팅을 할 수 있고, 굳이 절차같은 게 없어도 눈빛으로 통하고 아 하면 어 할 줄 아는 조직이 아니게 된다. 
사람이 필요하니 공채나 인맥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충원한 인력을 교육하고 적절한 역량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량도 매우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갑작스런 성장을 맞게 되면 그 모든 준비 과정이 허술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전에 모든 걸 준비할 수는 없으나, 커진 체격에 맞게 체력을 키우는 시간의 간극이 너무 벌어지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 사이에 시장의 변화나 잘못된 전략적 의사 결정 등의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되면, 허약해진 맷집이 견디지 못하고 급격하게 무너진다. 

인터넷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던 20세기말, 내가 다니던 회사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매달 많은 인원을 뽑았고 끊임없이 업무용 컴퓨터를 주문하고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고 늘렸다. 
우리 회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주는 유명한 기업에서 다니던 인력이 그보다 낮은 연봉도 감수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 수준 이하의 직원, 놀고 먹는 직원, 회사돈을 유용한 직원도 있었고, 자기 일에 치열하게 덤비던 유능한 인재도 많았다. 밤새워 일해도 피곤하지 않았고, 언론에는 회사 관련 기사가 주기적으로 실렸고, 사장님은 매우 개방적이고 건전한 사고방식을 지녔고 활달했으며 아이디어도 넘치는 분이었다. 일년만에 회사 인력이 다섯배가 늘어나는 급성장을 이뤘다. 

문제는 속으로 곪아갔다. 노는 사람은 놀고 일하는 사람은 일했으며 각 부서를 맡은 임원들은 아직 부서를 이끌 만한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했다. 열심히는 했으나 방법을 몰랐다. 당연히 그 아래 중견간부들도 열심히는 했으나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일년만에 대대적이고 꾸준한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결국 몇년 뒤에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성공이란 단어는 정의가 필요하다...무한정 계속 성장하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자연에서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일 따름이다...언젠가 의학 학술회의에서 영구히 성장하는 유기체가 있느냐고 내가 물었을 때 누군가가 암이라고 답하면서 결국은 암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성장과 축소라는 주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를 '기업 요요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계속 팽창하는 기업은 비만한 기업으로 변한다. 비만해지고 나면 이제는 성장이 가능해질 때까지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그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당혹감과 극도의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누구나 그런 반복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셈코스토리> 중에서

이 말은 비단 수천명짜리 기업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기업일 수록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성장 규모, 아니 적절한 성장에 대해서 주의깊게 생각해야 한다. 마냥 당장 많이 번다고 좋은 게 아니다. 컨텐츠나 서비스처럼 무형의 재화가 아니라, 매출의 확대가 조직의 확장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라면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어른이 되고 싶다고 떡국을 열 그릇 먹을 수도 없고, 뛰고 싶다고 걷는 연습을 건너뛸 수 없다.

욕심을 참는 것도 능력이다.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그렇게 먹었다간 정말 배가 터진다. 우리 조직이 소화할 수 있는 밥그릇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결국 탈이 나게 된다.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닌 것처럼, J커브를 그리면서 급성장한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 
급성장이 도움이 되는 건 남의 돈을 유치할 때나 단시간에 M&A를 할 때만이다. 그게 기업을 하는 목적이라면 배터지게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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