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겪는 사춘기와 조직의 성장통이 다른 점이라면 사춘기는 자신의 의지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뇌 분비물질의 독립적인 활동의 결과이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조직의 성장통은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어느 시점에 터진다는 것이다. 현명한 조직이라면 문제가 터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으면 된다. (그게 잘 안되서 문제지만...)
퇴사의 1순위를 다투는 게 늘 인간관계, 특히 상사에 대한 불만인 것처럼 초기 조직의 성장통도 사장에 대한 불만이 주 원인일 때가 많다. 인원이 적을 때는 직원으로 충원된 이가 기존 직원들이나 조직문화와 맞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식으로 갈등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 갈등의 원인이 사장일 경우 그런 식의 해결방법은 원천봉쇄된 상황에서 방법은 정해져 있다. 참을 수 있는 선까지 내가 참거나, 문제를 제기해 개선을 시도하거나, 조직에서 떠나는 것이다.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거나 개선의 기미가 안보이면 떠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상황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기에 해결방법도 사실상 두 가지로 한정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직원은 시킨 일만 하고 월급 밀리지 않고 나올 때까지만 일한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참으면 병이 되듯이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한순간에 조직이 흔들리는 갈등으로 비화한다.
어떤 종류의 불만이 쌓이는 걸까? 창업기업에서 불만은 당연히 사장으로 모인다. 구성원간의 불화조차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장의 무능력, 무관심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방향, 리더십, 조직운영의 원칙, 반복되는 사소한 습관까지, 다양한 지점들이 불만의 불쏘시개가 된다.
창업 후 1~2년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쁘기에 그런 문제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로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모든 신경이 집중돼 있기에 개인의 성향, 취향,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거나 자제한다.
그러다 생존의 기반이 마련되고 한 숨 돌릴 상황이 되면 이제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고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주제로 서서히 떠오른다.
업력이 쌓여가면서 사업방향, 목표와 전략, 성과 등을 두고 평가할 내용이 생기고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도 쌓인다. 이제 각자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제안하고 논쟁한다.
창업기업이 첫번째 성장통을 겪을 때 대부분은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뭉뚱그려 리더십이라고 했지만, 여기에는 사업전략, 영업력, 기술력, 조직운영 능력 등 업무 그 자체와 관련된 것들도 포함되지만, 이보다는 개인의 캐릭터에 대한 것도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한다.
'사장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한 사람 의견에 너무 끌려간다', '매번 결정이 바뀐다' 등의 불만이 나온다.
아니 이 불만이 나오기 전에 창업멤버는 이미 여러 해를 지켜보고 중간중간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갈등은 친한 사람끼리 모여서 사업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해와 믿음의 깊이가 다르기에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좀더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오랫 동안 친하게 지내 온 이들끼리 모여서 창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막상 함께 일을 하다보면 몰랐던 면을 알게 된다. 이건 마치 아무리 연인끼리 오래 동거를 하면서 궁합을 맞추더라도 막상 부부로 살게 되면 또다른 갈등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사소한 갈등들이 부딪혔다 가라앉고 문제는 반복되고 불만은 쌓이면서 넓혀진다. 처음에는 이것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다 마음에 안들기 시작한다.
"내가 왜 이 회사에 몸담았을까? 계속 다녀야 할까?" 한번 든 회의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지고 단단해진다.
꾹꾹 눌러왔던 불만, 고통, 아픔을 밖으로 표출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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